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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슈얼리티를 좋아한다는 것

성에너지의 생명력

by 벨루갓

내가 초등학교 6학년이 되던 해, 우리 가족은 몽골로 이민을 갔다.

그곳은 한국과는 달리 성적으로 훨씬 개방적인 나라였다.

TV에서는 19금 드라마가 아무렇지 않게 방영되었고, 사람들은 그런 장면을 보며 얼굴을 붉히지 않았다.


어린 나는 그때 처음으로 ‘섹슈얼리티’라는 세계를 마주했다.

부끄러우면서도 이상하게 끌렸다.

그때부터 나는 그런 감정과 이미지를 몰래 마음속에 품고 자랐다.

그러면서도 늘 ‘이런 나를 숨겨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마치 그것이 죄스러운 일인 것처럼.


하지만 이제는 안다.

그건 부끄러운 게 아니라, 살아 있다는 증거라는 걸.


섹슈얼리티는 단순한 욕망이 아니라, 생명력이고 창조의 에너지다.

성에너지가 건강하게 흐를 때, 사람은 더 창의적이고 생동감 있게 변한다.

그림을 그릴 때, 사랑을 나눌 때, 혹은 햇살을 받으며 숨을 쉴 때조차 그 에너지는 우리 안에서 부드럽게 흐르고 있다.


명상가든 예술가든 누구든지,

인간은 본능적으로 감각을 통해 세상과 연결되어 있다.

그 감각 중 하나가 바로 ‘성적인 매력’이다.

그걸 억누르거나 부끄럽게 여길 필요는 없다.


다만 균형의 핵심은 —

그 에너지가 타인을 도구화하거나, 중독으로 흐르지 않게 하는 것이다.

그 선만 지켜진다면,

섹시함을 즐기고 감각을 사랑하는 건 오히려 생명력의 건강한 표현이다.


요즘 명상을 꾸준히 하면서 성욕이 줄어든 건 사실이지만, 그 에너지가 사라진 건 아니다.

폭포수처럼 쏟아지던 힘이 잔잔한 강물로 바뀐 것뿐이다.

그 흐름은 더 부드럽고, 더 깊고, 더 아름답다.

그건 욕망이 아니라, 존재의 생동감이다.


그래서 나는 앞으로 ‘섹시한 그림’도 그리고 싶다.

자극적인 그림이 아니라, 존재의 아름다움을 담은 섹시함을.

빛과 피부, 곡선과 숨결이 만들어내는 따뜻한 생명감.

그 속에서 인간의 진짜 아름다움을 표현하고 싶다.


그림을 그린다는 건 결국, 내 안의 에너지를 바깥으로 흘려보내는 일이다.

성에너지는 그 흐름의 한 형태일 뿐이다.

그 에너지가 억압될 때 사람은 병들고,

그 에너지가 자유롭게 흐를 때 예술이 탄생한다.


섹슈얼리티를 좋아한다는 건, 결국 삶을 사랑한다는 것이다.

성에너지는 창조의 시작이자, 사랑의 또 다른 이름이다.

나는 더 이상 그것을 부끄러워하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 내 안의 성에너지를 그림으로, 말로, 그리고 나의 삶으로 표현하며 살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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