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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영랑 정원예술가 Sep 21. 2018

Planting Design
국적 혼합하기

 Garden Language 활용 풀 꽃 나무의 조화 만들기  

Garden Language   형태, 색, 빛, 질감, 선을 믹스하여 Planting Design( 플랜팅 디자인) 하기



꽃을 심을 때 풀. 꽃. 나무를 하나하나 개별 객체로 보아 나눠 심거나, 큰 군락으로 심어 각각의 꽃을 농사   

재배하듯  심어 놓고 보면  어느정원의 꽃이나 꽃은 다 똑같아 진다.그런데 이 꽃들을 모아 하나의  형태미를 갖춘 덩어리 작품을 만들면, 다른이들의 정원과 나의 정원의 인상과 느낌은 확연히 차이가 나고  뿐만 아니라, 식물들이 계절별로 어우러지며 만드는 변화를 맘 껏 누릴 수 가 있다.


이번 플랜팅 디자인 모듈 작업은 온난한 남쪽 지역의 식물과 겨울에 강한  식물을 혼합하여  춤추는 하와이 

여인같은 빵빵하지만 하늘하늘 흔들리는 느낌의 모듈을 구상해 보았다. 소재는 하와이안 자귀, 향소국, 해변국, 층꽃, 파니쿰 미니사초, 아스타와 구절초, 모닝라이트와 미니수크렁 등으로 가을의 자연 들판을 옮겨 온 듯한 느낌을 주고자 했다. 


10여 년 전쯤, 포스코 그룹 임원분들 창의교육한다고 할 때 "One World"라는 신간 책에 매료되며 세상이 컴퓨터 한대가 놓인 1평방미터 공간 안에서 노는 인터넷 세상으로 하나가 된다는 사실에 황홀해 했었다.

하여 책을 요약하고 , 강의록을 CD로 제작하여 전 임원분들에게 배포했다, '이렇게 중요한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라고  '모르면 큰일이라도 날듯이 ' 그런데 ,  10년 지난 지금 그 One World 는  인터넷 세상보다 더 무서운 현실세계의  온갖 분야에서 이루어지고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바로 그 인터넷 세상이 연결하는 정보와 지식으로 그를 이용해 오고 가는 지식, 프로그램, 새로운 시도와 물류로 결국 정보가 연결된 모든 콘텐츠와 사물이 다 전 세계를 한 시장처럼 흐르고  손에 닿는다. 


정원을 채우는 식물들도 그러하다, 마치 그 인터넷 세상처럼 전세계의 모든 식물들이 매해 500여종 이상 들어와 도매상을 그냥 지나 칠 수 없게 만든다. 

정원의 화초가 갖는 매혹적인 아름다움 때문일까? 정원 분야도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꽃과, 새로운 식물들과 

디자인 도구들이  도 소매시장에 쏟아져 들어 올 만큼 수요도, 공급도  어마 어마한 시장으로 통합되었다.

이 자연스러운듯 요란한듯 한  내 정원의 풀꽃 속에는 중부지방이북에 월동이 않되는 많은 아이들이 숨어 있다. 늦가을이면 화분으로 옮겨 실내 월동을 해준후 다시 봄빛에 내어 놓는다.

20년간 한국 야생화를 공부하며 정원 디자이너로 직업을 바꾼  내게 이 꽃들의 무한 유입은 매일처럼 마주하는 황홀경이다. 꽃으로 만드는 아름다움의 무한 영역이라 할까.이제는 없는 게 없다.

사초면 사초, 지피면 지피, 꽃이면 꽃, 나무, 돌, 등 수입과 유통이 안 되는 것이 없고 게다가 직구도 가능하다.


즘은 누가 정원디자인에 대해 물으면 하는 말이 딱 하나다 " 돈이 없지 아이디어와 소재는 넘칩니다."


정원 예술학교를  하며, 학생들의 가장 큰 관심사를 보면, 전문 직업으로 삼으려는 사람을 제외하고 자기 정원을 가꾸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플랜팅 디자인을 배우려고 학교에 온다. 

공간을 크게 분할하여 멋지게 디자인을 해 놓고 난 후, 계절별로, 아침저녁으로 피고 지는 꽃을 보는

재미를 창작의 즐거움과 함께 누리려는  사람들에게 꽃이  인생의 행복을 가꾸는  또 하나의 "나만의 컬렉션" 이 된다. 

