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비미리 Mar 15. 2024

소수의 짝수 친구들

비미리기 ep6

드라마와 다른 현실

TV를 보다 보면 '술꾼도시여자들', '서른, 아홉' 같이 친구 셋이 똘똘 뭉쳐 다니는 내용의 드라마들이 많다. 힘들 때 부르면 바로 달려와주고, 퇴근 후 매일 만나서 놀며 고민을 털어놓는 것이다. 이런 장면을 볼 때마다 나는 드라마 주인공과 달리 왜 저렇게 친한 친구가 없을까 생각이 들곤 한다.


주로 약속을 잡을 때 잦으면 일주일에 한 번, 적으면 한 달에 한 번 친구를 만나는 패턴을 갖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가까웠다가도 멀어지는 친구들이 늘어나고, 이제는 정말 잘 맞는 소수의 친구들만 남아서 그런지 만날 친구들이 많지도 않다. 특히 먼 훗날 결혼식을 한다고 가정한다면 초대할 친구 역시 적다.


옛날엔 고민이 생기면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토로하곤 했지만,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나서부터는 친구들의 사생활을 존중하게 되었다. 매일 떠드는 단톡방은 없어졌고 어쩌다 1년에 1번 새해인사를 전하는 단톡방만 존재한다. 친한 친구들과 주로 갠톡을 하긴 하지만 "일하기 싫다", "출근하기 싫다", "빨리 주말 됐으면 좋겠다"와 같이 영양가 없는 대화만 오간다. 이렇게 남은 친구들을 보면서 인간관계를 돌아보면 씁쓸하다가도, 이런 게 진짜 현실 인생의 순리이지 않을까 싶다.


홀수보다는 짝수

어렸을 땐 친구 사이의 홀수가 싫었다. 셋이 모이면 늘 소외당하는 건 나인 것 같았고, 수학여행 같은 곳을 갈 때 홀수라면 버스에서 누구와 앉을 것인지 때문에 더욱 예민해졌다. 이로 인해 초6 때 수학여행을 일부러 가지 않은 기억까지 있다.


홀수 혐오증은 성인이 되면서 약해졌다 싶었지만 회사에서도 입사 동기가 홀수라면 조금 힘들었다. 그러다 보니 의도한 건 아님에도 약속을 잡아도 다 같이 만나는 것보다 일대일 두 명이서 만나는 모임이 대부분이다. 전 직장 사람들과 친해서 퇴사 후에도 자주 만나지만, 희한하게 다 같이 만나지 않고 일대일로만 만난다.


어쩌다가 이렇게 소수의 친구들만 남고 소수 모임만 가지게 됐나 싶지만 돌이킬 수도 없는 걸 뭐 어쩌겠나. 이런 인간관계 방식이 있다면 저런 방식도 있는 것을 인정하고, 현재 가까이에 있는 지인들을 더 챙기고 소중하게 생각해야겠다.

이전 06화 20대 2번째 사춘기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