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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두유 Feb 03. 2022

리라코인, 터키 환율 1리라=135원에서 68원까지

요즘 온라인 상에서 터키 화폐 리라를 “리라코인”이라 부른다. 비트코인처럼 가격이 요동치기 때문이다. 어떤 흐름을 타는지 정확하게 알 수 없으나 타이밍을 잘 잡으면 짭짤하게 돈을 벌 수 있다고 생각해 사람들의 관심이 부쩍 늘었다고 한다. 


터키에 온 이후 리라화는 요동치는 것이 아니라 가치가 쭉쭉 떨어지기만 했다. 처음 왔을 때 1리라가 한국 돈으로 135원이었는데, 3개월 만에 68원까지 떨어졌다. 커리어를 전환하는 기간 동안 고정 수입이 없음을 대비하여 모아둔 금액은 그대로인데, 터키에서 그 돈의 가치가 3개월 만에 쑥쑥 올라갔다. 월급쟁이로는 할 수 없는 경험,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돈이 저절로 불어나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약 7~8년 전 1리라가 450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몇 년 동안 터키화 가치는 꾸준히 하락했다. 풍부한 농산물 덕분에 터키화의 가치가 폭락해도 내수 시장은 크게 흔들리지 않았기 때문에 일반 서민들 중에서는 뭐가 문제인지 모르는 사람들도 많았다. 가랑비에 옷 젖듯 조금씩 오르던 물가가 드디어 모두 체감할 정도로 폭증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지난달과 똑같은 월급을 받았는데 는데 갑자기 한 달 번 돈으로 살기가 팍팍해진 것이다. 뉴스에서는 매일 기자가 시장에 나가서 같은 돈으로 얼마만큼의 식재료를 살 수 있는지 보여주며 서민들의 고충을 전해주고 있었다. 식당에 가면 주마다 올라가는 가격으로 인해 메뉴판 가격란에 스티커가 여러 개 붙어 있었다. 


환율이 한 번씩 출렁이며 터키화의 가치가 곤두박질 칠 때면 환차익을 노리고 온라인 사재기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아낸 회사들은 환율이 요동칠 때마다 웹사이트 내에서의 물건 구매를 막고 본사의 정책에 따라 100~1000리라 정도 올린 가격으로 판매를 재개했다. 그렇게 올린 가격도 떨어지는 환율을 따라잡을 순 없었기에, 언제 다시 정상 가격이 될지 모르는 상황이니 빨리 쇼핑을 해야 한다는 사람들도 있었다. 



최근 68원이었던 터키화가 하루 만에 갑자기 93원이 되어 버린 "리라코인" 사건이 일어났다. 정세를 감안했을 때 가치가 더 떨어질 거라 생각해 안심하고 있다가 이럴 줄 알았으면 미리 몇 달치 생활비라도 환전 해둘껄하고 후회했다. 속이 쓰렸지만 괜히 더 생각해서 스트레스받지 말자고 마음을 다독였다. 어차피 처음 왔을 때 생각했던 가격보다는 싸기도 할뿐더러, 벌어둔 돈이 사라진 것도 아니니 말이다. 


"리라코인"의 원인은 정부의 정책 때문이다. 날로 떨어져 가는 리라화의 가치로 인해 은행에 달러로 돈을 보유할 경우, 리라화로 보유하고 있을 때보다 이득이 발생하게 된다. 이에 정부는 리라화로 보유하고 있는 사람들이 같은 금액의 달러를 보유했을 때와 비교해서 손해가 발생했을 경우 그 손해 금액을 보상해주겠다는 정책을 발표했다. 이로 인해, 리라화를 사들이는 사람들이 증가하면서 하루 만에 리라화의 가치가 반등한 것이다. 이 정책은 결국 제 살 깎아 먹기이며 추후 벌어질 문제를 고스란히 국민들이 떠안아야 하는 정책인데, 눈앞의 이익에 솔깃해서 우르르 몰려든 사람들을 생각하니 답답하기도 하고 속상하기도 했다. 


지금의 터키 정부는 돈이 부족하다. 단기적으로 권력을 연명하는 데에만 관심이 있을 뿐 나라를 정상 궤도로 올릴 생각조차 없다. 그도 그럴 것이 리라화 환율이 이렇게 떨어지게 된 데에는 대통령 에르도안의 환율 간섭 및 통제가 있기 때문이다. 20년째 집권 중인 대통령은 선거를 통해 당선되었으나 독재자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로 따지면 한국은행장을 본인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갈아 치우고, 은행 이자를 마음대로 조절하는 등 마치 자신의 왕국인 것처럼 권력을 휘두르고 있기 때문에 터키는 리스크가 큰 국가가 되어 신용도가 떨어지고 있다. 이러한 만행이 결국은 환율을 곤두박질치게 만들었고 서민의 삶에 까지 영향을 끼치게 된 것이다. 


정세가 어지러운 국가에 있다 보니 투표의 중요성을 더욱 실감하게 된다. 바로 눈앞에 보이는 이익이 아니라 멀리 볼 수 있는 눈을 가진 국민이 중요하고, 이를 보여줄 수 있는 투표가 중요하다. 늘 말하는 “누가 하든 정치는 다 똑같다. 그놈이 그 놈이다.”라는 말이 아닐 수도 있음을 절실히 느끼며, 눈을 더 똑바로 뜨고 귀를 열고 감시하는 국민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해본다. 



안타깝게도 리라 코인의 전망은 밝지 못하다. 독재 정권이 곧 끝나고 정치가 조금이나마 안정권으로 갈 것이라는 전제 하에 터키에 있는 땅, 건물 등 부동산을 구매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이득이 될 수 있다. 실제로 많은 외국 바이어 및 기업들이 이스탄불에 있는 기업, 부동산을 빠른 속도로 매입하고 있다. 하지만 개인이 리라화를 활용해서 단기 환차익을 노리기에는 리라화가 급등하기까지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보다는 여행 와서 먹고 자고 쇼핑하고 즐기는 것이 금전적으로 개인이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이득이지만 오미 클론 때문에 여행을 자제하는 분위기라 아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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