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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영랑 정원예술가 Jan 22. 2017

브르흐의 새벽-불의 칼로 오는 아침

소설 - windsor의 아침 103 Evol 

브루후의 새벽 , 불의 칼 - 스코틀랜드 환상곡 (Scottish Fantasy, Op.46)                                                                              


새벽 1시 40분이다,  저녁 6시부터 한 조직의 

핫 비전과  브랜드 디자인 문제로 득실득실 머리를 끌여가며 회의를 진행했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 부사장 경력을 가진 자 

 다국적 기업의  부사장을 지낸 자

글로벌 기업의 코리아 브렌치 사장 등등 

명함은 화려한데,  10시까지 관련 이슈 구조조차 

못 잡던 무늬만 화려한  성공했다는 사람들 덕분에 

10시부터 우리가 주도권을 잡고 실타래를 풀어가던 미팅이 이제야 끝이 났다

이쁘고 감각 좋은, 우리 쪽 직원 - 이보경 씨가 속을 부글부글 끓이며 

4시간을  참아 주더니, 10시부터 속사포로 아이디어를 쏟아내어 

그나마 필요한 일은 다 정리할 수 있게 되었다. 


겨우 마치고 

  방금 미담재 앞에서 인사를 나누고 돌아갔다

잘 몰랐었는데 , 

오늘 밖에 나가 인사를 하다 보니 내게 온 손님 

중 4명이 차를 앞에 세워 두었는데  한 명은 링컨콘티넨탈, 한 명은 

벤츠, 한 명은 페라리.... 4명이 왔는데 외제 대형이 3명이라...?

흠   다들 지내기가 괜찮은가 보다, 제길 

실력과 부는 반비례 하나?

갑자기 동네를 지나는 차들이 쓸데없이 조심스러웠겠다.


인사를 하고 들어와 돌아본다.

나는 누구인지  어떤 여인인지.

요란하고, 거센 무엇들이 파도처럼 지나가도 

내 심연에  한 세상을 만든 그는 지워지지가 않는다, 

무슨 바닷속에 세워둔 왕국의 무굴 제왕처럼 그는 늘 그렇게 다시 나를 그 심연으로 불러들이고 

심한 상실감과 심한 갈증을 반복시킨다.

다시 그 심연 속을 들여다본다..

오늘 저녁,  아니 어제구나,  

저녁 워크숍을 하기 전에  이 민우 대표와

긴 통화를 했다

내가 가고 있는 길들에 대한 여러 이야기들. 긴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 있는 그가 있어 참 다행이다. 따듯한 목소리로 , 따듯한 마음으로

이런저런 염려를 조심스레 말하며 하나하나 나와  우리 회사를

지켜내는 것들을 조언해 주고 있다. 때론 잘 모르는 분야는

아주 겸허하게 뒤로 물러나며.. 그의 그런 배려가 참 좋다.

일을 풀어나가다, 드물게 만날 수 있는 좋은 파트너다.

다시 저녁에 또 한차례의 긴 전화를 주고받았다. 

아쉽게도 그는 내일

부산에서 일이 있다고 해서 눈앞의 시급하게 논의해야 할 문제를 

그의 부산  출장 이후로 미룰 수밖에 없게 되었다.


오늘도 이렇게 부산히 하루가 갔다. 

저 마음의 심연 깊은 곳에 숨겨진

상실과 고독감을 파도처럼 휩쓸리는 일과 만남에 감춰두고 


나는 마치 물동이에 담긴 한동이의 물이 한 조각 무명천에 의해

동이 밖으로 알듯 모를 듯 흡수되어 빠져나가듯이 

천천히 천천히 생명을  상실해 가고 있다.  

그와의 기억이 희미해 지면 마치 그렇게  동이의 물이 빠져 나가듯 

나의 생명과 그와의 생명도 그렇게 사라져 가는 듯 했었다.

 

그렇게 죽어 갈 수 없어 다시 그와의 기억의 샘을 끓어 올린다.



음악이 끝났다 우리는 그대로 멈춰서 꼼짝도 하지 못했다.

아!...

몸을 휘감았던 음악을  바로 떼어 낼 수가 없었다. 

우리가 마주 잡은 손이 뜨겁게 젖어있었다.

그대로 시간이 멈추길 바랬는지도 모르겠다.


그랬다. 

처음 만난 우리의 그날도 우린, 음악 이야기를 했었다, 

브루흐의    Scotch Fantasie가 어떻게 아침  햇살을 불의 칼처럼 강물 위에 드리우는지, 

어떻게 신비의 스코틀랜드 호수 곁으로 우리를 데려가는지, 

그런 이야기를 했었다. 

처음 만나 나눈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오래 함께 같은 음악을 들었던 사람 둘이 만나서 

서로의 음악에 대한 느낌이 만든 삶을 이야기했고

그래서 오래전부터 그 음악 속에서 이미 함께 해 온 것이라 믿게 했었다 


그리고  그 영국 시골의 한 대학 미루나무 아래서 

우린 마치 처음 그날처럼 

이번엔 브람스가 흘린 "사랑의 눈물"을 함께 흘리고 있었다 

 

우리는 간신히 차문을 열고 작지만 정갈하고, 향기로운 

그의 책들로 채워진 공간으로 공기 속을 유영하듯 들어가 문을 닫았다


20012 05.15 미담재에서.

2017.01.22 다시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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