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때 사춘기를 겪지 않으면 20대 때 뒤늦게 사춘기가 온다는 말이 있다. 그렇다면 10대에 사춘기를 겪은 사람은 20대에 사춘기가 오지 않는 걸까? 10대 시절 중2병과 사춘기가 함께 온 나는 부모님과 자주 부딪히곤 했다. 주로 친구들과 밖에서 놀고 싶은데 놀지 못하게 하는 엄마에게반항했었다. 이후 대학생이 됐을 때는 어느 순간 철이 들었다고 생각했는데 20대 후반인 지금 2번째 사춘기가 온 듯하다.
10대 때 부모님께 반항했다면 20대 후반인 현재는 회사에 반감이 든다. 대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일한 친구들과 나는 어느덧 회사에서 중간 직급이 되었다. 밑에 이끌어줘야 할 사원과 위에 따라가야 할 팀장이 있으며, 실질적인 업무는 중간 직급들이 제일 많이 한다. 이렇듯 사회에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게 가장 많은 시기인 것 같은데,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을 평생 할 수 있을지 적성에 맞는지 혼란스럽다.
친구들끼리도 모이면 "이 일을 계속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 "다른 일을 시작하고 싶은데 다시 인턴/사원부터 시작하기 쉽지 않다", "원래 우리 나이가 이렇게 힘든 나이인가?" 등의 이야기가 오간다. 사회에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가는 20대 후반의 나이지만 오히려 더욱 불안정하고 하고 있는 일에 대한 확신이 들지 않아서 매일 혼란스럽다. 어렸을 때는 이 정도 나이가 되면 안정적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사회생활 적응 기간을 겪고 있는 사춘기의 연장선 같다.
아빠는 어떻게 일하는 거지?
재미 삼아 본 사주에서는 일하는 걸 정말 싫어하고 일하는 게 맞지 않는 사주라는 결과가 나왔다. 누가 일하는 걸 좋아하냐만은 사명감을 갖고 일하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나는 사명감이 없다는 것이다. 이 일은 이래서 싫고 저 일은 저래서 싫고 매일매일 회사와 사회에 불만만 쌓인다. 스스로도 ‘내 인성 파탄 났다’는 생각이 들 만큼 성인 사춘기를 세게 겪고 있다. 이럴 때마다 아빠는 어떻게 저렇게 오랫동안 한 회사에서 일하는지 새삼 존경스럽다.
대체 어떤 일을 해야 행복할까? 어떤 이들은 퇴근 후에도 공부하는 ‘갓생’을 산다는데 딱히 열심히 살고 싶지 않다.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고 싶지 않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적성에 맞지 않지만 그렇다고 어떤 일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어서 스트레스 받아가며 꾸역꾸역 회사를 다니고 있다. 너무나도 방황의 시기를 보내고 있어서 30대가 되면 지금보다 안정감이 들고 편안해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30대도 방황할 수 있지 않은가? 이 고민에 대한 답은 찾기 어렵고, 결국 인생에 대한 고민은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