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든 시대 10

용궁에서 온 그 남자

by Hu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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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난 대가릴 맛으로 먹는 게 아니라 했잖소. 기억을 먹는단 말이오, 기억을.”

두꺼비 파리 잡아먹듯이 북어대가릴 한입에 처넣은 사내가 괜한 말꼬리를 잡고 늘어졌다. 그러면서도 요란하게 짭짭 소리까지 내며 살이라곤 코딱지만큼 붙어 있는 대가릴 흠빨고 감빨아 대고 있었다.

나는 그런 그가 과장되고 허풍 되며 어딘지 모르게 못 미더웠다.

“그만하면 고놈 골수를 실컷 빨았을 터. 어디 들어나 봄세. 대체 고놈 대가리엔 뭐가 들었나?”

“뭐긴 뭐요. 용궁에 관한 거지.”

“그러니까네 그기 뭐냔 말이다.”하고 양복쟁이 늙은이가 앞말을 재촉했다.

“용궁으로 가는 비밀루트요.”

사내가 갑자기 말을 뚝 그쳤다. 그러더니 주위를 살피고는 목소리를 낮추며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자신이 먹은 북어 대가리엔 그토록 찾아 헤매던 용궁문에 관한 정보가 담겨있다고 했다.

용왕이 거처하는 영덕전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다섯 개의 궁문, 말하자면 오중궁문을 지나야하는 데 용궁의 관문이라고 할 수 있는 대청문의 위치를 드디어 알게 되었다 것이다.

“그뿐인 줄 아쇼?”

사내는 뭐가 그리 좋은지 제 흥에 취해 입안의 고춧가루를 튀기며 열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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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에 한번 열린다는 용궁문 빗장이 곧 풀릴 거란 사실도 알아냈소. 열린 지 백년이 채 지나지 않았는데도 말이오. 마침내 용궁에 입성하게 된 거요. 이 몸이 용상에 오를 날이 머지않았단 얘기올시다. 이거야 말로 천우신조 아니겠소?”

“그거시 참말이다요.”

주인노파가 눈알을 뙤록 뙤록 굴리며 사내 곁으로 다붙어 앉았다. 그리고는 발갛게 양념이 묻은 북어대가리를 사내의 입에 넣어주며 되물었다.

“근디말이시 까딱도 안헌 용궁문짝이 뭐땜시 열린당가?”

사내는 잠시 말을 꺼내지 못하고 머뭇거렸다.

그저 여물을 씹는 소처럼 북어대가리만 어귀적어귀적 되씹기만 할 뿐이었다.

“하고야, 속 시원히 말 해 보그라, 마. 태배가 되야가꼬 저승 갈 날만 남은 늙은이덜한테 감출 게 뭐 있따꼬 그리싸는기가?”

양복쟁이의 채근에 사내는 “동해용궁따님애기가 문빗장을 뽑았거든”하고 입가에 찬웃음을 지어보였다.

순간 기묘한 침묵이 술청 안에 드리워졌다. 얼마간 조심스레 소주 따르는 소리만이 간간히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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