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면을 벗고, 진짜 나를 만나다
어릴 때 나는 참 내성적인 아이였다.
낯선 사람이 많은 곳에서는 마치 벙어리처럼 말이 없었고,
사람들은 그런 나를 보며 몹시 답답해하곤 했다.
특히 어른들, 선생님들 앞에서는 늘 얼어붙었다.
그때의 나는 어른이 무섭기도 했고,
그 시선과 기대 속에서 늘 작아지고 움츠러들었다.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어른 공포증’이라는 단어가
내 어린 시절의 모습을 가장 잘 설명해 주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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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명상과 요가 수련 등을 하면서,
오래 잠들어 있던 어린 나의 순수한 에너지가 깨어나는 것을 느낀다.
내 안의 어린 내가 천천히 고개를 들고
조심스레 내 앞에 나타나는 것 같다.
어릴 때는 표현하지 못했던 나의 감정과 에너지들이
조금씩 빛을 보기 시작한다.
그동안 나는 사회에서, 사람들 속에서
어른인 척, 괜찮은 척, 강한 척하며 여러 겹의 가면을 쓰고 살아왔던 것 같다.
그 가면 덕분에 밖에서는 문제없어 보였지만,
집에 돌아오면 감정의 폭풍—흑폭풍—이 몰아치곤 했다.
분노, 슬픔, 두려움, 외로움…
그 모든 감정을 하루 종일 억누르다가
밤이 되면 한꺼번에 터졌던 것이다.
그런데 요즘은? 조금 다르다.
수련을 통해 무의식 속에 잠재돼 있던
어린 내가 나오면서
예전과 같은 흑폭풍은 거의 없다.
대신 조심스레 내 앞에 나타난 그 어린 나를 바라보고,
“괜찮아, 이제는 안전해”라고 속삭인다.
그렇게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내 안의 긴장과 두려움이 조금씩 녹아내린다.
물론, 완전히 두려움이 사라진 건 아니다.
가끔 어른들과 맞닥뜨릴 때
몸이 굳고 말이 막히는 그 예전 감정이 스며든다.
처음에는 그 느낌이 조금 걱정스러웠다.
“내가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고 있는 걸까?”
하는 생각이 스쳤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게 느껴진다.
이건 후퇴가 아니라, 치유의 신호라는 것을 안다.
오랫동안 억누르며 숨겨두었던 내 감정이
표면으로 올라와서 나와 만나는 과정이라는 것을.
조금씩, 나는 어린 나와 대화한다.
그 아이가 두려워할 때는 손을 잡아주고,
조심스레 등을 토닥이며 안심시킨다.
그 과정 속에서 나는 조금씩 자신감을 되찾는다.
조금씩, 내 안의 어린 나를 받아들이고,
가면 없이도 세상과 마주할 용기를 배운다.
어른 공포증을 완전히 지운 건 아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 감정이 두려움만은 아니다.
내 안의 어린 나와 나누는 대화이자,
스스로를 돌보는 시간이다.
조금씩, 천천히, 나는 다시 진짜 나로 살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