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저기 사주카페 갈까?”란 다른 자매의 물음에 다들 “그럴까?” 서로의 얼굴을 번갈아 보
며 망설이다 끝내 가기로 결정을 내렸다.
각자 사주보시는 분에게 생년월일을 제출해 드렸고 한명씩 사주를 풀기 시작했다. 결혼 사주를 보는데, 홍언니는 은근히 착하다고 하면서 결혼은 인생 전체를 봐도 남자가 없는 사주여서 아직도 멀었다고 결혼이 안 보인다고 했다. 4살 연하인 김형제와 궁합이 잘 맞는다고 해서 다들 둘의 얼굴을 바라보며 “어~~~” 환호를 질렀다.
김형제 차례가 왔다. 현재 그의 마음 속에 두고 계신 분이 있다고 하면서 "아내 될 사람은 외모가 아주 눈에 띄게 좋은 분이세요. 인내심이 많고 성품이 온화하며 좋은 사람이에요 그리고 가까이에 있는 사람이에요"라고 했다. 홍언니가 "가까이?"라고 말하며 놀랐다. 그리고 그 분은 물었다. “아내가 집에 있는 사람을 원해요? 아니면 커리어우먼을 원해요?”라고 물으니 김형제는 “아무래도 집에서 살림하면 좋죠!”라고 말했더니 그 분은 “이 여자분은 집에 있을 사람이 아니고 재능이 너~~~무 많아 일을 하고 싶어 할 거에요~”라고 했다.
드디어 내 차례가 왔다. “이 분은 반드시 결혼해요! 이번 12월에 반드시!!! 확실히!!!꼭!!! 합이 들어와.결혼해요. 결혼하실 분의 집안이 아주 빠방해요. 소문나게 결혼할 팔자에요“라고 명확하게 강조하며 말했다.
그리고 김형제 차를 타고 집에 가면서 홍언니는 “은근히 착하다는 건 뭐야?” 하고 말하니
“나쁜 것 같은데 착하다는 말인가?” 웃으면서 김형제가 말했다.
김형제는 “아름이는 12월에 반드시 확실히 결혼한데??” 라고 했다. 나는 김형제와 내가 연분이라고 생각하고 그를 생각하며 희망을 갖고 결혼을 꿈꿨다.
김형제는 모임때 종종 자기네집 이야기를 늘어 놓으며 사람들이 자기네집이 잘 산다는 걸 알아줘서 인정받기를 원했다. 자기네집은 150평 복층의 고급빌라 3층에 살고 있는데 자기집을 제외하고 다른 집들은 다 전세로 살고 있다는 내용을 은근슬쩍 내비쳤고 탈렌트 누구 이름을 거론하며 옛날에 선 들어 왔는데 지금 이렇게 뜰 줄 알았다면 만났을 걸 그랬다며 말했다. 그래서 사람들이 왜 유명 연예인이 오빠랑 선을 보나 이런 생각을 자아내게 만들었다. 그리고 또 나랑 집에 가는 길에 차 안에서도 국회의원 딸인데 선이 들어 왔다며 “나는 교회 사람 아닌 사회 사람과 결혼해야 할 것 같애“라고 했던 적도 있었다.
사실 김형제는 내가 이상형으로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면 리더쉽 빼고는 어떤면도 일치하지 않고 거리가 한~~~~참 멀었다. 너무 우유부단하고 선이 없는 펌퍼짐한 스타일이었다. 나는 우리 아버지와 내 동생처럼 아무도 만만하게 볼 수 없는 강하고 선이 있는 똑똑한 남자 그리고 좋아하는 여자에게 적극적으로 매력을 어필할 줄 아는 사람을 선호했고 항상 어디를 가든 그런 사람과 결혼할 거라고 말했었다. 그는 사실 완전히 반대였다. 하지만 그가 나에게 특별한 관심이 있다는 것을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여자의 직감이랄까..그러면서도 어쩌다가는 진짜 모두에게 잘해주는 그런 우유부단한 바람둥이 왕자스타일인가..란 생각도 들었다.
