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사님의 도움으로 미군 부대 마을로 가서 영사분을 만나 비자가 왜 거절되었고 앞으로 어떻게 하면 좋을지 알아봐 주셨다. 그분은 약혼비자를 신청하여 약 6주 정도 걸린다고 했다.
금방 갈 수 있다는 마음으로 매일 오빠와 통화하며 미국에 와서 운전면허 따고 등등 내가 해야 될 일들과 내가 하고 싶은 일들에 대해서 대화를 나누었다. 나는 공부를 더 하고 싶다고 해서 학교를 알아봐 주었고 미국 가자마자 바로 입학하기로 했다.
우리 가족과 시댁 가족들은 자주 만나며 담소를 나누었다. 아버님은 우리 부모님에게 “저랑 새벽기도하고 나왔을 때 율희가 임명이 오빠를 만나기 위해 그동안 1년간 금식하며 교회 가서 기도드린 것 같아요~! 란 말에 내 딸이었으면 볼에다 뽀뽀하고 싶었다”라고 웃으면서 말씀하셨다.
아버님 미국에 마중 가기 위해 인천공항에 만나서 내 큰 여행가방 2개에다가 미국 가서 한 계절 입을 옷을 실어 드렸다. 아버님은 “율아 넌 뭘 젤 갖고 싶니?” “사람이 마음에 들면 뭐든지 다 해주고 싶다. 난 싫
어하는 사람은 진짜 싫은데 좋아하는 사람은 정말 잘해준다”
“율아 너 옷 입는 거 정말 마음에 든다. 이렇게 단정하게 입어야 해..”
“너 손금 좀 보자 임명이 한 테 물어봐라 내가 얼마나 손금을 잘 보는지.. 난 기가 막히게 보는 사람이야 “하시면서 내 손을 들여다보셨다. “그래.. 모든 게 끝났다. 힘든 건 다 끝났어..” 하시며 고개를 끄덕이셨다. 미국 가기 전 아무도 만나지 마라 집에만 있거라!
다른 내외분들께서도 마중 나오셔서 같이 공항 일식집에서 식사를 했다
내가 국제카드 사가지고 온다고 떠나자 “우리 며느리 어때?”물어보셨다. 그분들은 엄지를 척 들며 “최고예요!”라고 웃으면서 말씀하셨다. 아버님은 동네를 다 다니시며 우리 며느리 자랑과 소개를 하셨다. 친구들 만나실 때도 우리 며느리라며 소개하셨고 모두들 미스코리아 진이냐고 하셨다. 신한은행 임원들과도 “우리 며느리 미국 갔다 오면 잘해주셔야 해요!”라고 하니
그분 중 한 분이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세요 잘해준다는 게 뭘 잘해주라는 말씀이신지 알아야 잘해드리죠” 웃으면서 물어보셨다.
아버님은 미국에 바로 가게 될 줄 알고 직장을 그만두게 한 것을 미안해해 월급에 가까운
200만 원을 용돈으로 매달 보내주셨다. “며느리는 누구 사랑?”하며 흐뭇하게 웃으시며 나를 안겨주시며 사랑을 확인시켜주셨다.
아버님은 미국 가셔서 며느리가 오니 거실 바닥을 새것으로 깔았다고 하셨다. 내 동생이 방학 동안 매형 집에 먼저 가서 매형과 함께 할리우드 등등 다니며 여행을 즐겼다. 둘은 성격이 비슷하고 센스 있고 때론 모험적이고 남자다운 면이 있어 잘 어울렸다. 선교 사업 때도 둘 다 리더십을 지닌 촉망받는 선교사로 각 선교지역에서 훌륭하게 봉사했다.
나는 교회 가서 남편이 지도자가 될 사람이어야 한다고 기도드렸었다. 임명이 오빠를 볼 때마다 오빠의 미래의 모습이 훤히 보였다.
6주가 지나고 세 달이 지나도 미대사관으로부터 아무 소식이 없었다. 어쨌든 1순위가 미국 시민권자와의 결혼이고 2순위가 이민 3순위가 유학이니 대기가 엄청 길어서 늦는다고 했다. 하루빨리 미국 가서 오빠랑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밖에는 없었다.
