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월 31일
사랑을 힘껏 외치는 사람들을 보면
사랑하는 척하는 스스로가 싫어지거든
단 한 번도 진심을 드러내려 하지 않는 것 같아
진심인 줄 알았는데 진심이 아니었나 싶어
나도 무엇도 알 수 없게 되었어
시린 겨울이 끝나면 봄이 올 줄 알았던가
봄이 되어야 비로소 오랜 물줄기가 세차게 쏟아내린다
거두어질 줄을 모르고 쏟아진다
아름드리 싱그러운 화창 아래에서
쓰린 파랑을 피해보려 눈을 가리는 게 전부야
온화할 청춘 속에 짙은 어스름도 녹아가겠지
내일도 확신할 수 없는 허무를 끌어안고
그저 겨울 같은 봄을 헤매는 날이 전부가 된다
푸르른 것들이 너무 많은 계절 안에서
그래
언젠가는 진심을 다해 전부를 사랑하고 있노라,
이윽고 울음 같은 탄성을 터뜨리기 위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