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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loved Oct 24. 2021

레인 메이커를 아시나요?

rain maker - 축복의 사람들(+케냐 사파리 이야기)

룸메이트 박쥐와 함께 동고동락한 약 일주일의 시간을 마치고 센터로 복귀한 우리는 마지막 일정으로 고아원 아이들과의 만남이 있었다.  

고아원 건물벽, 천지창조를 나름 표현한 벽화 ;)©beloved
사자 옆에는 마사이가 진리지! ©beloved

부모님이 다 에이즈로 돌아가셔서 고아가 된 아이들을 위한 시설은 우리의 벽화봉사로 부족하나마 황무지 먼지 색과 어우러진 알록달록 그림이 완성되었다. 여기저기 깨진 창문을 보수하는 시간도 가졌다. 

새롭게 바뀐 숙소에서 오롯이 자기만의 가방을 가져본 적이 없는 아이들에게 하나하나 직접 이름을 쓴 책가방에 학용품을 하나 가득 넣어 선물하는 시간도 가졌다. 보너스로 머리에 손을 얹으며 축복 인사도 함께.


드디어 오지에서의 마지막 날 밤. 

제대로 씻지 못한 채, 이제 물티슈로 씻는 것이 익숙해진 우리에게 간만의 1 바가지를 초과하는 찬물 샤워는 그야말로 천국과도 같았다. 과연 떡인가 사람인가 싶은 머리도 시원하게 감을 수 있다니...

감격의 순간. ㅠㅠ

마지막 날, 석양을 보며 점프샷!©beloved

드디어 모든 일정을 마치고, 마지막 일정은 사파리 투어.


아침 일찍, 사파리를 보고 바로 나이로비 공항으로 올라가야 하는 일정.

마사이 어르신들이 아침 일찍 나와서 우리에게 목걸이며 팔찌를 걸어주시고 환송해 주시는 시간이었다.


사자를 보려면 빨리 가야 한다는 지부장님의 말씀에 우리는 부랴부랴 차를 타고 국립공원으로 출발.


케냐의 사파리라니.. 기대되는 순간이었다.

이미 내셔널 지오그라피 같은 무수한 채널과 작가들의 사진으로는 익숙한 케냐의 초원에 사는 동물들.

국립공원 입구/사파리차 타고 출바아알!©lorday

뚜껑이 열려있는 사파리 차를 타고 국립공원 안을 달리기 시작했다.

얼룩말이 길막해서 잠시 멈춤©beloved
코끼리 가족의 이동©lorday
너희 데칼코마니 찍는 거니?©lorday
너도, 머리 며칠 못 감았나 보구나....©lorday


엉덩이, 생각보다 빨갛진 않은데?©lorday 
평온한 초식동물의 세계©lorday
습지를 건너는 얼룩말 패밀리©lorday
기럭지가 길어서 기린.. 이름이 다했다.©lorday 
플라밍고 떼의 화려한 외출©lorday

사진을 잘 찍으시는 Y팀장님 덕에 눈으로 보던 장관이 사진으로 조금이나마 남았다. 

아쉽게도 사자는 우리에게 얼굴을 보여주지 않았다.


코끼리 아빠를 왕따 시키며 길을 건너는 코끼리 가족을 보면서, 삶의 애환을 느낀 아빠 팀원들의 격한 한숨을 뒤로한 채. 우리는 케냐에서의 마지막 날을 보낼 숙소가 있는 나이로비로 올라왔다. 



나이로비에 올라오니, 생각지 않게 바닥이 촉촉하게 젖는 비가 오고 있었다. 

비 오는 것을 보더니 숙소 주인분이 한 마디 건네신다. 


" 어? 비가 오네요! 여기 오신 분들이 복덩이시네!"

" 복덩이요? 무슨 말씀이신지?"


우리가 머문 시기는 비 한 방울 오지 않는 건기. 

케냐에서는 건기에 손님들이 왔을 때, 

비가 오면 레인 메이커(rain maker)라고 부르며 축복을 몰고 오는 사람들이라고 부른다는 이야기.


"너는 축복의 사람이야."


마사이들이 머리에 손을 얹어주듯이, 

내리는 비가 내 머리에 손을 얹으며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 


슬픔과 상실의 장맛비만 내리던 나의 삶에, 

이제는 그 비가 네가 축복임을 전하는 비라고, 너는 그런 축복을 전하는 사람이라고 말이다.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절망속에 웅크리고 있던 나는 다 씻겨 내려 가고 없었다. 


아프리카.

기나긴 장맛비가 축복의 비로 바뀌는 기적을 전해 준, 

인생의 무더위가 끝난 내 인생 최고의 피서지였다. 


- 에피소드 2. 케냐편 마침-






[에필로그]


그 후, 케냐 지부장님이 마사이족 청년 몇 명과 함께 한국본부를 방문하셨다.

더운 지역에 사는 마사이들은 한국 초겨울 날씨에 적응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강당에 모여서 지부장님의 사업보고를 듣고 마사이들이 부족 전통 춤을 잠깐 보여주는 시간을 가졌는데…


드넓은 케냐 황무지에서 봤을 때는 그렇게 보이지 않던 마사이들의 점프가 좁은 도시 빌딩의 강당에서 보니 왜 이리 조마조마한지.

우리 회사 강당 천정이 아주 높지 않기도 했지만, 마사이들이 천정에 머리가 닿을 것만 같았다.

머리가 깨지는 건 아닌가, 심장 떨리는 마음으로 공연이 끝난 뒤, 마사이에게 다가가 인사하며 말을 건넸다.


“한국에 온 걸 환영해! 나 아까 네가 점프할 때, 천정에 머리가 닿을까 봐 깜짝 놀랐어!”


“ 아~! 당연히 닿지! 조절한 거야!”


광활한 황무지의 넓은 하늘 아래 사는 마사이 청년은 별 것 아니라는 듯 빙긋 웃으며 유유히 내 곁을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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