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궁에서 온 그 남자
9.
사내가 마지못해 노파에게 사과를 했다. 그리고는 캑캑 여우 기침 소리를 내며 목에 걸린 가시를 빼내려고 했다.
노파는 발딱 일어나 마뜩찮은 눈으로 사내를 아래위로 훑어보았다.
“참말로 얼척없네이. 쌩무시는 인삼이여. 방구만 안나오믄 고놈보다 나서야. 요놈 묵으면 소화가 된께 방구를 끼어싸제. 그거시 무시방구여.”
이 말에 양복쟁이도 맞장구를 쳤다.
“구워서 묵어바라 그카면 방구 안나온다카이. 무시를 얇게 썰어서 밀가루 묻히가꼬 익혀노마 희얀하기 마시따.”
“그라제, 끓여 묵어도 맛나제. 된장국에도 넣코, 물괴기 지진 디다 넙덕넙덕 썰어갖고 넣코, 지름에 볶아도 맛나고, 싱건지 허고, 생채도 해 묵고.”
“그려 그려. 우덜 어릴 쩍에 주딩이에 뭐 쑤셔넣을기 있었간디?”
“참말루다, 무수밭에서 굵은 눔으로다 하나 뽑아 묵으믄 그만헌 보약도 읎었지유.”
도무지 말이 없던 삼베치마 저고리의 늙은 아낙들이 입맛을 다시며 말추렴을 들었다.
“그랑께 젯밥에도 무시로 밥을 비벼 올리제. 황천객 되야서 먼 길 갈라믄 겁나게 힘든께 무시를 묵어야써야.”
“젠장, 잡소린 집어치우구려. 생선가시가 걸려서 죽을 지경인데!”
사내는 볼문 소리를 내뱉고는 기침을 칵 하고 토해냈다. 이어 목로판에 무엇이 툭 하고 떨어졌다.
바늘만한 크기의 생선가시였다.
“떡을할, 재수가 없으려니까!”
사내가 괜한 짜증을 부리기 시작했다.
“저 주책바가지 같은 할망구가 무 덩일 가지고 개소리괴소리 지껄이더니만 별 지랄 같은 일을 다 겪네.”
“뭔 소리여? 나가 뭣을 어쨌는디. 아니여, 말혀서 뭣허겄어. 내 속만 썩제.”
사내에게 무슨 말인가를 쏘아 댈 듯하다가 노파는 도로 부엌으로 들어가 버렸다.
사내의 불평이 제 성질을 가누지 못하고 또다시 터져 나왔다.
“이젠 이놈들까지 날 죽이려들어? 감히, 이깟 놈들이!”
그쯤에서 사내의 성깔을 붙잡아 죽이는 것이 좋겠단 생각을 했다.
그래서 나는 따끔하게 한마디 쏘아붙였다.
“거, 젊은 사람이 뭐 그리 골부림을 부리나? 별 것도 아닌 일을 가지구.”
“별 거라뇨? 거사를 앞두고 있는 만큼 매사 주의를 해야 하오.”
다소 누그러진 목소리였다. 하지만 몸을 잔뜩 도사리고 주변을 둘러보는 사내의 눈엔 불안한 빛이 역력했다. 그런 그의 하는 짓이 어처구니가 없어 헛웃음이 나왔다.
“자네 얘길 듣자니 물고기란 놈이 대단한 영물이라도 되는 거 같구먼.”
“이 간악한 수작을 보시오.”
사내는 전혀 농담하는 기색 없이 진지한 얼굴로 아까 술청에 뱉어냈던 생선가시를 들어보였다. 그리고는 뚝 분질러 바닥에 동댕이쳤다.
그 걸로도 성에 차지 않는지 거기다 침을 탁 뱉고 한바탕 욕설을 퍼부어대기 시작했다.
“오라질 놈들, 간에 옴이 올라 긁지도 못하고 뒈져버릴 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