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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loved Oct 20. 2021

누가 내 짜파티를 훔쳐갔을까?

소똥집에서 만난 킬리만자로의 표범(?!)

마사이 마을에서의 영화 같은(?) 하룻밤이 지나갔다.


소똥집에서의 아침.

일어나니 아이들은 이미 깨어나서 학교 갈 준비를 하고 있다.


우리 집 마사이 엄마는 부산하다. 어둑어둑한 아침, 호롱불을 켜고 아궁이에 불을 때면서 아침 준비가 시작된다.


케냐 마사이의 주식은 우갈리라고 불리는 일종의 백설기 같은 옥수수가루를 쪄낸 빵이다.

 

우갈리와 우유©beloved

이 우갈리와 함께 아프리카에서 많이 먹는 음식이 있는데 짜파티라고 불린다. 밀전병, 인도음식 난처럼 생겼다.

이 반죽을 화로에 무쇠 팬을 올리고 한 장씩 구워낸다.

호롱불을 켜고 화로에 구워주시는 짜파티©beloved

이 주식과 함께 짜이라고 불리는 일종의 밀크티(홍차를 우유에 우려내어 설탕을 듬뿍 넣어준다)를 함께 마신다.


인젤라도 먹었는데 이건 식은 죽 먹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밤새 매캐한 연기를 맡으면서 거의 잠을 못 잤기 때문에 아침부터 목이 칼칼했다. 가져온 생수를 혼자 먹기도 미안하고, 다 같이 먹을 양은 되지 않아서 그냥 주시는대로 먹으려고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이들과 함께 아궁이 주위에 걸터 앉아서 접시를 하나씩 손에 들고 기다리는데 이 집 고양이가 부뚜막 근처에 자리를 잡고 앉는 게 보였다.


‘여긴 고양이도 빼짝 말랐네…’

이 동네는 살찐 생물체가 없는 듯했다. 하긴.. 사람이 먹을 것도 없는데 동물들은 말할 것도 없겠지.


마사이 엄마가 갓 구운 짜파티를 내 접시에 올려주신다.

얼른 받아서 일단 뜨거운 차를 한 잔 마시고, 한 입 베어 물 생각으로 짜파티 접시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이게, 나의 짜파티와 함께 한 마지막 순간....©beloved


바로 그 순간!!!


킬리만자로의 표범과도 같이 날렵하게!

나비처럼 날아와서 벌처럼 순식간에!

고양이가 내 짜파티를 가로채 달아났다.


얼마나 배가 고팠으면 그 새를 노렸을까 싶고, 아침 바람에 겪은 이 찰나의 순간에 어안이 벙벙한 채 3초간 정지.


또한 바로 그때였다.


입에 물고 구석으로 도망간 고양이를 잽싸게 낚아채서 비 오는 날 먼지 나도록 손바닥으로 패고 있는 우리의 마사이 엄마….


괜찮다고 손사래를 치는데도 엄마는 화가 단단히 났다.


“키악~끼야아아아앙~ 니야아아앙!”

십여 대를 얻어맞고 고양이는 짜파티 쪼가리를 들고 비척비척 사라졌다.

마사이 엄마는 미안해하며,(여분이 없었으므로) 차를 권했다. 나는 이것도 충분하다고 웃어 보였다.


아침을 먹었으니 아이들은 학교에 갈 시간.

쪼로록 일렬로 서서 다녀오겠다는 인사를 한다.

저희 학교 다녀올게요!©beloved

응! 잘 다녀오렴~~하고 흐믓하게 바라보고 있는데 마사이 엄마가 나를 불러서 고개를 돌리고 몇 마디 나누게 되었다.

대화중에 생각해보니 손을 흔들어 주지 못한게 좀 아쉬웠다.

1분 쯤 지났을까? 다시 손을 흔들어주려 고개를 돌렸는데!!


읭?! 없다!


아이들은 이미 동구 밖 저 멀리까지 가버려서 새끼손가락만 하게 보인다. 마사이들은 축지법을 쓰는 것일까?

저기 얘들아~! 언제 거기까지 갔어! (줌으로 당겨서 찍어서 이 정도임;;)©beloved




저녁에 보지 못한 동네 구경을 마사이 엄마와 함께 나섰다.


소와 염소를 키우는 마사이 가정들.

소똥집 옆에 있는 염소 우리로 나를 데려간 마사이 엄마는 염소젖을 짜보라며 그 앞으로 나를 떠밀었다.


익숙지 않은 손길에 염소는 심기가 불편해 보였다.

그러더니 나오라는 젖이 아니라 갑자기!

동그란 똥들 대방출!!

갓 짜낸 우유를 기대하며 준비한 플라스틱 우유통에는

“도로로롱, 퐁! 퐁! 도로로롱~”

경쾌한 소리와 함께 갓 빚은 똥들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기겁을 하며 어쩔 줄 모르는 내 옆에서 마사이 엄마는 깔깔 웃기만 했다.


염소똥과의 사투를 마치고 동네를 돌아보니, 이번엔 엄청나게 큰 생명체들이 무리를 지어 다니는 것이 포착되었다.


그것은 바로 타조 떼. 


동네를 돌아다니는 길냥이 무리처럼 무심결에 지나쳐도 타조 떼가 보이는 흔한 마사이 동네 풍경.




마사이 가족들은 이 마을에서 그들의 문화를 지키며 평생을 살아왔다.

작은 솥 하나, 호롱불 하나, 무쇠 팬 하나.

이 단출한 살림살이를 지켜오면서도, 아이들은 좋은 교육을 시켜주고 싶어 동구 밖 멀리 이방인들이 만든 학교에 보내고 있었다.


홈스테이를 마치고 돌아와 소감을 나눴다.


“그 아이들보다 우리가 더 많이 가졌는데, 우리보다 훨씬 행복해 보여서 부러웠어요.”(초등생 팀원)


"세간살이가 내 차 트렁크에 있는 짐보다도 적더라고요. 난 뭘 그렇게 많이 가지고 살았나 싶어요."(직장인 팀원)


마음의 빈곤.

가난함의 민낯은 우리에게도 존재했다.


더 좋은 대학을 위해 밤 12시까지 학원 돌려막기로 공부하는 치열한 틈바구니에서 잃어버린 아이들답게 사는 삶.


채우고 채워도 부족해 트렁크까지 채워 넣어도 더 담을 곳이 없나 살피는 비교와 욕심들.  


많이 가져서 행복한 것이 아니라, 행복함으로 가진 것을 감사하는, 존재만으로 이미 충분하다는 그 마음이 부재해서 오는 빈곤이다.


마사이들은 현실의 빈곤에서 오는 절박함과 싸우고 있지만, 우리는 마음의 빈곤이 우리를 잠식하도록 내버려 두고 있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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