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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흰줄박이물돼지 Sep 20. 2020

사씨임장기 #3

Location, Education, Location

"부인, 소생의 재주가 천박하여 수입이 적고, 물욕이 많아 모은 돈이 부족하니, 목동은 못 가게 되었소."
"괜찮습니다. 당신 말을 들으니 목동에서는 유치원 생 둘만 키워도 200은 족히 쓴다는데, 본가는 그만한 지출을 감당키 어렵나이다. 헌데, 학군을 그리도 중요시하시는 연유가 있으신지요? 근래 연속 시청하신 스카이 캐슬 당신께 큰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닌가요?"
"그렇지 않소. 난 단지 유해시설이 없는 곳에서 아이를 키우고 싶은 것뿐이오. 세상에 유해시설이 없는 동네는 많소. 하지만 그런 동네들은 유해시설뿐 아니라 다른 시설들도 빈약한 경우가 많고, 자연과 가깝지만 대중교통 이용이 곤란한 경우가 많소. 자산 가치 상승을 기대하기 힘든 동네라는 말이오. 비록 우리가 환경 때문에 이사를 고려하고 있지만, 자산 가치 상승을 포기할 순 없소. 부동산 업계에는 오랜 격언이 있소. Location, Location, Location. 부동산은 입지라는 뜻이오. 하지만 한국에 한정해선 Location, Education, Location으로 바꿀 수 있을 듯하오. 유해시설 및 대중교통을 멀리하여 생활의 불편을 감수하면서도 자산 가치가 상승하려면 학군이 받쳐주어야 하오."

사씨의 부인은 성품이 어질고 욕심이 없는 사람이었다. 그녀는 공부를 잘하는 아이보다는 인성이 바르고 착한 아이를 키우고 싶었다. 아이들 대다수가 학원 뺑뺑이를 돌고 있는 소위 명품 학군으로 이사가는 것에 대해 염려가 많았지만, 자산가치 하락을 단장(斷腸)의 고통처럼 여기는 사씨의 의견에 한 수 접어줄 수 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후보군은 어디로 보고 계신지요?"
"다행히도 학군에 관련해선 지도까지 나올 정도로 많은 분석이 되어 있고 경기 남부에서는 분당, 평촌, 수지가 3대 학군으로 일컬어지고 있소. 엄밀히 따지자면 분당과 평촌이 수지에 비해 한 단계 우위를 점하고 있으나 그 지역들로 이동하려면 목동에 준하는 예산이 필요하니, 우리는 수지로 갑시다."
"그렇다면 제가 수지 지역 맘가패(Mom家牌)에 가입하여 정보를 수집해보겠습니다."
"방금 시도해보니 남자는 가입이 안된다고 하오. 부인의 도움에 고맙기가 참으로 한량없소."

사씨는 부모님께 연락드려 육아 위탁 날짜를 잡고 본격적인 수지 지역 임장 계획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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