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존엄한 존재다.’
우리는 그렇게 배웠다.
고통 없이 살아 갈 권리가 있다.
병든 사람은 마땅히 아픔에서 벗어나야 한다.
시 당국은 그들에게도 안식의 혜택을 베풀었다.
질병과 전염병의 위협으로부터 인류를 지켜내었다.
안식통지 제도는 이로써 뛰어난 경제성을 입증했다.
그러나 나는,
그리고 빨간 고깔모자에 초록 재킷의 난쟁이와 심장병으로 입술이 파란 아이,
하늘색 꽃무늬가 가득한 원피스의 목발을 짚은 여자, 시커먼 더벅머리의 사내는,
고통을 선택했다.
아리고 쑤시고 신음하는 육신과 힘겨운 싸움을 이어갔다.
우리가 앓는 것은 자유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