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시작. 터키에 가기로 했다.

by 청두유

터키로 가는 비행기표를 끊었다. 영국에서의 석사 과정이 끝나면 어디에 갈지 1년 동안 고민했다. 영국에서 더 머무를지, 한국이나 터키로 돌아갈지 아니면 다른 유럽 국가 중 한 군데에 갈지 등의 선택지를 두고 결정을 내렸다. Visa 문제로 인해 6개월 정도 머무르다가 다시 최종 결정을 하겠지만 우선 우리의 징검다리 첫 번째 돌은 터키가 되었다.


터키에 간다고 하니 친구들도 가족들도 걱정이 산더미였다. 가장 많이 묻는 질문은 이슬람교와 관련된 질문이었다. “거기 이슬람 국가 아니냐?”, “여자들 부르카 입고 다니는 거 아니냐?”, “혹시 너도 개종하라고 하면 어떡하냐?” 등 종교 관련 우려가 많았다. 많은 사람들이 터키가 이슬람 국가라고 알고 있지만 터키는 우리나라와 동일하게 세속주의, 종교 자유 국가이다. 국민의 90% 이상이 이슬람교 신자라서 이슬람 국가라는 오해가 생긴 것 같다. 그 정도면 이슬람 국가인 것과 다를 바 없는 것이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조금 다르다. 이란 과 같은 신권 국가의 경우 종교가 정치적 행보에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터키는 종교와 정치가 이론적으로 분리되어 있다.


이슬람교 신자라고 해서 모두 동일하게 신앙 활동을 하지도 않는다. 기독교 신자들 중에서도 교리를 엄격하게 지키며 삶과 종교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사람도 있는 반면, 신을 믿으나 교회에 적극적으로 나가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모두가 같은 기독교 신자이면서 동시에 믿음의 형태는 다양하다. 터키의 이슬람교 역시 그렇다. 일단 부르카, 니카브와 같이 얼굴을 포함한 여성의 모든 신체를 가리는 의상에 대해서는 기피하는 분위기이며, 차도르나 히잡을 쓴 여성들도 일부이다. 알라를 믿지만 하루에 5번 기도를 드리지 않는 사람도 있고, 술을 마시는 사람도 있다. 길을 걷다 보면 부르카는커녕 한국보다 더 시원한 옷차림을 한 여성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이슬람 여성들의 복장 (출처: 중앙일보)


걱정 대신 터키에 대한 로망을 한껏 쏟아내는 친구들도 있다. 이슬람과 유럽이 만나 색다른 문화를 만들어낸 곳, 이스탄불은 터키의 수도가 아님에도 가장 유명한 도시이다. 그 외에도 계단식으로 산 전체를 뒤덮고 있는 터키석 물빛의 온천 파묵칼레, 수십 개의 열기구가 동시에 뜨는 장관을 볼 수 있는 카파도키아, 트로이 전쟁이 일어난 트로이 등 자연경관이며, 문화 유산지가 전국 곳곳에 퍼져있는 나라가 바로 터키이다. 게다가 다양한 문화가 꽃피웠다가 혼합되고 저물기를 반복한 탓에 세계 3대 미식의 나라 중 하나로 손꼽을 만큼 식문화도 발달했다. 물론 우리가 알고 있는 터키 음식은 케밥, 터키 아이스크림 정도가 전부지만 말이다.



터키가 내 마음을 사로잡은 가장 큰 이유는 문화유산도, 음식도 아닌 고양이였다. 터키는 고양이의 천국, 고양이 왕국으로 불린다. “Kedi”는 이스탄불 사람들의 고양이 사랑에 대해 다룬 다큐멘터리로, 터키 사람들이 길거리 고양이들을 얼마나 정성스럽게 보살피는지, 그로 인해 길거리에 얼마나 많은 고양이들이 평화롭게 살아가는지를 보여준다. 남자친구네 어머니도 길 고양이 4마리와 집 고양이 3마리를 보살피는 대표적인 캣맘이셨다. 어떤 고양이들은 가게나 거리를 대표하는 마스코트가 되기도 하는데, 모두 길 고양이들이었다. 다큐멘터리에 나온 풍성한 콧수염과 진한 인상에 풍채 좋은 터키 아저씨들은 억세게 보이는 외모와 달리, 길 고양이가 아프기라도 하면 만사 제쳐놓고 고양이를 병원에 데려가곤 했다.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은 마음이 따뜻하다고 했던가? 고양이를 보며 미소 짓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이곳에서 살아도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매사에 긴장하거나 걱정하는 일이 없고 논리적으로 판단하는 남자친구도 내심 우리의 첫 터키행이 걱정되는 모양이다. 네가 터키 사람을 좋아할지 모르겠다는 말에, 나는 대답했다.


"일단 내가 한국에도, 중국에도, 영국에도 살아본 경험에서 봤을 때 특별히 어떤 나라 사람들이 막 좋은 건 없는 거 같아. 대부분 다 비슷한데, 그중 일부가 좋아서 그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고 좋은 추억을 만들고 사는 거 같아."



취직하고 나면 그 후부터는 예측 가능한 인생을 살 거라고 믿었다. 아니었다. 어쩌다 보니 새로운 나라, 터키에서의 삶을 앞두고 있다. 어떤 삶이 펼쳐질지 모르겠으나, 그곳에서도 좋은 사람들, 사랑스러운 고양이를 만날 준비가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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