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즉 삶이다
오랜만에 호메로스의 작품들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를 줄곧 읽었다.
일반적으로 그리스를 생각하면 무엇이 떠오르는 가.
철학하면 소크라테스가 떠오른다.
또한 문학과 예술을 빼고는 그리스를 말할 수 없다.
그리스인들은 사랑을 떠나서는 인간의 삶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하였다.
또한 사랑을 얘기하자면 비극이 빠질 수가 없다.
사랑은 언제나 비극의 씨앗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작가들은 비극을 통해서 삶을 설명하려 하였고, 사랑으로 말미암은 갈등 그리고 인간의 고뇌로 인간사의 진리를 밝히려고 했다.
사랑을 하게 되면 자꾸 보고 싶어진다. 그러면 손도 잡아보고 싶고 더 나아가 입맞춤도 한다. 그리고 서로의 몸을 만지고 애무하며 관계를 갖게 된다. 그리고 새로운 가족이 탄생한다.
그러한 중에 서로 질투하고 미워하고 복수하는 가운데 비극이 펼쳐진다.
원초적 시대에는 이러한 관계가 자유분방했다.
하물며 근친상간이 성행하였던 시대였다.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이런 자유로운 성관계는 많은 문제와 비극을 초래할 수밖에 없었다.
아들과 아버지가 한 여인을 두고 사투를 벌였고 형제끼리 한 핏줄인 자매를 두고 싸움질을 벌였다.
비극적인 혈투의 주인공은 언제나 여자였다.
여자에게는 사랑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사랑을 위해서라면 그 어떤 것도 버릴 준비가 되어 있었다.
여자는 사랑이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존재였다. 그래서 일부다처제도 허용한 것이 아닐까란 생각도 해본다.
남자들은 여자를 가까이 두고 계속해서 관심과 사랑을 보여주어야 여자의 마음이 안정된다.
남자는 시각적으로 사랑을 느끼지만, 여자는 남자의 손길 즉 피부에 닿는 스킨십으로 사랑을 느낀다.
비교적 가까이 살면서 계속적으로 스킨십을 해주는 상대가 여자의 사랑을 얻을 가능성이 크다.
남자는 씨앗을 퍼뜨리기 위해서, 여자는 씨앗을 키워 생산하려는 자연의 의지에 충실하였다.
동물적인 삶을 살던 이들이 문명이라는 것을 이루면서, 인간의 규율을 만들어 살면서부터 비극은 벌어졌다.
그리스 역사상 모든 사건들은 사랑의 문제로 인하여 발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사랑은 언제나 커다란 역사를 자랑한다.
위 두 작품도 역시, 한 남자가 한 여인을 사랑하여 납치한 사랑 사건으로부터 시작된다.
아킬레스가 죽은 뒤 오디세우스는 목마를 만들어 트로이 성을 함락시킨다. 그 뒤 오디세우스의 귀향길은 유달리 험난하였다.
그는 10년간의 걸친 트로이 전쟁을 승리로 이끈 뒤, 귀향하는 길에서 다시 10년간을 바다와 여러 섬들을 헤매며 온갖 유혹과 고초를 겪어야만 했다.
가까스로 집에 찾아오는 데 거기에는 그의 부인 페넬로페에게 구혼을 하는 남자들이 모여 있었다.
페넬로페는 온갖 유혹에도 불구하고 정절을 지키며, 남편 오디세우스를 기다리며 외로움과 괴로움을 견뎌내야만 했다.
온갖 꾀를 동원하여 그들의 구혼을 미루어 가다가 마지막에는 오디세우스가 죽었음을 겉으로 인정하고, 그의 시신을 짜서 장사 지낼 수의를 만들겠다는 명분으로 가는 실로 폭넓은 베를 짜기 시작한다.
수의가 완성되면 그때에 한 남자를 선택하여 결혼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녀는 낮에는 하루 종일 베틀에 앉아서 베를 짠다. 그러나 베가 짜여짐은 곧 그녀의 결혼날짜가 다가옴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밤에는 횃불을 밝히고 낮에 짠 베를 도로 푼다.
무려 3년 동안이나 이렇게 행했다.
구혼자들이 눈치채지 못할 이유가 없는 너무나도 기나긴 시간이었다.
더욱이 하녀가 베짜기의 비밀을 구혼자들 중 가장 유력한 안티노스에게 알려 주었기 때문이다. 4년째 되던 해 페넬로페는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시점에 도달하였는 데, 그때 짜잔 하고 오디세우스가 귀환한다.
그는 50명이나 되는 적과 구혼자들을 모조리 죽인다. 그리고 마침내 20년간이나 생이별을 하였던 아내를 만난다.
있을 수 있는 이야기 일까.
주홍글씨가 어쩌면 현실 같은 삶의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리스에서는 신이나 인간이나를 막론하고 사랑을 중요시하였다.
그 어떤 권력이나 부 보다도 사랑을 택하였고 실제 사랑 때문에 목숨을 바치기도 하였다.
그들에게 사랑은 울고 웃고 슬퍼하고 아파하고 비참해하고 괴로워하며 죽고 죽이는 삶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언제나 비극을 낳기 마련인 이 죽일 놈의 사랑이라..
인간이 살면서 비극이란 걸 많이 당하기도 하지만, 마지막 한 번쯤은 비극 없이 사랑만이 가득한 인생을 살아 본다면 삶에 있어서 성공한 거라고 생각해도 되지 않을까.
아니면 한편으로는, 각자의 힘겨운 시련들을 이겨내고 끝내 결실을 맺은 사랑만이 진짜 아름다운 사랑일까.
그래서 사랑은 노력이다.
노력 없이는 사랑이란 걸 이룰 수가 없다.
비극적인 사랑에 대한 경험이 없는 사람은, 사랑이 어려울 수밖에 없고 그렇기에 삶 자체가 어렵고 힘들다.
사랑을 해봤다면 비극을 경험했을 것이며 그렇기에 아파했을 것이다. 그런 아픔을 겪고 난 뒤에는 반드시 성장이 따른다.
삶은 수많은 비극들로 이루어져 있다.
비극 없는 삶은 없다.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란 말이 있다.
참으로 맞는 말이다.
지금도 이렇게 힘들게 하는 데 앞으로는 얼마나 더 힘들게 할까.
아니면 지금 이렇게 힘들게 하니 앞으로는 잘해 줄까. 그건 아니라고 본다.
"너무나도 비극적이어서 이 사랑은 아름답다"라고 생각될 수 있다면 진짜 사랑이니 밀고 나가라고 말하고 싶다.
하지만 처음부터 힘들어서는 아니 된다고 말하고 싶다.
사랑이란 건 너무 힘들면 금세 감쪽같이 변해 버릴 수 있는 게 또한 사랑이다.
"사랑" 마다 성질과 수준이 다르기에 한마디로 정의 내릴 수는 없겠지만
지금 힘든 사랑을 하고 있지만 그 사람을 생각했을 때 "내 인생을 올바르게 인도할 사랑"이 떠오른다면 그것은 참된 사랑이오.
그 사람을 생각했을 때 "힘에 겨운 사랑"을 떠올린다면 내 인생에 불필요한 사랑이니 빨리 접기를 간절히 바란다.
"너무나도 슬퍼서" 아름다운 사랑이 아닌
"반드시 있어야" 행복할 수 있는 그런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를 써 내려가 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