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으로 한 달 살기

by 청두유

영국에서의 석사 생활을 마무리하기까지 한 달을 남겨두고 새로운 운동, 수영을 시작했다. 확찐자가 된 건 자연재해라고 치더라도 너덜너덜해져 바닥에 붙어 버린 체력을 조금이라도 끌어올리고 싶었다. 어린 시절 동해 바다 바닥을 더듬으며 쌓은 야매 잠수 경력으로 물속에서 파닥거리며 앞으로 조금 나갈 줄은 알았다. 제대로 배우고 싶은 마음은 예전부터 있었지만 몸에 딱 달라붙는 수영복을 입는 게 부끄러워 한국에서는 좀처럼 수영을 등록하지 못했다. 아무도 보지 않는데 괜히 혼자 신경 썼던 지난날을 뒤로한 채, 어차피 이곳은 낯선 나라 영국이니 고민할 것이 없었다. 당장 등록해서 한 달 동안 수영으로 살아 보기로 했다.


한번 수영을 하러 가는 데에는 5파운드, 우리나라 돈으로 7500원 정도이며, 1개월 회원권을 끊으면 36파운드였다. 우리는 23파운드짜리 비수기 멤버십을 구매했다. 비수기 멤버십은 상대적으로 이용객이 적은 요일과 시간대에 자유롭게 이용이 가능해서 시간의 제약이 없는 우리에게 딱 좋은 조건이었다.



물은 우리가 가만있으면 우리를 띄워주고 움직이게 해 주지만 거세게 팔다리를 휘저으면 오히려 거세게 저항한다. 가라앉지 않으니 걱정 말고 천천히 팔과 다리를 넓게 저으라고 했다. 머리로는 알겠으나 마음은 몰라주었다. 행여나 가라앉을까 봐 팔다리를 쉼 없이 휘젓느라 집에 돌아오면 피자 반죽처럼 침대에 늘어졌다.


그러다 그 느낌을 알 것 같은 순간이 왔다. 물과 나. 서로 묘한 긴장을 느끼며 푸드덕거리다가 어느새 ‘괜찮지? 우리 사이좋지?’ 하며 팔로 천천히 물을 가르며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성격이 급한 나는 더 빨리 잘하고 싶지만 세상에 빨리 잘되는 것은 없다. 아직 숨을 제때 자연스럽게 쉬는 법을 익히지 못해 숨을 참아 버리기 일쑤지만 이 또한 조금씩 몸에 입력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뭐든지 어렸을 때 배워야 쉽고 빨리 배운다고 했다. 이것저것 배우지 못한 어린 시절을 안타까워했지만, 또 한편으로는 배우는 재미는 어릴 때보다 어른이 돼서 크게 찾아오는 것 같기도 하다. 수영을 잘하는 남자친구는 어린 시절 스파르타식으로 수영을 배운 탓에, 수영장에서 입술이 파래질 정도로 오들오들 떨던 어린 시절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다고 한다. 그에 비해 늦게 난 수영 바람에 매일 수영장에 가기 전에 휘파람을 부는 나는 수영에 재미만 차곡차곡 쌓아갈 뿐이다.


배움에 때가 있다는 말이 꼭 어린 나이에 무언가를 배워야 한다는 의미는 아닌 듯하다. 효율만 따진다면 수영을 배우기 가장 좋은 때를 지났을지 모르지만 남들은 이미 경험해버린 익힘의 재미가 나에게는 더 많이 남아 있다. 레일 절반을, 그다음에는 레일 전체를 쉬지 않고 가면서 다리는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 숨은 어떻게 쉬어야 하는지 차근차근 배워가고 있다. 설명으로만 들을 때는 잘 모르겠지만 하다 보면 어느 순간, 유레카! 하며 어떻게 하는지 알겠는 그 기분. 세상에는 더 많은 배우고 익히는 재미가 남아 있다. 더 이상 새로운 게 없었던 나른하고 싱숭생숭하던 유학 생활이 이렇게 수영으로 한 달 더 살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