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 별따기
남편 사촌 동생들이 많은데 20대 외에, 정년기인 30대 두 명이 있다.
둘 다 좋은 직업이고 아버지가 의사시다.
내가 시댁에 일조 좀 해보려고, 소개 자리를 주위에 알아보았는데 다 하나같이 하는 말이 있다.
"그런 사람은 결혼정보회사에 가서 만나야 해요"
하나는 디자이너고 하나는 교사다.
나는 그렇게까지 할 필요 없다고 부담 갖지 말고 서로 직업만 확실하면 만나서 서로가 좋으면 된다고 매번 얘기한다.
"잘 사는 사람들이 잘 사는 사람과만 결혼할 것 같지만 제 주위에 모든 부잣집들이 없는 집안과 결혼해서 잘 사는 경우 많더라고요"라고 했는 데도 고개를 갸우뚱하며 믿기 어렵다는 표정을 지었다.
"같은 레벨끼리 만나야 해요. 레벨이 맞는 사람이 없어요. 결혼정보회사에 등록하라고 하세요. 거기 가면 알아서 맞는 사람들끼리 소개 해줘요"라고 한다.
나는 생각한다.
"아니, 아버지가 의사인 게 그렇게 대단한 일인가? 집안끼리 맞추면서 결혼해야 하는 건가?"
한 번은 내가 여기저기 말한 결과 소개팅이 들어왔다.
36세 교사 시남동생에게 소개 들어온 상대는, 자기 딸이 33세 은행원이라고 한다.
예쁘고 똘똘한 아이라고 하면서 소개가 들어왔다.
서로 오케이 하고 전화번호 주고받고 하면서 만남 약속을 정했다.
그런데 2주가 지나도 시동생에게 연락이 없길래, 너무 잘 되고 있는 건가?.. 아니면 채인 건가?.. 아니면 혹시 만나기도 전에 통화를 해서 혹시 실수를 해서 아예 만나지 않은 건가?.. 여려가지 궁금증을 자아내게 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예상외의 대답으로 충격을 받았다.
그 여자애가 만나고 싶지 않다고 연락 왔다고 하는 것이다.
"아니 뭐 이런 일이 다 있나?! 말도 안 돼?! 만나기로 해놓고 캔슬하는 경우가 어디에 있나?!"
나는 너무나도 괘씸해서 그 여자 쪽에 따지듯이 전화했다.
그쪽 어머니가 하시는 말씀 "저희 딸이 결혼 생각이 없는 사람인데 제가 결혼해야 한다고 만나라고 강력히 푸시했어요. 그래서 약속은 잡았는 데 결혼이 하고 싶지 않다고 사정하길래 그럼 정중히 너의 의사를 표현하라고 했어요. 제 잘못이에요. 심려 끼쳐 드려서 죄송합니다."
딸의 의사를 존중하지 않고 좋은 선자리가 들어와 부모 입장으로 딸을 좋은 데에 결혼시키려고 애를 쓴 경우였다.
"물론 결혼 생각이 없는 데 만나는 것보다는 낫지만, 처음부터 의사표현을 했으면 이런 난처한 상황은 없었을 텐데요. 그럼 제 입장이 뭐가 되겠어요? 아무리 정중히 말했다고 해도 그건 실례죠"
처음부터 내가 말을 했었다.
확실히 결혼 생각이 있는지. 서로 정보도 의사도 모든 것들이 확실해야 소개가 들어가는 거라고 주선해 주는 분께 확실히 말을 해놨었다.
잘못 소개하면 괜히 좋은 일 해놓고 욕먹는다. 저는 또 시댁이라 확실히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소개란 건 참으로 조심스러운 거다.
만나서 한쪽이 매너 없게 굴어도 안 되고, 서로 정보도 확실해야 만날 수 있는 거다.
그렇지 않으면 소개해 준 사람이 괜히 사이만 안 좋아진다.
