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을 넣으면 안 되는 음식?

마늘에게 했던 그 사랑 고백은 뭐였을까?

by 청두유

일주일에 한 번씩 쇼핑하러 마트에 갈 때마다 야채에 한없이 관대 해지는 바람에 채소 코너에서 늘 플렉스 해버리고 만다. 장바구니 가득 담긴 야채들을 보고 있노라면 막강한 군사들을 앞에 둔 장군이 된 마냥 든든하다. 야채 군사들을 자칫 잘못 관리했다가는 파견도 하기 전에 무용지물이 되기 때문에 계획적으로 냉장고 털이를 해주어야 한다. 우리는 매일 냉장고 문을 열고 급히 써야 하는 식재료와 그날의 메뉴를 맞춰보곤 한다.


“양파?” “그래!” “당근?” “그래!” “시금치?” “그래!”

“마늘?” “음.. 아니 마늘은 여기에는 안돼.”


이해가 가지 않았다. 마늘은 우리에게 만능 식재료이거늘 어떤 음식에 마늘이 들어가서 이상해졌다는 사례를 단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다.


그가 마늘을 좋아하지 않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마늘을 다지면서 한국인은 마늘을 사랑하는 민족이라고 고백을 했을 때, 그는 분명 자신 있고 단호한 목소리로 그 역시 마늘을 좋아하고 터키 역시 유럽 국가들 사이에서 마늘을 많이 먹는 민족으로 알려져 있다고 나의 고백에 화답했다. 같이 사랑하면 되는데, 누가 더 많이 사랑하는지 증명이라도 하듯, “외국사람들이 한국인 놀릴 때 마늘 냄새난다고 말할 정도였어!”라고 외쳤다. 그는 터키 사람들도 그런 욕을 자주 들었다며, 혐오 발언에서 국가 간의 동지의식을 느끼고 말았다.


마늘을 좋아한다는 터키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요리에 마늘을 넣는 것을 종종 거절한다. 마늘이 없어서 더 맛있는 음식은 도무지 찾지 못하겠으나 셰프에게 전권을 일임한 나는 마늘을 포기하곤 했다. 하지만 터키 요리, 이탈리아 요리를 함께 만들다 보니 왜 그가 어떤 요리에는 마늘을 넣지 않는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우리는 모든 음식을 섞어 먹는 민족이다. 냉장고에 있는 나물 반찬들을 다 꺼내어 큰 양푼 그릇에 때려 박아서 비빔밥을 만들고, 감자탕을 먹든 닭갈비를 먹든 고기를 구워 먹든 마지막에 남은 양념에 밥과 계란을 넣고 볶음밥을 만들어 먹는다. 우리의 국물 요리들은 또 어떠한가? 전 찌개 또는 명절 찌개라고 해서 명절이 끝난 후 남은 전과 음식들을 냄비에 털어 넣고 찌개를 끓여 먹는다. 개성 강한 식재료들을 한 군데에 다 넣고 만드는 요리들이 많다 보니, 강한 향과 맛을 내는 마늘이 중심을 잡아 주는 역할을 해준다. 기름에 마늘을 볶아 마늘향을 내주면 무엇을 볶든 중간 이상의 맛은 보장할 수 있는 마늘 기름은 일종의 만능템이다.


남자친구가 요리해주는 터키 음식이나 파스타, 스튜 등은 재료 각각의 맛과 향을 살려주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비건인 나를 위해 야채를 주로 사용하기 때문에 그 맛이 강하지 않아서 만약 요리에 마늘을 넣으면 각 채소들의 맛이 사라지고 마늘 맛만 남게 된다.

그에게 요리는 레시피대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재료들 사이에서 조화를 찾는 과정이었다. 그가 만든 음식에서 마늘은 본인의 위치를 분명히 알아야 하는, 즉 낄끼빠빠(낄 때 끼고 빠질 때 빠지는)를 잘해야 하는 존재였던 것이었다.


물론 다진 마늘에 편 마늘까지 듬뿍 넣는 한국에만 있는 K-알리오 올리오를 생각하면 한국 사람들은 조화나 밸런스를 따지지 않고 마늘을 무조건 사랑하는 사람들일지도 모른다.

단군 신화만 봐도 과장을 약간 보태서 한국인 피에는 마늘의 기운이 흐르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다.

우리는 웅녀의 자손이다. 사람이 되고 싶었던 우리의 조상, 곰은 사람으로 한번 살아보겠다고, 그러니까 인간으로서의 생존권, 기본권을 얻으려고 100일 동안 동굴에서 쑥과 마늘만 먹는 고통을 이겨냈다.


터키에 마늘이 등장하는 신화는 없지만 역사 관련 농담이 하나 있다고 한다. 과거 오스만 제국 시절 루마니아의 드라큘라 백작 (블라드 3세 체파슈)이 오스만 군사들을 무참히 살해하고 긴 나무 꼬챙이에 끼워서 길에 전시를 했었다고 한다. 남자친구는 우스갯소리로 터키 사람들은 드라큘라가 무서워서, 다시는 피의 과거를 반복하고 싶지 않아서 마늘을 많이 먹는 거라고 말했다.


인간의 기본권을 획득하기 위한 투쟁과 무서움을 쫓아내기 위한 주술 중 어느 쪽이 더 마늘을 향한 강력한 동기인가? 여기서 굳이 답을 내리진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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