오빠와 나는 서로가 100% 이상형이었다. 미국 와서 내 친구들한테 물어봐. 다 같은 말을 할 거야.. 진짜 100% 이상형이라고.. 나는 말을 안 했지만 오빠도 나의 100% 이상형이었다. 해결사에다 인내심 많고 똑똑하고 똑 부러지는 칼 같은 성격에다 흐지부지하다 말거나 싱거운 게 아니라 선이 굵고 아무도 함부로 건드리지 못하는 아우라가 있고 선택을 야무지게 잘하는 성숙함. 기면 기고 아니면 아닌 더 이상 미련 없는. 그 사람은 남자다. 우리 집안과 그의 집안은 분위기가 비슷하다. 난 이 세상에서 우리 아버지가 제일 무서운 사람인 줄 알았는데 시아버님도 제일 무서운 호랑이 같다.
하나님이 정말 살아 계시다는 걸 다시 한번 새삼 깨달았다. 그게 바로 간증이다.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간증. 내가 기도를 안 했더라도 운명적으로 천생연분이라 만날 수밖에 없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때가 되면 저절로 만나게 되는 주님의 계획안에서 시기에 맞게 만나게 해 주셨다. 어차피 꼭 만나게 될 인연들이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렇게 힘들지 않았을 텐데.. 괜한 헛고생하며 마음조이며 하루하루 나를 인정해주지도 않는 사람들 때문에 괜히 아프게 시간낭비하며 고생했네.. 란 생각이 들었다. 그 사람들은 사람을 볼 줄 모르고 무조건 자기네 집이랑 격을 맞출 수 있는 집을 원한다는 건 지금 생각해 보니 너무 상식이하였다. 얼마나 잘났다고.. 너무나도 헛웃음이 나온다. 정말 사람을 볼 줄 모르는 불쌍한 사람들이구나.. 난 이렇게 재벌가집안한테 사랑받으며 결혼할 사람인데 괜히 말도 안 되는 나랑 어울리지도 않는 사람들에게 쩔쩔맸 쓸까..
하루는 사회사람이랑 결혼해야할 것 같다..또 어떤날은 국회의원 딸이랑 선본다. 다음에는 또 아빠가 원하는 집안의 여자랑 선본다..등등 마치 드라마에 나오는 재벌집 아들과 가난한 여자의 사랑이야기 하듯 꼴깝을 많이 떨었지.
그래! 그땐 몰랐으니까.. 내가 너무나도 겸손했지..
이렇게 빛날 존재였는데.. 그땐 어리석게도 몰랐으니까.. 정말아~~~ 무 것도 아닌 사람들.. 내가 무시했어야 하는 사람들이었는데.. 내가 왜 그걸 몰랐을까.. 너무 당한 데에 속이 상하고 약 오르고.. 왜 그 사람들을 크게 생각했을까.. 정말 한심하고 어리석다.
주님이 나를 높여 주신 거다. 미국 가면 내 이야기를 간증해야지.. 주님은 정말 살아계시고 주님의 사랑하는 자녀를 드높여주신다. 아무도 함부로 감히 못하게. 그들을 부끄럽게 만드셨다. 한마디로 꼴값 떨며 나에게 으스대었던 그 몹쓸 사람들. 한 번에 꼼짝 못 하게 만들었다. 통쾌하다. 이것이야말로 진짜 통쾌하다는 생각이 든다. 하나님은 그들에게 벌주시고 나를 드높여주셨다. 그래서 사람은 함부로 남을 무시해선 안된다. 나에겐 주님의 그 무엇보다도 강한 힘이 있었다. 주님의 힘으론 모든지 다 할 수 있다. 상황이 완전히 역전되었다. 완전히 뒤 바뀐 거다. 정말 샘통이다. 이제야 자기네들이 얼마나 낮은 위치에 있는 불쌍한 사람들이라는 걸 알겠지.. 감히 나를 쳐다볼 수도 없는 존재였다는 걸 알겠지.. 불쌍한 사람들.. 하나님은 분명 원수를 드러내어 갚아주신다. 그동안 내가 그 사람들한테 받은 온갖 수모들.. 한꺼번에 싹 다 갚아주셨다. 어리석고 한없이 낮은 사람들..
하나님은 현명하다고 생각되는 자들을 부끄럽게 고개도 못 들게 만드신다. 내가 왜 그런 사람들한테 신경 쓰며 마음조이며 크게 생각했을 까.. 나랑 될 수 없는 말도 안 되는 존재들인데.. 쳐다도 볼 필요가 없는 사람들인데.. 어깨에 힘주며 나를 내려 봤던 사람들. 이제는 내가 그들을 아래로 내려 본다. 그들은 감히
고개를 쳐들어 날 쳐다도 못 보지.. 지금 아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사랑은 한 번에 대체되는 듯
하지만 사실은 서서히 식어가서 다른 대상이 들어올 자리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내가 멀어지려고 마음먹지 않아도 멀어질 사람은 자연히 알아서 멀어지는 법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