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월 12일
빤히 나를 바라보더니 천천히 다가와
톡톡, 내 뺨 위로 노크를 했다
거두어지는 손길에는 여린 물기가 따라갔다
그러고도 오래, 조금 높은 체온이 곁에 머물렀다
그날,
늘 소리 죽여 울던 내 울음을
네가 소리 없이 거두어준 그날
처음으로 내 공백에 의미가 생겼다
단 한 줄도 쉬지 않고 빼곡하게 채워진 활자들의 끝에
종이가 찢기듯 존재한 별난 공백은 늘 나의 치부가 되곤 했다
덧대고, 다음 페이지들을 수없이 채워 넘겨도 흔적은 여전했다
꼬리표와 같았다
그렇게,
세상 모든 사람들의 눈에 그렇게 보여도 상관없다
내게는 수많은 인연과 우연의 사이를 가르고
너와 내가 만날 수 있도록 해 준 단 한 번의 기록이었으니
나는 내 삶의 일부를 덜어, 전부 네 것이기로 했다
덜어낸 시간과 공백이 처음으로 의미를 가졌다
전부
너를 만나기 위한 모든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