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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영랑 정원예술가 Feb 17. 2021

정원 플랜팅, 삽 손의 저녁

저무는 저녁 꽃을 피우기 위하여 

오늘도 삽자루에 의지해  하루 꽃을 가다듬으며....... 

어려서 이유없이 정희성 시인의 아래 시  

"저문강에 삽을 씻고" 라는 

이 시가 머리에 각인 되었습니다.  




흐르는 것이 물뿐이랴. 

우리가 저와 같아서 

강변에 나가 삽을 씻으며 

거기 슬픔도 퍼다 버린다. 

일이 끝나 저물어 

스스로 깊어 가는 강을 보며 

쭈그려 앉아 담배나 피우고

 나는 돌아갈 뿐이다.

 삽자루에 맡긴 한 생애가 

이렇게 저물고, 저물어서 

샛강 바닥 썩은 물에 달이 뜨는구나. 

우리가 저와 같아서 흐르는 물에 삽을 씻고 

먹을 것 없는 사람들의 마을로 

다시 어두워 돌아가야 한다. 

------------------------------ 


딱 두문장이 문신처럼 새겨졌지요 

<흐르는 것이 어디 물 뿐이랴> 

<강변에 나가 삽을 씻으며    거기 슬픔도 퍼다 버린다>  



정원작가와, 노농자와, 예술가의 삶이 다 비슷합니다  

머리 마음속 생각을 손과 몸의 노동으로 재현하거나,  

실현한다는 것  하여 저도 점점 삽손( 제 지인들은 저보고 금손이라는데  

저는 삽손이라고)의 마음이 되어갑니다.  


날이저물어  그렇게 일군 꽃들을 보고,  


흐르는 물에 삽을 씻으며 거기 그날의  근심과 부족함과, 

아쉬움을 퍼다 버리곤 애 닳을 것 없는 밤으로 들고, 

 다시 다음 날의 희망을 길어 올립니다.  

문득   삽자루에 기댄 모습을 보다 

 어릴적 자주 읖조리던 저문강에 삽을 씻고에 제 감정을 슬쩍 기대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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