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살짜리 딸랭구는 생각보다 똑똑하다. 원하는 게 분명하고 말도 잘한다. 딸랭구가 저녁에 물가에 놀러 가자고 했다. 마누랭구가 아빠 밥 차려주고 가자고 했더니 아빠 밥은 아빠가 스스로 해 먹으라고 했단다. 본인 밥은 본인이 차려먹는 게 맞지. 킹정한다. 근데 딸랭구 넌 왜 스스로 안 챙겨 먹냐고 했더니 키가 안 닿으니 엄마처럼 크면 해 먹겠다고 대답. 키 작아서 밥 못하는 것도 킹정한다.
말싸움에 강한 딸랭구ㅋㅋㅋㅋ
딸랭구 덕분에, 운동끝나고 샤워하면서 집안일과 육아에 대해 생각했다. 가사와 육아는 노동인가? 내 생각엔 노동이다. 그럼 사회적으로 노동이라 인정받는가? 애매하다. 이걸 노동이라고 인정하면 아이의 기상과 동시에 시작되는 출근, 애기가 깰 때마다 발생하는 야간 특근, 평일이고 주말이고 가리지 않는 주 7일 근무를 인정해야 한다. 그러므로 가사와 육아를 주된 업으로 하지 않는 부류들은 가사와 육아를 노동으로 인정하지 않는 방향으로 행동한다. 예를 들면, 난 회사에서 돈 벌어왔잖아! 집에선 좀 쉬자! 같은 얘기를 한다. 만약 인정한다면, 본인은 회사에서 일했고 상대는 집에서 일했으니 이제부턴 분업하자고 해야 한다. 전자의 부류들은 집안일과 육아에서 경제적인 산출물, 돈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노동이 아니라 착각하는 것 같다. 그런데 아무도 집안일과 육아를 해주지 않는다면 누군가를 돈 주고 고용해야 한다. 게다가 부모 정도로 주인의식을 가진 육아 노동자를 고용하려면 쉽게 가격을 매길 수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난 육아와 집안일을 노동으로 인정하며 노동종사자가 해당 직업에서 갖는 전문성과 희소성을 인정하는 대우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