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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숲으로 Oct 29. 2022

바가지로 마실 샘물이 솟는 절벽이 궁금하다면

-박수기정 경치 맛집

빵과 와인에 진심인 나의 또다른 취미는 걷기 운동이다.


걷는 것 외에도 다양한 홈트나 맨몸 운동을 좋아하지만 가장 오랫동안 꾸준히 해 온 운동은 역시 '걷기'이다. 한때 매일 2-3만보는 걸을 만큼 걷기 덕후로 지냈던 시절도 있었으나 지금은 그 정도의 시간과 체력을 투자할 여력이나 열정은 없어진지 오래. 그래도 걷기에 대한 옛정은 남아 있어서 제주도는 나에게 곳곳이 걷기 맛집이었다.


집에서 가까운 오름이나 올레길은 평일에 혼자서 셀 수도 없이 자주 갔고 주말에는 남편과 함께 자연휴양림이나 치유의 숲, 먼 거리에 있는 올레길을 하나하나 도장깨기 식으로 찾아갔는데, 지금 돌이켜보면 제주의 자연은 앞서 말했듯이 특히 숲이 주는 분위기는 새롭다 못해 신비롭기까지 했으며 육지에서는 볼 수 없는 우뚝 솟은 아름드리 나무를 둘러싼 이끼들과 안개가 살짝 깔려있는 숲 속은 요정이 튀어나와도 하나도 이상할 것 같지 않았다. 그런 신묘한 매력에 이끌려 우리 부부는 점점 집에서 먼 서귀포 남단의 올레길까지 탐색하여 갔는데, 이 카페는 바로 그 과정에서 우리 눈에 확 들어온 곳이다.


나중에 알고보니 이름이 꽤 알려진 곳이었지만 관광객이 웨이팅을 할 만큼 북적이지는 않아서 우리 가족은 집에서 일부러 이곳을 찾아 가곤 했는데, 편도 1시간여를 운전해야 하는 거리를 감당할 만큼 우리가 이곳을 찾은 이유는 무엇보다 바로 박수기정을 보기 위해서였다.


박수기정은 제주도 대평포구 근처에 있는 바닷가 절벽으로, '바가지로 마실 샘물이 솟는 절벽'이라는 뜻으로 알려져 있으며 용왕의 아들이 남기고 갔다는 전설이 있을만큼 그 모습은 웅장하고 신비롭고 당당하다. 높고 길게 이어져있는 절벽은 보는 순간부터 감탄에 감탄을 더하게 만들고, 날이 좋은 날에는 푸른 하늘과 밝은 바닷빛과 어우러져 멋진 풍경화를 실사로 보는 듯하고, 흐린 날은 거친 바다와 함께 야성적인 매력을 보여주는 팔방미인이다.


이 카페는 우리가 자주 방문할 때에는 작고 아담했는데 바로 옆의 부지에 크게 새 카페를 짓고 있었고 우리가 떠날 즈음 공사가 마무리 단계에 들어가 있었다. 지금은 새 카페로 이전해 오픈했으며, 그 이후 방송에도 여러 번 나오고 SNS에서 뷰맛집, 인생사진 카페로 소문이 나면서 정말 많은 사람들이 찾는 명소가 되었다.


개인적으로는 그 카페의 정원에 있는 야자수 아래 테이블에서 고즈넉하게 바라보던 박수기정과 카페 주차장 왼쪽에 있는 나무에 매달린 작은 그네를 타며 바다를 바라보았던 그 시간, 그네를 타는 딸 아이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순간, 유럽 어느 골목에 있는 작지만 우아한 커피 하우스같던 아늑함이 그립지만 박수기정을 보고 즐기고 알고 가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사실은 반갑고 기쁜 마음이다.


사실 이 경치는 말로 담을 수 없게 너무 멋지고 장관이어서 나만 알고 싶고, 꽁꽁 숨겨두고 싶었지만 제주도까지 먼 걸음을 한 이들이 이런 명소를 놓치고 가는 것은 너무 아깝지 않은가!


혹시라도 오해할까봐 덧붙이자면, 당연히 박수기정을 보기 위해 꼭 이 카페를 이용할 필요는 전혀 없다. 박수기정은 자연의 것이고 모두에게 열린 곳이니까. 대평포구나 근처에 주차하고 내려서 박수기정만 바라보아도 그 경치를 느끼기에 충분하다(참고로 대평포구 근처에 피자 맛집, 와인샵 등 숨어 있는 멋집들이 꽤 있다.).

다만 우리 가족은 그윽한 커피향과 함께 보다 여유있게 앉아서 그 경치를 편안하게 오래 오래 보고 싶어서 바로 앞에 있는 카페를 자주 갔던 것이다. 각자 자신이 원하는 스타일대로 즐기면 그것만으로 추억은 아름답게 남겨질 것이다.

박수기정. 맑은 날도, 흐린 날도 언제나 멋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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