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저기서 선이 많이 들어와 만남의 자리를 가졌다. 그러나 모두 나에게는 시시콜콜한, 끌리지 않는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지적인 척 미술관 얘기나 하고 “아버지는 뭐하세요?”라고 묻는 정말로 재미가 너무나도없는 사람들이었다.
내가 다녔던 교회에는 비정상적으로 이상하리만치 형제가 없었다. 자매들은 노처녀 언니들도 많았지만 젊고 예쁘장한 동안 외모에다 자기 일에 대한 나름대로 목표를 가지고 사는 사람들이었다. 싱글모임을 많이 갖는 여느 교회 자매들과는 다르게 예배드리는 안식일 외에는 싱글끼리 모이는 시간을 가지지 않았고 다른 교회에 싱글들과도 교회정규 모임을 갖는 것 외에는 아무런 흥미가 없었다. 한마디로 안식일에만 충실히 예배 드리고 가는 식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느 청년이 들어 왔다. 나랑 한 살 차이인 김정모라는 사람이다. 처음 오자마자부터 자매들 사이에서 눈에 띄었다. 한마디로 자매밖에 없던 교회에 형제 한 명이 들어 오니 그는 모든 자매들의 표적이 되었다. 또래 혜진이가 어떤 형제가 다음주에 너네 교회에 올거라고 했다. 그녀가 말하길 "정모 개는 신앙이란 존재하지 않어..그냥 재미로 교회를 다니는 거지..."라고 사람들 사이에서 소문이 난 사람이라고 했다.
그는 오자마자 싱글모임을 이끄는 대표로 선발되어 여태 한번도 없었던 싱글모임을 활동적으로 계획하고 준비하고 일일이 자매들한테 다 전화를 걸어서 모임에 나오라고 적극적으로 나섰다. 그래서 안식일 모임 외에는 전혀 무관심 했던 자매들 까지도 뭔가 이벤트가 있나 싶어서 모두 나왔다. 그 후 계속적으로 싱글모임은 활발히 이루어져서 여기 저기 다니며 활동을 늘려갔다. 그 형제는 나에게 아주 많은 관심을 보였다. 서대문구에 있는 대학원과 시간강사 수업이 끝날 즈음 되면 매일같이 문자해서 데리러 온다고 했다. 그래서 나도 점점 그에게 관심이 가고 연락이 기다려졌다. 일주일에 3번 이상은 꼭 그렇게 했다. 그리고 얘기를 나누며 부암동인 우리집까지 데려다 주고는 차로 5분 거리인 자기집 평창동으로 향했다.
어느 날, 싱글모임을 하는데 그가 늦게 온다고 연락왔다. 그래서 자매들끼리 동네 신상 카페에 대해 얘기하고 있는 데 5살 연하인 미경이가 말했다. "나 퇴근하고 정모오빠 차 타고 집에 가는 길에 저 집 케이크가 맛있다고 소문났다고 하니 오빠도 배고프다면서 들렀는데 초코케익 진짜 맛있더라." 마치 자기만 특별 대우 한다는 식으로 우쭐대며 말하고 있었다.
그 순간 깨달았다. 성격이 우유부단하고, 좋아도 너무 좋은 사람이라 혹시나 했는 데, 역시나 였다.
그는 모든 자매들 퇴근 시간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고 그날 그날 자기 기분대로 선정해, 연락해서 기사 역할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목사님과 나는 접견하는 시간을 가졌다. 어느 새 28세가 된 나. 정년기인데 지금 안 만나면 금방 서른 된다고 하시면서 김형제는 어떨까 하셨다. 그는 아버지 사업을 이어 건축 회사 대표라고 했다.
그 형제에 대해 내가 갖고 있는 감정을 솔직하게 대답했다. 만약 그와 사귀게 되면 모든 자매들한테 너무나도 잘해주기 때문에 제가 상처를 심하게 받을 것 같다고 했다. 목사님은 모든 남자가 그렇듯, 당연히 그 형제도 자매한테 특별한 감정을 갖고 있을거라고 했다.
같은 남자로서 남자는 마음에 없는 여자에게 그렇게 다정하게 대하지 않는다고 했다. 학교에서 나가는 학생 성적표까지 도와준다고 하는 남자는 없다고 했다. 그런데 그는 그야말로 모든 자매에게 똑같이 관심 있는 듯 잘 대해주는 건 왜 그러는 것인지 물었다.
목사님이 김형제를 불러 나의 관해서 묻고 또 다시 나를 부르셨다. 혹시 교회에 마음에 드는 자매가 있냐는 질문에 씨익 웃기만 했다고 한다. 그리고 나에 대해 물으니 자기한테 너무 과분한 자매라고 했다고 한다. 그래서 먼저 연락 취해서 사귀어 보라고 했다면서
이제 나이도 있으니 아무 자매한테나 잘해주지 말라고 하니 알았다고 대답 했다고 한다.
그 형제는 그 다음날 문자로 영화보자고 했다 그와 나는 토요일에 종로에서 만나 영화를 보고
밥을 먹었다. 평상시 모임 때와 다를 게 없는 분위기에서 편하게 대화를 나누었다.
그가 나한테 특별히 잘해주는 듯 보이면 미경이라든지 다른 어린 자매들이 몹시 질투했다. 김형제가 교회에 오기 전 한없이 착했던 자매들도 나만 보면 인사도 안하고 피하면서 얼굴에 기분이 몹시 안 좋다는 걸 드러냈다.
무뚝뚝한 노처녀 언니들도 그 형제에게 관심을 보이며 자주 대화를 하고 연락을 취했다.
다음 모임 자리에서 노처녀인 홍언니가 김형제에게 “너가 나 태우러 회사 앞에 온 날....”하며
또 다시 친한척을 했다. 그렇다. 이 사람은 모든 자매들의 퇴근 시간을 정확히 알고 있고. 심지어 매일 다른 내 스케쥴도 수첩에다가 기록해 놓는 게 분명했다.
하지만 나를 태우러 올 때, 나와 함께 있을 때, 나와 통화할 때 특별히 나에게 관심있는 건 사실인 듯 했다. 모든 자매들한테 친절한 건 알고 있지만 다른 감정은 없다는 걸 느낄 수는 있었다. 하지만 싱글이고 결혼 정년기인 하나밖에 없는 김형제를 모든 자매들이 가만히 놔둘 리는 없는 일이었다.
모두가 그와 친해지려고 부단히 노력을 했고 김형제 또한 그 모든 응답에 받아주는 듯했다. 물론 김형제가 먼저 손을 내밀어 주니 자매들이 달려들 수 있는 거겠지 말이다.
김형제가 집에서 삼겹살 파티를 한다고 싱글들을 초대했다. 홍언니는 교회에서 메번 식사할 때도 식사만 할뿐 뒷처리는 나몰라라하고 멀리 아무도 없는 방가서 혼자 신발 벗고 조용히 앉아 있곤 했던, 개념 없는 사람이었는데 형제 부모님한테 잘보이려고 사과와 칼을 냅다 집으며 깎아 접시에 예쁘게 놓았다. 다들 그런 행동을 하는 홍언니를 보며 아주 신기한 듯 계속 그 언니만 쳐다보았다. 그렇게 유일한 남자인 그는 그날도 어김없이 자매들 집에 다 데려다 주며 일과를 마쳤다. 어떻게 알았냐고? 이제 집에 들어 왔다고 나한테 문자했다. 그래서 답장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