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 맘대로 살 거야"
영자 할머니는 악마같이 활활 타오르는 무서운 눈으로 째려보며 지나갔다.
나는 영문을 몰라 "저 사람이 왜 저러지?"하고 깜짝 놀랐다.
영자 씨는 평소 나에게 와 자주 말을 걸며 이것저것 사생활까지 캐묻고 관심을 보였던 사람이었다.
그런 그녀가 어느 날 갑자기 태도가 달라진 이유가 분명 있을 거라 생각해서 직접 찾아가 말을 걸어보기로 했다.
그런데 내가 오더니 화들짝 놀란 얼굴로 재빨리 도망가는 것이었다.
다음날도 2층 계단에서 내려오다가 1층에 서 있는 나를 발견하더니 "헉"하면서 다시 올라가는 것이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그녀의 몰상식한 행동을 보고 참을 수 없어 그녀의 남편인 치과의사를 찾아갔다.
그는 아내가 남의 말은 다 틀리고 자기 말은 다 맞고 무엇이든 혼자 판단 내려 결정한다고 하며 이혼하자고 짐 싸들고 친정 간 적이 한두 번이 아니라면서 아픔을 실토했다.
그녀는 성격이 아주 센 여자로서 남편을 좌지우지 이끄는 가장 역할을 하고, 많은 사람 앞에서 남편에게 답답하다며 소리 지르니 자녀들이 우울해서 표정이 안 좋다는 건 모두가 아는 상식이었다.
연진 씨와 지영 씨 그리고 서 씨는 말했다.
"말해봤자 사이만 안 좋아지지, 사람들이 싸우기 싫어 앞에서 웃는 것뿐, 자기를 평생 모를 거야. 사람을 맨날 지적하고 판단하잖아. 절대 가까이하면 안 돼."
"난 그녀를 30년이나 봐와서 잘 알아, 너의 심정 100% 이해해, 나도 똑같이 당했어. 어떻게 사람을 그렇게 대할 수가 있는지 이해가 안 돼. 너무나도 무례하잖아, 그런데 내가 이제는 자녀들 키우는 엄마잖아, 언제까지 그녀한테 휘둘림 당하면서 아파할 수 없잖아."
"그 사람은 원래가 나쁜 사람이야, 문제는 자기가 그런 사람인 줄 몰라. 그 사람이 소개해주는 사람 절대 만나면 안 돼, 우리 언니도 치과의사인데 그 사람이 소개해준 사람과 결혼해서 개고생 하며 살아 그러면서 사람들한테는 자기가 사람 보는 눈썰미가 있다고 자랑하며 살아."
그녀의 남편이 아내에게 전달해 그녀가 말을 건네왔다.
영자 씨의 첫마디는 "난 절대 그런 적 없어, 네가 오해한 거야."였다.
내가 이어 말했다.
"분명 무슨 일이 있으니 그런 태도를 보이셨을 텐데. 아무 일 없이 어느 날 갑자기 사람이 그렇게 달라지는 태도를 보일일은 없잖아요. 잘 생각해 보세요"
그녀가 말했다.
"나는 원래 그런 사람이야. 네가 나의 스타일을 이해하지 못하면 너는 나랑 안 맞는 거야. 나랑 안 맞는 사람이 누구누구 누구누구 누구..... 있어. (그녀들의 이름들을 쭉 나열했다).
또 이어 말했다.
"개인적인 감정은 없어. 그냥 단지 나랑 안 맞는 것뿐이야."
(범죄영화에서 나쁜 일을 행하는 악당의 단골 대사가 바로 "개인적인 감정은 없어"다)
"본인을 깊이 생각해 보세요" 했더니
"젊은 사람이 참 무례하네.. 너 참 별로야, 철이 없어, 본인이 혼자 오해한 거니 나는 사과를 할 필요가 없어"
나는 가만있다가 생각을 정리하고 그녀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설마 영자 씨만큼 무례할까요? 철도 없고 무례하다 못해 몰상식하고 상스럽고 천박한 사람은 없어요. 정말 별로 세요."
그 말을 하니 후련해졌다.
그 얘기를 내게 들은 K는 다음날 모임에서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예수님은 원수도 사랑하셨는데 우리는 사랑 못할 사람이 없습니다."
그건 내가 들어야 할 말이 아니라는 하느님의 공정한 판단이셨기에 나는 그 모임에 일이 생겨 불참석하게 되었었다.
나에게 주고 싶은 메시지가 있으셨을 텐데 무슨 말을 하셨을까 하고 모임에 참석한 사람에게 물어보았었다.
역시나 너무나도 뻔한 말씀이셨다.
언제나 자신은 잘못이 없다고 잡아떼고 그걸 이해 못 하는 상대가 마치 속 좁은 감정적인 사람이라는 듯 취급하는 그녀였다.
K는 영자 씨의 언행으로 인해 주위 사람들이 힘들어한다는 것을 아주 잘 알고 있었지만 정작 그녀에게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강한 사람보다 더 말하기에 쉬우니까 상대적으로 조용한 사람에게 말하는 거다.
소란을 잠재우고 싶어 상대적으로 약한 자에게 화해하라고 사랑하라고 강요한다.
중립적 인척 하면서 양보와 배려를 오직 상대에게 강요하는 사람.
그렇게 많은 사람이 오직 단 한 명 때문에 힘들어한다면, 피해를 주는 단 한 명에게만 주의를 주면 좋을 것을 힘들게 여러 사람한테 설득한다는 건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사람은 바꿀 수 없지만 세월이 지나면 자기 자신에 대해서 문득 깨닫는 날이 올 거라 나는 믿어 의심치 않는다.
자신이 받은 무언의 조언과 충고의 한마디가, 살다가 어느 날 깊게 파고들어 마음에 각인이 될 거라고 말이다.
"나는 원래가 그런 사람이야"라는 건 정말로 이기적인 말이다.
자기 하고 싶은 데로 한다는 말이다.
"내 스타일은 이러하니 네가 오해하든 말든 그건 네 사정이다"
"내 스타일은 이해 못 하는 사람은 나랑 안 맞는 거다. 나랑 안 맞는 사람을 굳이 내가 어울릴 필요가 없다."
상대가 이해해주지 않는다며 책임을 전가해 버린다.
상대보다 우위에 있다고 생각하고 우위를 점령해 버리는 태도다.
대등한 관계를 무너뜨리는 이기적인 행위를 꼼짝 못 하게 만들어 버리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
"내가 원래 너 같은 걸 잘 이해 못 해, 그러니 네가 이해해."
상대 힘을 그대로 이용하는 방식이다.
감성 말고 이성을 찾자.
이 세상에는 항상 선한 사람도 항상 악한 사람도 없다고 본다.
때론 가면도 쓰고 필요에 따라서 가식도 부릴 줄 알아야 한다.
"내가 원래 그래서 그래. 그러니 네가 이해해 줘"라는 건 부드러워 보일 수 있지만 악한 무기다.
악한 무기를 받아들이지 말고 이제는 밀쳐 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