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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진 Jul 31. 2022

마음을 위한 영양제, 챙겨 드시나요

나이가 들수록 챙겨 먹는 영양제의 종류가 늘어간다. 한정식 반찬의 가짓수를 따라잡을 기세다. 영양제를 입속으로 털어 넣는 행위는 마치 토속신앙 같다. 내 몸을 위한다는 굳건한 믿음 아래 행해지는 제례다. 제례에 필요한 영양제는 다양하다. 반드시 먹어야 한다는 유산균과 비타민, 오메가 3을 비롯해 학창 시절 주기율표에서나 보던 마그네슘, 아연 등에 이르기까지. 검지 손가락 한마디 크기의 화합물들을 먹으며 내 몸의 안녕을 빌고서 하루를 시작한다.


몸은 현대인의 주된 관심사 중 하나다. 미용, 뷰티, 헬스케어 산업은 그 어느 때보다 호황이며 몸을 챙기고 가꾸기 위한 소비는 필수불가결하게 여겨진다. 남는 건 건강뿐이라는 격언을 몸소 실천하기 위한 우리의 노력은 계속해서 커져만 간다.


몸을 위한 투자가 활황인 시대에 영양제와 건강보조식품은 가장 기본이 된다. 장 건강을 위한 유산균, 피로 해소를 위해 홍삼, 혈관을 맑게 해주는 오메가3. 마치 주식, 채권, 부동산, 비트코인 등 재테크 포트폴리오를 짜듯 내 몸 적재적소에 필요한 영양제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다.


이 영양제 포트폴리오로 우리가 얻는 수익률은 눈에 잘 띄진 않는다. 영양제를 먹고서 금세 몸이 좋아지거나 하진 않는다. 다만 꾸준히 먹다 보면 좋아질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에 지속적으로 영양제를 챙겨 먹고 있다. 이렇게 몸을 챙기는 게 굳건한 신앙이 되고 투자가 된 사이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게 있다. 몸속 마음이다. 지난해 6월 OECD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팬데믹 이후 우리나라의 우울감 확산 지수가 36.8%를 기록하며 OECD 국가 중 당당하게 1위에 올랐다. 부정적인 분야에서 OECD 톱클래스를 다시 한번 거머쥐었다.


출처: 문화일보

위 그래프를 보며 씁쓸했다. 그 어느 때보다 우리에게 마음을 위한 영양제와 보조식품이 필요해 보인다. 확실한 개선이 아니더라도, 적어도 마음을 나빠지지 않게 할 그런 영양제 말이다. 그렇다면 무얼 마음속으로 털어 넣어야 할까? 아니 그것보다 내가 내 마음이 어떤지는 잘 알고 있을까? 내시경으로 들여다볼 수도 없는 노릇이고. 수억 개의 알갱이로 흩어져 내 몸 구석구석에 닿는 영양제처럼, 우리의 마음에 알알이 퍼져나가는 영양제가 무엇일까.


내게는 두 가지 마음의 영양제가 있다. 책과 글쓰기다. 이 두 가지 영양제의 세부 종류는 다양하다. 자기 계발서를 읽으며 느슨해진 삶을 팽팽하게 잡아당기고, 소설에선 주인공의 삶을 경험해보며 한 번뿐인 내 삶의 세계관과 선택을 확장해보고, 에세이를 읽으며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에 공감하고 위로받고 용기를 얻는다. 글쓰기 역시 다양한 효과가 있다. 일기를 쓰며 반복되는 일상에서도 의미있는 일을 되새겨길 수 있게 됐고, 에세이를 쓰며 나만의 생각과 감정을 가지런히 정리하는 연습을 한다. 무엇보다 이렇게 글을 쓰며 내면을 표현하고 타인과 교감할 수 있다는 게 글쓰기라는 영양제의 가장 큰 복용효과다. 이 두 가지 영양제를 복용하면서 내 마음을 '진단'해볼 수 있게 됐다. 덕분에 마음에 생채기가 나고 미열이 올라도 금세 딱지가 가라앉고, 식은땀이 난 뒤처럼 마음이 가볍고 경쾌해진다.


마음을 위해 무조건 책과 글쓰기를 권유하는 것은 아니다. 얘네한테 리베이트 일절 받지 않았다. 안 먹고 산다고 해서 전혀 문제없는 것들이다. 그저 내가 좋아서 자발적으로 꾸준히 챙겨 먹는 마음의 영양제일 뿐이다.

마음을 위한 영양제를 꾸준히 복용하기 위해서 먼저 해야 할 일이 있다. 우리 자신이 스스로의 가장 좋은 친구가 되어야 한다. 내 마음이 하는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돌봐주어야 한다. 그래야만 마음이 필요하고 부족한 게 무엇인지, 어떤 영양제가 필요한지 찾아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산책, 요가, 명상, 서핑, 도예, 꽃꽂이 등 나열하기 어려울 만큼 세상엔 수많은 종류의 마음 영양제가 존재한다. 저마다의 마음 영양제를 찾아내고 꾸준히 복용하는 일. 우리가 마음을 위해서 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제례이자 투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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