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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제이 Sep 12. 2021

결이 맞는 사람들



18日






아마  노란 자동차의 엉덩이가 둠칫 둠칫 들썩이고 있을 거다. 친구들을 만나러 가는 길이다. 신호가 걸린 사이, 인스타그램을 열어 친구가 올린 스토리를 확인한다. 함께 마시려고 정암 육계와 노총 수선을 챙겨 오나 보다. 그의 무이암차는  최고다. 차를 우릴  손이  예쁜 친구이다. 나는 가진  중에 가장 희소성 높은 벨기에 숙성 맥주를   챙겼다. 매년 6-7000 한정으로 생산하는 맥주인데 7000  1365 병으로 넘버링되어있다. 귀한 차도 귀한 술도 나누기에 아깝지 않은 친구들이다.



한국차를 전문으로 하는 친구의 용산 차실에 들어섰다. 차실 주인 그녀는 매일 새벽, 건물 사이 빼꼼히 얼굴을 내미는 해를 가슴에 품는다. 차 한 잔과 함께. 우리가 사는 별이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다는 진리의 순간을 놓치지 않는 사람은 열심히 살지 않을 수 없다.



어제 만난 듯, 과하지 않은 인사를 나눈다. 한낮의 차실에 한 면 가득한 창문으로 빛이 쏟아져 들어온다. 큰 건물들이 둘러싼 지역이지만 사거리를 끼고 있어 8차선 대로가 하늘을 볼 시야를 확보해준다. 시내에서는 높고 푸른 하늘이 가을을 알려주는 바로미터다. 옛 기찻길을 공원으로 바꾼 덕에 창문 아래 풍경도 제법이다. 친구들이 번갈아 우려 주는 차를 마시며 건물 밖을 내려다본다. 공원을 가로질러 가는 사람들이 종종 여기를 올려다본다. 간판도 없는 4층 창가에서 먹고 마시는 우리가 궁금한가 보다. 분명 만사에 호기심이 많은 사람일 거다. 그들의 눈길에 건배를.



우리는 모이면 과거는  이야기하지 않는다. 지금 하고 있는 것들과 그것을 넘어서 이루고 싶은 나에 대해 이야기한다.  편의 멋진 시나리오를 만들어주고, 아낌없이 응원한다. 가는 길이 막힌다는 생각이  때는 ‘찻잔  힘만 있으면’이라고 이야기한다. 지금은 어려워 보여도 찻잔  힘만 있으면 기회가 있다는 우리 만의 위로이자 응원이다. 서로에게 자극받고, 의지를 다지는 생산적인 모임은 언제 해도 즐겁고 기다려진다.



얼마 전에  작가님의 글에서 ‘에너지 뱀파이어라는 말을 배웠다. 만나서 이야기를 하면 왠지 모르게 기운이 빠지게 하는 사람, 에너지를 빼앗아가는 사람을 뜻한다. 나이가 들면서 나에게, 혹은 내가 에너지 뱀파이어였기에 소원해진 관계들은 미련 없이 러가고 에너자이저 같은 사람들만 곁에 다. 취향과 꿈을 공유하는 친구들의 결이 얽혀 튼튼한 덩굴이 되어간다. 그들과 오래도록 함께 걷고 싶어서 오늘도 운동화 끈을 고쳐 멘다.



누구나 자기 미래의 꿈에 계속  다른 꿈을 더해나가는 적극적인 삶을 살아야 한다.
현재의 작은 성취에 만족하거나 소소한 난관에 봉착할 때마다 다음에 이어질지 모를 장벽을 걱정하며 미래를 향한 발걸음을 멈춰서는  된다.
니체 ,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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