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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미리 Apr 05. 2024

더 이상 꿈꾸지 않게 해 주세요

비미리기 ep9

자는 시간이 아깝다

사람이라면 잠을 자야 한다. 사람이 아닌 동물들도 잠을 잔다. 대체 왜 24시간 중 8시간가량을 자야 할까? 수면 시간이 부족하면 머리가 잘 돌아가지 않고 몸에서 신호가 온다. 하지만 나는 자는 게 너무 싫다. 자는 시간이 아깝다. 거친 평일을 겪고 나면 쉬는 날 많이 자고 일어나도 피곤해서 낮잠이 필요하다. 이렇게 자는 시간이 아까워서 커피를 마시곤 한다.


잘 거면 꿈이라도 좋은 꿈을 꾸던가. 악몽을 꾸고 일어나면 개운하지도 않고 기분이 더러워진다. 특히 아무런 꿈도 꾸지 않는 이른바 검은 꿈을 꿔야 푹 잘 잔 것이라고들 한다. 그런데 자꾸 잘 때마다 꿈을 꾸고 꿈속에선 극단적인 상황들이 펼쳐진다. 이왕 꿈에서 불이 났다면 몽땅 불타는 것이 좋은 꿈이라지만  나는 꼭 불을 꺼버려서 이도 저도 아니게 된다. 좋아하는 연예인이 나온다거나 로또 번호 불러주는 조상이 나오면 얼마나 좋을까.


꿈조차 복 꿈은 절대 못 꾸는 내 인생. 잠이 꼭 필요한 것이라면, 꿈이라도 안 꿨으면 좋겠다.


꿈은 없고요. 그냥 놀고 싶습니다

지금까지 6곳의 회사를 다니면서 일이 안 맞으면 다음 회사는 어디가고 싶은지 꿈이 있었다. 이거 안 맞으면 저거, 저거 안 맞으면 다른 거, 늘 다음 목표가 뚜렷하게 있었고 모두 이뤄내곤 했다. 그렇게 다음, 또 다음을 거쳐 6번째 회사를 다니고 있지만 이곳 역시 적성에 맞지 않는다.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하고 싶은 일과 분야가 없어서 다음 목표를 정하지 못하고 있다.


다른 일을 시작해도 늦지 않은 나이라고들 말하는데, 그 다른 일을 대체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 하고 싶은 게 없다. 하고 싶은 꿈이 명확하게 있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회사를 때려치겠지만 목표가 없으니 이도 저도 못하고 있다. 사실 꿈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내 꿈은 돈 많은 백수다. 빨리 은퇴하고 책만 읽으면서 평화롭게 지내고 싶다. 그렇지만 이런 꿈은 이루기 어렵지 않은가.


만약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적성에 맞고 돈도 원하는 만큼 벌고 워라밸까지 보장돼 모든 것이 완벽하다면 더 이상 꿈이 없어도 인정이다. 그런데 지금은 더 이상 꿈도 없고, 하기 싫은 건 많고 참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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