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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두유 Dec 08. 2021

터키식 만두, “만두, 만두, 만두, 만트!”

고양이 3마리와 함께 하는 삶에 적응해가고 있다. 난생처음 작은 생명체와 산다는 것은 꽤 긴장되는 일이었다. 특히 잠자는 시간에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다. 맏이 이자 엄마인 삼색 고양이 "리아"는 평소에는 곁에 오지도 않고 쓰다듬지도 못하게 하면서 밤에 잘 준비를 하고 있으면 침대에 올라와 다리 근처에 자리를 잡았다. 세 마리 중 제일 까칠하고 조금만 수 틀려도 "먀!" 하며 호통 치는 도도한 마녀가 몸을 둥글게 말고 위아래로 몸을 움직이며 새근새근 자는 모습은 가히 위엄 있었다. 고양이와 처음 살아보는 인간이 그런 고양이를 두고 편하게 잘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잘 때만큼은 무해하고 얌전하며 작디작은 생명체를 행여라도 다리로 걷어차거나 누르지는 않을까 싶어 이불도 제대로 못 덮고 누에고치처럼 몸을 웅크리고 자곤 했다. 임시 집사는 그렇게 간밤에 부는 바람을 막지 못하고 무력하게 감기에 걸리고 말았다.

잘때만큼은 순한 리아:)


추위를 느끼는 순간, 감기 외에 함께 찾아오는 손님이 있다. 바로 방광염이다. 몸에 찬 기운이 들어왔다 싶으면 바로 찾아오는 병으로 영국에서 얻은 평생 친구 중 하나이다. 방광염에는 무조건 몸을 데우고 쉬어야 한다. 두꺼운 이불에 담요 2장을 덮고 잠을 청했다. 땀을 흘리며 자면서 감기 기운을 물리치다가 갑자기 눈이 떠졌고 무언가가 떠올랐다. 이렇게 떠오른 생각은 무조건 전달해야 한다. 급히 목소리를 쥐어 짜내어 남자 친구를 애타게 불렀다. 목소리는 갈라지고, 열이 나던 터라 데시벨 마저 매우 낮았지만 힘겹게 여러 번 그를 불렀다.

"무슨 일이야? 어디 아파? 뭐 필요한 거 있어?"

드디어 마음을 전달할 수 있다. 다급하게 여섯 글자를 탄식처럼 외쳤다.

"만트(Manti) 먹고 싶어."


터키에 온 지 얼마나 되었다고 아프면 생각나는 터키 음식이 생겼다. 만트는 터키식 만두로 양고기와 파 등의 야채를 넣은 음식이다. 새끼손톱만큼 작은 만트부터 엄지 손가락 한마디 정도까지 크기는 다양하지만 대체적으로 우리나라 만두보다 작은 편이다. 튀겨도 물에 쪄서도 먹으며 요거트, 버터, 고춧가루, 호두가루 등을 뿌려 먹는다. 요거트를 만두랑 먹는다는 것이 신기하다 생각할 수 있지만 터키에서 요거트는 밥, 파스타 등과 함께 먹는 메인 식재료이다. 먹기 전까지는 생소했던 그 음식의 맛은 익숙했다. 한국에서 이모와 함께 하루 종일 만두를 빚으며 찜기에 쪄먹던 만두가 생각났다. 중국 유학 시절, 음식점이 즐비한 학교 북문에서 마시던 훈툰 수프도 생각났다.  보들보들한 만트피가 헤엄치듯 입 속으로 흘러 들어가는 순간, '아, 이 음식은 나를 위로하는 음식이 되겠구나.' 하는 운명적인 느낌을 받았다.


터키에서 차를 타고 가다 보면 만트 가게를 우리나라 분식집만큼이나 흔하게 볼 수 있다. 많고 많은 만트 가게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곳은 Sinop Manti라는 곳이다. 시놉(Sinop)은 터키 북부에 위치하여 흑해와 닿아 있는 도시로 이 가게의 만트는 이 지역의 조리법을 따르고 있다. 손가락 2마디 정도 크기의 만두피 여러 장에 소를 넣고 날개가 있는 모양을 만들어 물에 찌는 형식이다.


가게는 6 테이블 정도로 협소하며 늘 주방 앞 테이블에는 만트를 만드는 아주머니가 앉아 계신다. 처음 가게에 가던 날, 아주머니께서는 나를 신기하게 바라보셨다. 그리고 남자친구에게 내가 어느 나라 사람인지 묻고는 한국에서 왔다는 말에 반가워하셨다. 아주머니의 딸이 한국 남자를 만나서 결혼하여 현재 한국에 가서 살고 있다는 이야기를 몇 번이고 하셨다. 어느 날 외국 남자를 만나 결혼하고 가버렸다면서 본인은 시집을 보냈는데 터키에 온 한국인 신부(터키 분들은 나를 Koreli Gelin, 한국댁(?)이라 부른다.)가 신기하고 반가운 듯 웃으며 말씀하셨다.


만트가 한국에서 먹던 만두와 맛도 비슷하고 맛있어서 나중에 꼭 만트 만드는 법을 배우고 싶다고 했다. 한국에서는 만두라고 부르는데 매우 비슷한 방식으로 만든다고 말을 전했다. 아주머니께서는 맛있어서 자주 오는 한국댁이 무척 마음에 드셨는지 내 손을 꼭 잡으시고는 다음에 꼭 가르쳐 주겠다고 하셨다. 기회가 되면 우리네 만두 만드는 법도 알려달라고 하시면서 말이다.


여기서는 만두를 만둣국이나 중국의 훈툰처럼 육수에 넣어서 먹지 않지만 단언컨대 이 만트는 육수에 넣어 먹어도 맛있을 맛이다. 만둣국의 핵심은 보드라운 만두피라고 생각하는데 이 만트의 피는 훈툰처럼 가볍고 부드럽기 때문이다.

비밀은 무엇일까? 조만간 만트 아주머니와 만트를 만들며 그 비밀을 알아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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