소개 주선하신 분이 여기저기 알아보았는 데 아버지가 의사라는 말에 다들 기가 죽어서 거부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레벨이 맞는 사람이 없으니 결혼정보회사에 가입해서 만나야 된다고 한다.
나는 또 생각한다.
"아니, 본인이 의사도 아니고 아버지가 의사일 뿐인데. 그리고 여자집안이 부자면 부담스러울 수 있겠지만 남자 집안이지 않느냐? 남자 쪽이 집안이든 능력이든 잘 살아야 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건데"
우리 시댁 사촌동생들이 많지만 의사도 어느 누구도 결혼정보회사를 통해서 결혼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다 소개팅으로 만나서 결혼했지.
오직 우리 남편과 나만 그곳을 통해서 결혼했다.
우리는 이상형이 너무 확고한 사람들이라 그곳을 통하지 않고서는 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주위에서 "괞찮은 사람"인데 "좋은 사람"인데 한 번 만나볼래요? 가 통하지 않는 사람들이었다.
각자 생각하는 (이상형) 사람이 아니고서는 절대로 싫은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그곳을 통해서 결혼할 수 있었던 것이다.
나는 나이를 많이 먹은, 40대이지만 결혼을 안 한 탓에 철이 없고 어떻게 보면 아주 순수했다.
프로필에 이렇게 적어 놨다.
"저는 키 3개를 해줄 수 있는 분을 원합니다"
결혼을 안 한 탓에 20대의 마음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상태였다.
그때만 해도 젊고 누구보다 예뻤기에 자존감이 하늘을 찔렀었던 것 같다.
20대에는 "대한민국의 모든 남자들이 다 나랑 결혼하기를 간절히 바라는 데 키 3개 해줘도 하나도 안 고마워. 그건 너무나도 당연한 기본 중에 기본이지"라며 항상 친구들을 포함한 주위 사람들에게 그렇게 말했었다.
자랑이 아닌 진짜 순수하게 쓴 글이었다.
큰 맘 먹고 큰 돈 들여 가입한 거라 값어치는 해야한다고 생각했기에 나를 이해하지 못하는 남자는 아예 안 보기로 결심했었다.
그런데 의사들이 생각외로 아주 좋아했었다.
나는 아주 순수한 마음으로 쓴 글이었는 데 상대들은 내가 그 만큼 자신감이 있으니 그렇게 했을 거라고 생각한다는 걸 만나면서 점차 깨닫게 되었다.
우리 남편은 외모를 아주 많이 보는 사람이었다.
주위에서 소개를 정말 많이 시켜주었는 데 다들 어느 대학 박사졸 어쩌고저쩌고 하며 스펙만 높았다고 한다.
그래서 주위 사람들한테 강력히 선전포고를 했다고 한다.
"내가 찾아야겠어. 이제는 내가 사랑할 수 있는 여자랑 결혼하고 싶어"
이 사실을 결혼 후 시어머님이 나에게 말씀해 주셨다.
결혼 후 첫 시댁 방문 때 어머님이 말씀하셨다.
"너는 우리 아들 어디가 좋아서 결혼했니?"
오빠랑(남편) 데이트 시작 후 4번 만났을 때였다.
오빠가 물었다.
"율도 오빠 사랑하지?"
나는 그 말을 정확히는 들었지만 아직 사랑할 단계는 아니어서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 몰라서 잘 못 들은 척
"네?"라고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오빠는 한번 더 말하기 쑥스러운지 고개를 숙여 땅을 바라보았다가 갑자기 큰 눈으로 똑바로 쳐다보며 진지하게 말했다.
"율도 오빠를 사랑하냐고 물었어"
나는 아직 사랑을 할 단계는 아니라는 생각뿐이 없었지만 무슨 말이라도 해야 할 것 같아서 약간 돌려 말했다.
"관심 없으면 여기까지 안 따라오겠죠"
그랬더니 오빠가 나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부드럽게 말했다.