다음날, 예배시간때 홍언니가 춥다고 했더니 자기가 입고 있던 양복 재킷을 바로 벗어서 입으라며 어깨에 걸터주었다. 홍언니는 김형제 옷을 입고 자랑이라도 하는 듯 예배시간 뿐 아니라 이어지는 복음교리 시간에도 계속 입고 있어서 많은 자매들의 시선을 자극했다. 교회에 전혀 관심이 없고 적극적이지 않았던 홍언니는 그가 나오는 모든 모임에 참석해 적극적으로 협조하는 척했다.
목사님과 접견하는 시간을 가졌는 데 그의 집의 재산이 많고 아버지가 정치계에 있다는 것과 성격도 좋고 괜찮은 형제같다고 말씀하셨다. 하지만 그는 좋아하는 걸 들키기 겁나서 그러는 건지 점점 소극적인 태도로 임해서 그의 진짜 속마음을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난 오빠같이 활발한 성격의 남자를 좋아해"라고
내가 몇번 관심을 표현할 때는 적극적으로 임하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 또 무심한 그의 태도에
끌리다가 동시에 지쳐가기도 했다.
아이들 콩쿠르와 입시생 레슨 때문에 밤 12시 30분에 일을 마치고 광화문역에서 택시를 잡기로 했다. 불금인데다가이미 종로에서부터 택시를 타고 오는 사람들 때문에 택시를 잡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막상 혼자 타고가려니 너무 무섭기도 했다. 그래서 김형제에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테스트를 해보기로 마음먹었다. 늦은 시간임에도 내가 불러서 온다면 그 사람은 날 좋아하는 것이고 아니면 나한
테 그다지 관심이 없어서 여태까지 질질 시간만 끌었구나 . . 결정하기로 했다. 그래서 전화를 했는데 그는 회식중이라고 조금 늦을 거라고 30분만 기다리라고 했다. 그래서 알겠다고 전화 끊고 “그래..! 이 형제는 나를 좋아하는 게 틀림없어!”라고 생각하고 역 안으로 들어가 기다리기로 했다. 그런데 50분이 지났는데도 안 와서 다시 걸었더니 안 받았다. 회식중이라서 혼자 빠져 나오기가 힘든 가부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10분 뒤 그에게서 전화가 왔다.
“설마 아직도 기다리는 건 아니지?”
나는 무슨 얘길 하는 건가 “뭐라고??” 했다.
“아직도 기다리고 있는 거야? 난 네가 갔는 줄 알았어..” “오빠가 기다리라고 했으니까 기다리는 거지..가긴 왜 가!..못오겠다고 하면 처음부터 기다리지 않았지!”라고 하면서 도무지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 그 사람 언행에 기가 막혀서 “오빠는 상식이 없는 사람이구나..더 이상 얘기할 가치가 없다! 전화 끊자!”하고 바로 택시를 잡으려고 나섰다. 금요일이라 종로에서 손님들을 다 태우고 오는 택시밖에 없어서 이러다 진짜 집에 못가는 게 아닌가 하고 두려웠다. 택시아저씨가 무섭다는 생각보다는 집에 못갈까봐 노심초사하고 30분가량 버티다가 겨우 택시잡고 집으로 향했다.
택시 안에서 김형제에게 당했다는 너무 억울한 감정들로 가득 찼다. 도저히 정말 말도 안되는 그의 상식에서 벗어난 행동이 날 너무 충격에 휩싸이게 만들었다. 조금 늦는다고 기다리라고 해놓고 기다렸더니 어떻게 하는 말이 “너 설마 아직도 기다리고 있는거야? 난 네가 간 줄 알았어!” 너무 기가막히게 상식이 없는 사람임에 틀림이 없다“생
각하고 고개를 강하게 흔들며 ”이 사람은 아니다. 확실히 이상한 사람이다. 이제 완전히 끊자“ 속으로 되내였다. 창밖을 바라보며 한편으로는 ”집으로 잘 가고 있구나.. 도중에 이상한 길로 새는 건 아니겠지“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