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하요 고자이마스” 사용법

일본 회사에서 배운 말과 예절의 풍경

by 단미

일본어에는 인삿말이 참 많다. おはようございます(오하요 고자이마스), こんにちは(곤니치와), こんばんは(곤반와). 아침, 낮, 저녁 인사가 나뉘어 있어서 한국어보다 훨씬 세분화되어 있다. 그런데 회사에서는 도대체 어떻게 인사해야 하는 걸까? 신입사원으로 첫 출근을 앞두고 진지하게 고민했던 문제였다. 대학원에서는 틀리더라도 교수님께 정중하게 인사드리면 그만이었는데, 회사에서는 다양한 연령대와 직급의 사람들을 매일 만나야 했으니까.


그래서 처음에는 시간대에 맞춰 정확하게 인사했다. 아침에는 “오하요 고자이마스”, 점심 이후에는”곤니치와”, 저녁에는 “곤반와”. 완벽하다고 생각했는데, 며칠 지나고 보니 뭔가 이상했다. 나만 “곤니치와”라고 말하고 있는 거였다. 다른 사람들은 아침에도 “오하요 고자이마스", 오후에도 “오하요 고자이마스”, 아니면 お疲れ様です(오츠카레사마데스)를 쓰고 있었다. 점심 먹고 돌아와서 "곤니치와!"라고 밝게 인사하는 건 나뿐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의 그 민망함이란.


선배들을 유심히 관찰해보니 규칙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 날 첫 만남이면 시간과 상관없이 “오하요 고자이마스”. 이미 한 번 마주쳤다면 “오츠카레사마데스”, 그리고 정말 애매한 상황에서는 “오츠카레사마데스”로 하면 거의 모든 상황에 통했다. "수고 많으십니다"라는 뜻이니까 언제 써도 실례가 되지 않는 만능 인삿말이었던 거다. 반면 ご苦労様(고쿠로사마)는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쓰는 말이라 함부로 쓰면 안 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한국어로 번역하면 둘 다 "수고 많으십니다"라는 뜻이라 비슷해 보이는데 일본에서는 엄연히 다른 말이었다.




그렇게 인사는 익숙해졌는데, 일본 회사에는 이런 '보이지 않는 룰'들이 참 많다는 걸 깨달았다. 명함 교환도 그 중 하나였다. 외부 미팅이 잡히면서 명함을 주고받을 일이 생겼는데, 이것도 만만치 않았다. 그냥 주고받으면 되는 줄 알았는데 여기에도 엄격한 순서와 방법이 있었다.


우선 명함을 줄 때는 반드시 두 손으로 쥐고 건넨다. 이 때는 글자가 가려지지 않도록 끝 쪽을 잡아야 하는데, 받는 사람이 명함을 명확하게 보기 위함이다. 명함을 받을 때도 두 손으로 받는 건 기본이고, 여러 명과 명함을 주고받을 때는 받은 명함들을 모두 테이블 위에 놓되, 앉은 자리 순서대로 배치해야 한다. 어떤 한 장만 특별히 명함지갑 위에 올려놓지 않는 것이 예의다.


처음에는 이런 것까지 신경 써야 하나? 싶었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는 상대방에 대한 존중을 행동으로 표현하는 방식이었던 거다. 한국에서도 명함을 두 손으로 받고 정중히 인사하지만, 일본은 그 디테일이 훨씬 세밀했다. 명함 하나에도 서열과 예의가 담겨 있었다.




이런 룰들을 하나씩 배워갈 때마다 드는 생각이 있었다. 일본 사회는 정말 '눈치'가 중요한 사회구나.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보고 배우고, 실수하면서 익혀야 하는 것들이 너무 많았다. 그런데 신기한 건 이런 예절들이 익숙해지고 나니 오히려 편해졌다는 점이었다. 명확한 룰이 있으니까 그 안에서는 안전했다.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고민할 필요가 없었으니까.


물론 처음에는 답답했다. 왜 이렇게 복잡해야 하나 싶기도 했고, 한국에서는 이렇게 안 해도 되는데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깨달은 건, 이런 예절들이 사람 간의 관계를 더 부드럽게 만들어준다는 것이었다. 서로에 대한 기본적인 존중이 형식으로 표현되니까, 그 안에서는 누구나 편안할 수 있었다.


결국 적응이란 그런 게 아닐까. 내 기준으로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보다는, 그 사회의 룰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 물론 모든 걸 무조건 따라야 한다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왜 그런 룰이 있는지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 "오하요 고자이마스" 하나에서 시작된 나의 일본 회사 적응기는 그렇게 조금씩 나아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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