"아니야. 우리 율은 오빠 안 사랑해도 돼. 오빠 혼자 율을 사랑해도 돼. 오빠가 율을 사랑할 수만 있다면 오빠는 그걸로 만족해"
그 말을 듣는 순간, 내 심장이 "쿵"하고 큰 소리를 냈다.
"이렇게 순수한 사람도 다 있다니, 보통 남자도 사랑받기를 원하는 데, 이 사람은 정말 진실된 사람이구나"
그 후부터 나는 오빠에게 마음의 문을 활짝 열고 오빠가 하자는 데로 따라가서 초고속으로 결혼할 수 있었다.
여자는 남자 하기 나름이다.
연애 프로그램만 봐도 알 수 있다.
첫인상 선택 때 남자는 첫인상 선택한 여자를 끝까지 좋아해 선택하는 반면, 여자는 첫인상과 달리 자기를 적극적으로 좋아해 주는 남자를 선택하게 되어 있다.
얼마 전에 돌싱글즈 4를 넷플릭스에서 보았다.
그 프로는 너무 재밌어서 매번 보는 데 4는 안 보았었다.
미국 교포들 상대로 하는 데 끝까지 아주 흥미로웠다.
첫 만남 때 다 같이 모여 인사하는 장면에 우리 남편이 말한다.
"집에 가고 싶을 것 같아. 다 하나같이 너무 못생겼어. 원래 그나마 예쁜 애는 한 명씩은 있는데 저긴 다들 너무 아니야" 나온 걸 너무나도 후회할 거라고 말하며 그래도 저기 나온 이상 재밌게 즐겨야 하니 열심히는 할 것 같다며 마무리를 지었다.
누구나 다 이상형이 다르다.
"짚신도 짝이 있다"라는 말이 있다.
변호사인 지수가 못생겨서 없을 것 같지만 듀이는 지수를 좋아했다.
경제력이 좋은 소라는 누가 봐도 "센 언니"같아서 없을 것 같았는 데 정말 없었다.
소라는 나중에 통곡하며 울었다.
"그저 사랑받고 싶었을 뿐인데.."
나는 소라가 서럽게 신세타령하며 울 때 생각했다.
여기만 없을 뿐이지. 소라의 매력에 푹 빠질 사람이 당연히 있지.
센 언니 스타일이라서 쉽지 않을 인상이지만 또 그런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은 분명히 있게 마련이다.
그런 사람이 속으로는 여성스럽고 여릴 수 있다.
주위에서 이런 경우 자주 본다.
여자는 교사 남자는 사업하는데 여자가 개업시켜준다고 까지 하며 남자를 무척 좋아했다.
그런데 어떤 일로 다툼이 있어 남자가 단번에 결별을 선언했다.
여자는 전 남자의 친구들한테까지 가서 울면서 심경을 토로했다.
혹시나 자기가 후회하며 힘들어한다는 사실을 전 남자 친구에게 전달 돼 연락이 올 수도 있을 경우도 생각했던 것이다.
여자는 전 남자 친구 집에 찾아가 무릎 꿇고 펑펑 울며 손이 발이 되도록 싹싹 빌었다.
"제가 잘못했어요. 다시는 안 그럴게요. 한 번만 용서해 주세요"
남자는 그렇게 울며 애원하는 그녀가 더 정이 확 떨어졌다.
여자는 한동안 연락 없더니 전 남자의 친구 와이프한테 연락해 만나면서 다시는 B형 남자 안 만난다며 눈에 불을 켜고 "엿 먹어라" 했다고 한다.
그런 센 언니는 무섭다. 사귈 때는 너무나도 올인해서 한없이 잘하다가 헤어지면 마치 염산테러 뿌릴 것 같은,
헤어지면 절대 안 되는 무서운 여자로 변신할 것 같은 사람이 있다.