가든 컬렉션- 플랜팅 컬렉션이라 할까. 누군가는 보석을 모으는 대신 꽃을 모으고, 누군가는 책을 모으는 대신

꽃을 모으고, 누군가는 나무를 모은다. 

그러면서 그 하나하나의 풀, 꽃, 나무의 컬렉션을 넘어, 그들의 조화가 만드는 플랜팅  모음 작품을 즐기는 단계로 까지 넘어가게 되었다. 정물화에서 인상주의 화가의 "풍경 덩어리"가 주는 인상으로 넘어가듯, 이제는 정원에서 그 매스의 형태와 조화를 찾는 과정으로 이동해  가고 있다.


이런 추세를 보며,  플랜팅 디자인에 금기를 한번 건드려 보자는 생각을 해본다

" 정원에서 맘껏 꽃을 꺾을 수 있다면"

" 정원에서  지역과 계절의 한계를  잊고 꽃을 피고 지게 한다면" 


문득, 아버지께서 어린 시절 보여주셨던 그 금기와 한계를 초월하셨던  모습이 떠올랐다.

농사와 꽃 가꾸기만 하시던 아버지가 구해 오신 바나나 나무, 마당가 꽃밭 한가운데 조각품처럼 서있던 바나나 나무 , 겨울이면  쏙 빼내시어 안방 아랫목에 다시 사람처럼 팔을 벌리고 서 있다가는 다음 해 여름 손가락 같이 생긴 바나나를 주렁주렁 열어주었다. 


신기했다. 아버진 다시 그 꽃밭  그 자리에 바나나 나무를 내다 심었다.. 안방에서 배수구도 없던 고무 다라에서 자라던 바나나 나무와 꽃밭에서 다시 뿌리를 내리고 자라던 바나나 나무. 그 옛날 1960년대에 아버지는 온실도 없이 그런 일을 하셨는데 나는 지금 2019년도에 온갖 정원 도구며, 장비며, 기술까지 발달한 마당에 무엇이 두려워 꽃밭에 꼭 같은 습성을 가진 식물들만 모아 심으려 할까.     


하여 이걸 깨는 플랜팅을 해보니, 이제야 형태와 색감과 빛과 선이 자유로와 진다. 아차차,  내 아버지의  그 60년대 70년대만큼도 생각을 못했다니... 이제야 훌쩍 생각을 넘어서 본다. 

그리고 아버지 뿐만 아니라 조선중기의 많은 양반 댁들도 해외를 다녀오는 역관들로부터 여러 소재의 남방

식물을 들여다 심었음이,  문화재의 그림 김홍도의 별서정원, 강세황의 원림 등에 등장한다.

아버지의 꽃밭을 모방안 바나나 나무 정원 

작품 구성의 자유, 그것은 그 지속 성장을 보장하는 사랑과 투자가 필요할 뿐 소재의 제한은 없음을 다시 생각해본다 .

문득 아버지의 바나나 나무가 얼마나 위대한 파격과 사랑과 자유였는지를 보게 된다. 그 대단한 경험의

가치를 그렇게 한참 세월이 지난 이제야 깨닫게 된다.


하여 월동이 안 되는 하와이안 자귀나무와, 보랏빛 나팔꽃 같은 저 나무를  월동 안 된다고 걱정 걱정하는

꽃집 사장님 염려를 뒤로하고 성큼 집어 들고 와 구성을 맞춰본다. 

이쁘다. 이  모둠의 이름은 하와이안 댄스?, 훌라춤과 노래! 춤추는 하와이 여인!


뭔 걱정이랴, 늦가을 두 그루 나무를 쏙 뽑아 아래 목에 두고 동거를 하면 되지. 아버지가 그러신 것처럼 그리고 봄엔 그 둘레에  꽃들의 순과, 가지를  정리하여 다시 이쁘게 가다듬으면 되지. 그도 안 하고 무슨 정원을 할꼬. 뭔 큰일 날 것처럼, 호들갑을 떨며 월동 안되니 절대 섞으면 안 된다고 하는 말도 이젠 필요 없는 사족임을 본다.

 2018.09.20 아버지의 바나나 나무의 자유를 ..그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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