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엄마가 나와 저녁밥을 둔 자리에서
‘그 사람’에 대해 오랜만에 얘기했다.
에어컨도 없는 찜통 부엌에서
밥 차리는 게 힘들다고,
제발 '국'만 이라도 해달라 하지 말아 달라고 했는데,
오늘은 굳이 두부요리까지 해달라는 아빠 이야기가
끝나고 난 직후였다.
아직 일하는 엄마에게 식사 준비까지는 힘에 부치다는
것을 아빠는 거의 매일 무섭도록 모른 척한다.
엄마가 결혼할 뻔 한 사람.
우리나라 최고 대학에서 공부했고,
우리 사는 도시에서
제일 큰 변호사 사무실을 차린 사람.
형제가 많은 집안에 장손이었던 사람.
언제인가
그 남자에 대해 들었을 때,
사실 많이 놀랐다.
엄마가 결혼할 뻔했던 남자에 대해,
내게 말할 줄은 몰랐다.
내가 아는 엄마는 강한 사람이었다.
언젠가 그 남자의 이름을 내건 사무실 간판이
사는 도시 한복판에 제일 크게 붙어있던 것에
많이 놀랐다고 했다.
“그 남자랑 결혼했으면 엄마 이렇게는 고생 안 했겠다. “
난 오늘도 이 말이 먼저 나왔다.
엄마는 그 남자랑 결혼하면 고생길이 훤해서
아빠를 만났나고 했는데,
보기엔 내가 모르는 그 남자보단
아빠가 엄마 고생은 몇 곱절은 더 시켰다.
“그랬으면 너희 못 낳았지.”
항상 이 얘기 끝에는 엄마는 이 말을 붙인다.
내가 안 태어났어도 좋으니,
나란 존재 세상에 없어도 좋으니
내가 내가 아닌 존재로
엄마를 마주쳤을 때,
내가 엄마를 알아볼 수 없겠지만,
저 사람은 참 행복해 보이는구나.
생각 한번 하게 되었으면.
엄마와 대화 끝에
오늘 밤엔 난 그런 소설 속 상상 같은 것을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