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숙인 3초, 3대를 흐르는 축복이 되어라!
마을 깊숙이 들어가니 연세가 많으실수록 마사이 기본룩에 충실하신, 마치 라이온 킹에 나오는 족장님 포스의 어르신들을 종종 볼 수 있었다.
마사이 기본룩.
붉은색이 주조를 이루는 천을 몸에 두르고 머리에는 진흙을 바르기도 한다. 큰 구멍이 나 있는 귓불을 비롯해 목과 팔에는 마사이 전통 목걸이와 팔찌 등을 칭칭 감고 있으며 타이어 등을 잘라 만든 것 같은 슬리퍼를 신고 다닌다.
처음 동네에 가서 마사이 어르신들을 뵙자 우리는 동방 예의지국 후손답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그런데 그 순간.
나이가 지긋하신 마사이 할머니가 고개를 숙인 우리 J팀장님 머리에 손을 살포시 올리시더니 3초간 눌러 얹으신다.
안수…기도 하시는 건가…?
J팀장님이 귀여우시긴(?) 하지만 머리를 쓰다듬으시기엔 좀 연식이 되셨..
키 큰 팀장님은 어정쩡하게 고개를 숙이고 이건 무슨 시추에이션인지 곁눈질로 주위를 둘러보셨다.
지부장님이 웃으며 설명해 주셨다.
“그거~마사이들의 인사법이에요~!”
마사이족 어른이 아이에게 축복을 전하는 표현으로 머리에 손을 얹는 것이 자연스러운 인사법이라고 하셨다.
물론 아이가 어른에게 하지는 않는다.
어쩐지, 어쩐지!
마을 학교에서 아이들이 고개를 숙이고 다가오는 것을 보고
‘어머 이 아이들, 한국 아이들처럼 인사성도 바르네~’
생각했던 것이 기억났다. 그리고 생각해보니 아이들이 무언가를 기다리며 머뭇거렸던 것 같았다.
우리 팀은 이 인사가 아주 마음에 들었다.
J팀장님을 필두로 해서 우리는 아이들을 만나면 곧장 이 축복의 인사로 활동을 시작했다.
아이들이 밤톨 같은 머리를 내밀면 손을 얹는다. 브로콜리같이 까실한 아이들의 머릿결이 손끝에 닿았다.
따뜻한 온기가 느껴지는 머리 위에 마음속으로 축복을 건넸다.
‘얘야, 너는 네가 바라는 것보다 더 멋진 사람이 될 거야!’
‘네가 꾸는 꿈들이 꼭 이루어지기를 기도할게!’
우리 팀에도 초등학생, 중학생 팀원들이 있었다.
마을 리더들은 우리 팀 아이들을 볼 때마다 머리에 손을 얹어주셨다. 우리 아이들도 어색함 없이 넙죽 머리를 들이미는 것이 익숙해진 듯했다.
나 역시도 홈스테이를 했던 소똥집에 갔을 때, 쪼르르 달려가 고개를 숙이니 할머니가 웃으며 머리에 손을 얹어주셨다.
손에 쥔 것이 많지 않아도 축복을 전하며 사는 이 네들의 인사법.
어른으로서 자녀세대를 축복해주는 연장자들과 어른을 공경하고 축복을 기다리는 젊은이들과 아이들의 모습이 참 귀해 보였다. 수세기를 이어온 축복의 시간일 게다.
사자를 때려잡고, 일부다처제로 아내를 심지어 빌려주기까지 하는 마사이족의 문화에 이런 면모가 있을 줄이야.
우리 어르신들에게는 명절 덕담이 있다면, 마사이 어르신들에게는 축복의 손인사가 있다.
마사이 마을에 가게 되면 어른을 찾아가라.
그리고 그분 앞에 머리를 숙이기 바란다.
수 세기를 이어온 아프리카의 축복이 이제 당신의 것이다.
또한 당신의 손으로 마음껏 마사이 아이들을 축복하기 바란다.
사탕과는 비교할 수 없는 축복이 담긴 이방인의 손길에 아이들의 미래가 바뀔는지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