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사람들 다 그래?" 프로 오지라퍼의 하루 일과

by 청두유

공항에서 입국심사를 할 때 한국인들은 위대해진다. 여권 케이스도 깔끔하게 벗겨 두고, 미리 물어볼지 모르는 호텔 주소나 출국 티켓 종이를 챙긴다. 의심 가득한 심사자의 질문에 차근차근 대답하며 준비한 서류들을 탁탁 내민다. 오래 걸리기로 악명 높은 미국 입국심사에서도 무조건 한국인 있는 줄에 서야 빨리 나갈 수 있다는 농담 반 진담 반 정보가 돌기도 한다.


인터넷에서 자랑스러운 한국인이라며 비행기가 취소되어 공항에서 머물게 되었을 때 한국 이름이 낯설어서 부르지 못하고 더듬거리는 승무원을 대신하여 한 아저씨가 “제가 할게요!” 하고 빠른 속도로 한국인들의 여권을 나눠준 이야기를 보고 한참을 웃었다. 이 이야기를 남자친구에게 해주니 그 역시 웃으며 말했다.


“터키 사람들도 그래. 늦게 처리하는 거 못 참아. 그리고 누가 곤경에 처하면 꼭 참견해서 다 도와주려고 해. 만약 네가 이스탄불 거리에서 길을 모른다고 영어로 물어보면 근처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다 달려 나와서 길을 알려줄 걸?”

그 말이 과장이 아니라 진짜일 수 있다는 생각은 빠르게 증명되었다.



저녁에 산책을 하던 중 맞은편 거리에서 배달 기사가 자전거를 세워둔 채 전화를 하고 있었다. 그는 몇 미터 앞 건물 문 앞에 서 있는 사람을 보며 "혹시 Deliveroo 배달시킨 거 기다리고 있어?"라고 물어보았다. 그녀의 응답을 듣고는 라이더가 있는 곳을 향해 "배달시킨 손님 저 앞에 있어. 계속 앞으로 가봐!"라고 소리쳤다. 짧은 시간 건너편에서 일어나는 일을 언제 보고 물어봐서 알려주기까지 할 수 있는지 신속함과 추진력에 놀랐다.


하루는 일하다 갑자기 드라이버와 렌치를 찾더니 창문을 두드리고는 밖으로 튀어 나갔다. 무슨 일이 있나 싶어 창 밖을 보니 어느 배달 기사가 흔들거리는 자전거 핸들 때문에 난감해하고 있었다. 남자친구는 그에게 자전거를 집 근처 도로에 세우라고 하고 나사를 조여 핸들을 고쳐주었다. 엄지 손가락을 치켜들어 “너는 오늘 내 생명의 은인이야. Thumbs up!”을 외치며 라이더는 자전거를 타고 사라졌다. 이쯤 되니 그는 매일 한 가지씩 남을 도와줄 거리를 찾고 있는 건 아닌지 의구심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한 가지씩도 아니었다. 몇 시간 지나지 않아 집 앞 공원에 갑자기 어떤 여자가 쓰러졌다. 사람들이 옆에서 그녀에게 말을 걸고 있는 듯 보였지만 그녀는 몸을 가누지 못하고 있었다. 제법 추운 날씨에 정신을 잃으면 위험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던 찰나에, 그는 이불을 꺼내 들고 또 출동했다. 체온이 떨어지지 않게 이불을 덮어주고 앰뷸런스를 기다리기 시작했다. 결국 앰뷸런스가 오고 그녀는 무사히 구급차로 이송이 되었다.



처음 그와 캐주얼하게 서로 알아가는 데이트를 할 때 그는 우리가 더 가까운 사이로 발전을 하게 되든 안 하든 이미 아는 사이가 되었으니 혹시라도 아파서 약이 필요하거나 무슨 일이 생기면 주저하지 말고 본인에게 연락을 하라고 했었다. 사귀게 된다면 모를까 몇 번 만나다가 서로 안 맞아서 더 이상 만나지 않기로 결정한다면 그냥 길에서 마주치는 행인과 다를 바가 없을 텐데, 친한 친구도 아닌 나를 신경 써주겠다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낯설기도 했다. 그를 더 알게 되었을 때 그 말들은 단지 나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했던 말이 아니었음을 알았다.


그는 언제나 남을 도울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이다. 도움의 정도는 친밀도에 따라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늘 신경 쓴다. 때로는 그러한 행동이 오지랖이 되기도 하고 타인과의 거리를 무시한 채 각자의 경계선을 침범하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하기에, 큰 용기가 필요하다. 혹시 용기 내어 도움을 주려다 도리어 타인에게 불편을 줄 까 봐 관찰자를 택하는 나와 달리, 그는 언제나 도움이 필요한지 물어보고 한발 나서기를 택한다.


오지랖에도 좋은 오지랖이 있고 나쁜 오지랖이 있다. 상황을 잘 알지 못한 채 말로만 훈수를 두고 관심을 표하는 오지랖이나 상대방이 거절의 의사를 표했음에도 계속 도움을 주려는 행동은 나쁜 오지랖이다. 정말 불편하다면 상대방은 거절할 것이다. 그전까지는 시도하기 전에는 정말 도움이 될지 안 될지 우리는 알 수 없다. 가끔은 그를 따라 용기를 내어 착한 오지라퍼에 동참하고 싶은 용기가 생긴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