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나, 일 못하는 나? 정말 싫고 용납할 수 없다. 내가 잘할 수 없는 일은 애초에 시작하기 싫고 빨리 놔버리고 싶다. 큰 마음먹고 도전했는데 실패하는 것 역시 끔찍하다. 어떤 일이든지 새로운 일을 하면 못하고 서투른 게 당연하다. 하지만 적응 단계임에도 일 못하고 서투른 나 자신이 꼴 보기 싫다. 이런 자신을 이겨내기 어렵고 괴롭다.
일을 하고 나서 보고를 올리면 수정사항 피드백이 내려온다. 수정 없이 완벽하게 내 선에서 끝내고 싶었는데 수정하라는 피드백을 받으면 기분이 상한다. 청개구리처럼 '이걸 왜 수정해야 하지?' 반항심이 들곤 한다. 스스로를 괴롭히는 완벽주의 성향인데, 예상치 못한 변수가 생기는 것이 싫고 모든 상황이 내 손 안에서 '통제' 됐으면 좋겠다. 매일이 똑같고 재미없었으면 한다.
믿고 거르는 새드엔딩
지독한 완벽주의 통제 성향은 일상에서도 드러난다. 드라마, 영화, 책을 볼 때 결말이 새드엔딩이면 절대 보지 않는다. 주인공이 행복하지 못한 새드엔딩은 결말마저 완벽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결말 스포일러를 대놓고 찾아본 뒤 해피엔딩이라는 사실을 확인해야 시작할 수 있다. 평소 좋아하는 야구와 배구도 생중계를 보지 않고 이긴 경기만 챙겨본다. 무언가 볼 때 스포일러 없이 봐야 짜릿한 반전을 즐길 수 있다고들 하지만 알고 보는 것도 짜릿하다.
이런 성향이 된 배경에는 어렸을 때 상처받은 경험과 약한 멘탈이 있는 듯하다. 더 이상 상처받고 싶지 않고 매일 평안한 삶을 살고 싶다. 내 인생도 드라마처럼 어떤 결말인지 안 채로 살아가고 싶다.아주 보수적이다.
하지만 우리 인생은 예측할 수 없고 예상치 못한 변수는 늘 일어날 것이며 그 어떤 것도 통제할 수 없다. 그런 만큼 스스로를 포용하는 자세를 키워나가야 할 것이다. 한 드라마에서 "처음부터 용맹한 사람이 어디 있나. 싸우다 보니까 용맹해지는 거지"라는 대사가 나왔다. 지금은 보잘것없고 나약한 인간이지만 훗날 용맹한 인간이 되리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