사실 이 남자는 여자를 그리 좋아하지 않았었다.
여자 직업이 좋고 여자가 남자 사정 알고 카드까지 주며 "오빠 쓰고 싶은 데 써" 남자에게 푹 빠졌었다.
키 크고 잘 생긴 이 멋진 남자는 진짜로 나쁜 남자였다.
질이 안 좋아 여자에게 피해를 주는 나쁜 남자가 아닌 여자를 존중할 줄 아는 진짜 괜찮은 나쁜 남자 말이다.
그래서 더 푹 빠졌던 것이다. 외모도 멋진데 자기를 진심으로 생각해 주는 매너를 가진 이제껏 단 한 번도 만나본 적이 없는 매력적인 남자. 당연히 여자가 주는 카드도 거부했다.
여자는 남자가 자기를 진심으로 사랑한다고 생각했으니 "이렇게 멋진 남자를 내가 어떻게 만나겠어? 나에게는 완전 행운이야"하며 잘해주었던 것이다.
진짜 사랑하는 데 한 번의 다툼으로 끝이 날까?
답은 여자의 외모에 달려 있었다.
사실 남자는 여자가 다 좋고 너무 훌륭한데 단 한 가지 외모가 마음에 안 들었던 것이다.
그래서 다툰 후 정이 뚝 떨어져 쉽게 헤어질 수 있었던 거다.
그걸 모르는 여자는 계속해서 후회한다.
내가 그때 대들지만 않았어도... 내가 그것만 안 했어도.....
정답은, 그렇게 했어도 외모가 괜찮은 여자였다면 어떻게든 용서하고 이해하고 다시 회복했을 거다.
그런 그녀도 당연히 그녀를 진심으로 사랑해 주는 짝이 존재한다.
그와 인연이 아니었을 뿐이다.
의대생에게 물었다.
"너는 가난한데 예쁜 여자랑 결혼할래? 부자인데 안 예쁜 여자랑 결혼할래?"
생각할 필요도 없이 단번에 대답한다.
"돈은 제가 벌거니까 당연히 예쁜 여자랑 하지요"
모든 남자가 다 그렇다. 단 1% 친정 덕 보려고 하는 남자도 있다.
내가 첫 책을 집필할 때 작가이신 시어머님이 평을 하셨다.
"너는 왜 맨날 예쁜 여자 예쁜 여자.. 남자들은 예쁜 여자를 사랑한다고 하냐?"
"예쁜 여자는 극소수잖아. 제눈에 안경이지. 못생겨도 다 예쁘게 보이는 거야"
맞는 말씀이다. 독자들의 공감을 사기 위해 "외모가 준수한 여자"로 바꾸었다.
남자들이 예쁜 여자를 좋아하는 건 사실이지만 탤런트처럼 진짜 미인을 원하지 않을 수 있다.
예쁜 여자라는 건 자기 눈에 "이 정도면 괜찮다"라고 생각되는 사람을 말한다.
그거에 대해서 퇴근하고 돌아온 남편에게 말했다.
"아니, 준수한 건 누구나 다 준수하지. 남자들은 준수한 여자를 좋아하는 게 아니라 예쁜 여자를 좋아하는 거야. 맞는 말인데 왜 고쳐"
모두에게 좋은 사람은 필요 없다.
자신에게 안 맞고 불편하다.
남들한테 잘 보이기 위해 연애하고 결혼하는 게 아니다.
자신이 행복한 게 진짜로 행복한 거다.
결혼 정년기인 사람들한테 어떤 사람 좋아하냐고 물으면 답답할 때가 있다.
남자들은 전부다 "예쁜 여자요"
여자들은 "전문직이요"
모두가 다 좋아하는 사람이 아닌 진짜 자신에게 맞는 사람 즉 자신과 마음 편안하게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 사람을 원하고 찾는 게 빨리 행복할 수 있는 현명한 지름길이 아닐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