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이 지나도 매일같이 목 빠지게 기다리는 비자는 소식이 없다. 아버님은 걱정하지 말라며 “너무 빨리 나오면 재미없잖아”하며 위로하셨다. 빨리 그와 합해서 살고 싶은 간절한 마음뿐이었다. 매일 저녁이면 그에게서 전화가 와 통화를 했다. 오빠는 늦은 밤이었다. 통화의 내용은 미국의 분위기. 미국 오면 할 리스트들. 미래의 꾸밀 가정이야기 등 설레는
마음과 한시가 급한 마음뿐이었다. 너무나도 간절히 가고 싶었다.
내가 치즈를 좋아하니 치즈팩토리를 가자고 했다. 미국 오면 제일 먼저 할 일은 마사지받고 쇼핑하고 결혼 준비하고 가구 사고 등등.. 온통 설레고 빨리 가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한편 금방 나올 줄 알았던 비자는 너무나도 안 나와 인내심 테스트를 했다. 시아주머님이 비자 현황에 대해서 알아보셨다. 아직 좀 더 기다려야 한다고 하셨다. 내 생일날 부모님과 아버님과 함께 레스토랑 가서 식사를 했다. 그리고 작은아버님의 아들인, 임명이 오빠와는 사촌지간이고 내 동생과는 학교 동기이자 선교사업도 훌륭하게 같이한 미국 사는 시동생부부내외가 한국 와서 큰아버지댁에 방문했다고 한다. 부인이 냉장고 청소를 싹 다 해놓고 갔다고 한다. “우리 율이는 절대 그런 거 할 사람 아니야.. 공주라서 떠받들어 주길 원하지 그런 건 절대 안 해.. 우리 임명이 엄마랑 같아요 성격이 똑같아서 공주처럼 떠받들어 줘야지 살 수 있는 사람들이야..”라고 하셔서 모두가 웃음바다가 터졌다. 아버님은 나에 대해 너무나도 잘 알고 계셨다. 임명이 오빠와 데이트를 할 때도 오빠는 내 성격에 대해서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난 이미 율이 성격을 알아.. 우리 엄마랑 똑같아..!”라고 했다. 오빠는 내 생일날 신용카드를 주었고 난 백화점 가서 예쁜 원피스를 사고 입은 사진을 보내주었다. 아버님 컴퓨터에는 내가 오빠에게 보낸 옛날사진들이 주르륵 있었다. “율이 옛날에는 더 이뻤네..!”하셨다.
동생이 방학 때 매형네집에 놀러 가면 어떻겠냐고 해서 매형과 바로 스케줄 짜고 둘이 맨해튼부터 캘리포니아까지 여행하며 할리우드도 가고 허심탄회하게 시간을 보냈다. 지역에서 가장 학군 좋은 동네에서 산다. 미국집 영상으로 찍어 보내어 얼마나 깨끗하게 사는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한국민속촌 가서 우리 둘의 웃으면서 나온 사진이 거실 소파 위에 큰 액자로 걸려있었고 냉장고에는 같이 찍었던 수많은 사진들이 불어있었다. 그 이후에도 성격 좋은 동생은 할머님께 안부 인사를 드렸다. 얌전하신 어머님이 동생한테 쑥스러워하시며 용돈을 주셨다. 매형은 약속은 칼이라며 미국 가면 사용할 내차를 빌려 주어 타고 다녔고 직장에서 출발하여 약속한 시간을 칼처럼 지켜서 왔다고 한다. 또한 할머님의 요리 솜씨가 대단하시다고 한다. 어머니가 궁합을 보셨는데 이처럼 잘 맞는 궁합은 난생처음 본다고 모든 게 다 찰떡궁합이라고 했다고 한다.
인연이 아닌 사람들은 상대방의 가진 것을 열심히 세며 더 많은 걸 바라고 때론 불평도 잦다.
인연인 사람들은 상대방이 이미 너무 많은 것을 가졌다고 흡족하며 풍족함에 감사해한다.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성장하는 것. 서로를 겁먹게 하지 않으면서 변화하고 삶을 공유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