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사이필름의 호러 최신작! 소똥집에 놀러..올래...?
천신만고 끝에 도착한 소똥집.
마사이 가족은 우리를 반갑게 맞아주셨다.
소똥집은 소똥과 진흙, 나뭇가지를 섞어 바른 흙집으로 마사이족의 전통가옥이다.
우리 조(나, 여성 팀원과 초등생 딸)가 머문 가정은 할머니, 아빠, 엄마, 자녀가 4명이었고 그중 한 아이는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아기였다. 마사이 엄마는 나보다 한 참 어린 십 대 후반이나 이십 대 초반의 동생으로 보였다.
그저 외국인이 신기한 마사이 아이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으며 짧은 대화를 마치고 밤이 깊어 이제 잘 시간.
(다른 집은 사촌들까지 모여들어 외국인을 구경하러 기다리고 있었다고 한다.)
밤이 되니 아프리카는 으슬으슬 추워지기 시작했고 마사이 엄마는 손님이 와서인지 아궁이의 불을 점점 키우고 있었다. 그러나 따뜻해지는 것도 잠시, 숨이 막혀오기 시작했다.
마사이 엄마가 손님들이 추울까 봐 열심히 천으로 소똥집 구석구석 틈을 막고 있었던 것.
손짓 발짓으로 그만하고 자자고 해도 웃으면서 먼저 자란다.
‘아니요, 그게 아니고요. 연기때문에 숨이 막혀요. 숨이 ㅠㅠ’
근데 또 그 말을 대놓고 할 수가 없다.
나는 필사적으로 흙벽 사이의 작은 틈에서 나오는 공기를 의지해서 간신히 숨을 쉬었다. 케냐에서 질식사로 죽는 건 아니겠지…
숨 막히는 서스펜스가 가득한 늦은 밤.
갑자기 화장실 신호가 왔다.
하필 이런 때…ㅠㅠ
그래도 오밤중에는 혼자 찾을 수가 없으니, 지금 다녀오는 것이 낫겠다 싶었다.
마사이 엄마에게 화장실에 가고 싶다고 하니, 마사이 아빠가 알았다며 일어섰다.
미안한 나는 후다닥 따라나섰다.
“어딘지 알려주면 내가 다녀올게요!”
화장실까지 같이 가주겠다면서 활짝 웃는 아저씨.
‘아니요, 괜찮다고요!!!’
친절도 지나치면 무섭다. 혼자 간다고 하는데도 아니라고 계속 앞장서서 걸으신다. ㅠㅠ
큰 일도 봐야 하고, 아저씨가 계속 따라오시니 부담과 약간의 두려움이 몰려왔다.
'저기요, 오밤중에 같이 가자는 아저씨가 더 무서워요.ㅠㅠ'
뭔 일이야 있을까 싶으면서도, 단호하게 말해야겠다는 생각이 든 나.
괜찮다고, 여기서 기다리시라고 하니 아저씨가 말을 꺼낸다.
“마이 프렌드! 하이에나즈 아 어라운드 히아.”
(my friend! hyenas are around here.)
하이…에나?!
아저씨는 밤중에는 마을에 하이에나가 돌아다니는 경우가 있어서 위험하다고 같이 가주신다는 이야기였다.
하이에나 이야기를 들으니 혼자 다녀오겠다는 말이 쏙 들어갔다.
푸세식 화장실로 안내한 아저씨는 문밖에서 기다리시고 난 화장실로 들어갔다.
사운드도, 냄새도 민망할 겨를이 없었다.
화장실을 동행해준 아저씨와 얼른 집에 돌아가고 싶은 생각 뿐.
나중에 들어보니,
어느 집에서는 집에서 먹던 얼룩말 다리를 보여주며 먹겠냐고 권한 집도,
(어떻게 얼룩말인 줄 알았냐고? 다리에 가죽이 그대로 붙어 있었거든...말발굽도..O.o)
어느 집은 잠자리로 내어준 소가죽 장판(?)이 사부작사부작 움직여 자세히 보니...
장판 밑에 바퀴벌레가 N열로 뭉쳐 민족 대이동을 하고 있었던 집도 있었다고 한다.
케냐 마사이 마을, 달빛 아래 상영작들이 서스펜스에서 호러로 넘어가고 있는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