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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미리 Apr 12. 2024

슬픔을 나누면 약점이 된다

비미리기 ep10

왜 나에게는 힘든 일을 말하지 않을까

어렸을 때 힘든 일이 생기면 친한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몇 시간씩 수다를 떨곤 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보니 늘 나만 먼저 연락하 혼자 힘든 일을 떠들고 있었다. 친구들은 힘든 일이 아예 없는 것이었을까? 혹은 힘든 일이 있어도 굳이 나에게 털어놓지 않는 것이었을까?


물론 안 좋은 일을 나눈다고 해서 그 일이 없던 일이 되는 것도 아니고 근사한 해결책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말하면서 스스로 해결책을 찾기도 하고, 혼자 끙끙 앓고 있는 것보다는 다른 사람에게 털어놓는 것이 후련한 편이다.


하지만 친구는 힘들 때 날 찾지 않는데 나만 계속 찾고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상대방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아 그만두게 됐다. 친구를 단 한 번도 감정 쓰레기통으로 생각한 적은 없지만 남 힘든 일 들어주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니까 말이다. 슬픔을 나누면 반이 된다는 이가 있다면, 슬픔을 나누면 슬픈 사람 둘이 된다고 생각하는 이도 있다. 내가 힘든 일을 털어놓을 만큼의 친구 사이가 아닌 걸까 씁쓸한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멈췄다.


내 슬픔은 약점이다

상대방이 먼저 슬픔을 나누지 않는 것도 있지만 이제 더 이상 내 슬픔을 이야기하는 것이 부끄럽다. 특히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나서 겪는 힘든 일은 주로 회사생활인데, 회사 욕하는 것 자체가 쪽팔리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렇게 문제 많은 회사를 다니고 있는 게 무슨 자랑이라고 떠들고 다니는 것인가.


기쁨은 나누면 질투가 되고 슬프면 약점이 된다는 말이 있다. 동종업계에서 일하는 지인 중에 내가 회사 욕을 하면 “우리 회사는 안 그러는데”로 받아치는 사람이 있었다. 어떤 대화를 하든 나의 고통을 자신과 비교하면서 정신승리하는 느낌이 들었다. 친구의 기쁨은 질투와 열등감을 불러일으켰고, 나의 슬픔은 약점이 되어 그 친구에게 기쁨이 됐다.


그렇다고 더 이상 친구들에게 슬픔을 감추고 이야기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있는 그대로 이야기할 수 있는 건 가족뿐이다. 가족이야말로 진정한 내 편이고 매번 반복되는 슬픔도 진심으로 들어주고 걱정해 준다.


한편으로는 내 슬픔이 더 이상 약점이 되지 않도록 좀 더 튼튼하고 건강한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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