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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는교사 정쌤 Nov 27. 2023

나는 아이가 울면 왜 우는지 너무 궁금하다

치유와 성장의 저널링

    

지난주 화요일, 체육관 문을 열어두려고 2층에 내려갔다. 체육 수업 시간 수업 태도가 좋고 잘 웃는 유나가 동생과 있다가 인사를 했다. "체육 선생님, 안녕하세요?" 반가운 마음에 나도 목소리를 높여서 인사했다. "응. 유나 동생이랑 있구나." "동생이 유나랑 똑같네. 이쁘다." 하며 동생을 보는데 얼굴이 어두웠다. 유나의 얼굴이 난감해짐을 느꼈다. "아이고, 유나 동생 왜 그래?" "무슨 일 있었어?"하니 유나 동생이 찡찡거리며 울기에 혹시나 내가 너무 쑥스럽게 만들었나 싶었다. "유나야, 선생님이 동생 아는 체해서 그런 거야?" "아니요. 맨날 이렇게 울어요." "아이고, 어떡해. 날마다 울었으면 유나 힘들었겠다." 순간 동생이 저만치 앞으로 간다. 아무래도 뭐라도 주고 보내고 싶은 마음에 도서관 사서 선생님께 젤리 하나를 얻어서 유나에게 전했다. "유나야, 동생 주머니에 넣어줘. 어서 가 봐." 동생을 챙기는 유나가 기특하면서도 날마다 우는 동생을 교실로 데려다주던 그 발길이 얼마나 무거웠을까 싶어서 가슴 한편이 아려왔다. 부모로서도 자식의 그런 모습을 지켜보는 게 힘든 일인데 5학년 아이가 동생의 우는 모습을 보며 아침을 맞이하는 날들이 무거웠겠다 싶었다. 유나의 밝은 모습과 대조된 그 모습이 한동안 떠올랐다.      


유나가 동생을 챙기는 모습을 보면서 어린 시절의 나와 엄마가 되어서 새로운 학교로 전학을 하던 딸의 모습이 떠올랐다. 나도 어릴 때 동생들과 함께 학교에 갔다. 동생들에게 일이 생기면 언니인 내가 돌봐주기도 했다. 그리고 엄마인 내가 둘째를 새로운 학교에 전학시키던 날, 아이가 눈물 흘리던 모습도 생각이 났다. 아이들이 눈물을 흘릴 때는 자기 나름의 이유가 있다. 그래서인지 유나 동생의 눈물을 보며 마음이 아팠다. 조용히 눈물 흘리는 아이들을 볼 때면 뭔지 모를 그 아이의 아픔이 그냥 전해진다. 어쩌면 우리는 다른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내가 느꼈던 경험의 한 조각을 다시 보게 되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다. 유나가 우는 동생을 달래느라 애쓰는 모습에서 나는 나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고 엄마로서 딸을 전학시키며 마음 아팠던 날을 떠올렸다. 다른 사람의 삶의 공감할 수 있는 것은 내 삶에서 그와 닮은 삶의 조각이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와 나의 삶의 교집합 덕분에 우리는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나는 이렇게 애쓰는 아이들을 잘 가르치고 싶다. 아이들이 스스로를 잘 가꾸며 살아갈 수 있길 바라는 마음을 갖길 바란다.      


복직을 하고 아이들을 다시 가르치면서 내가 경험한 삶이 교사로서의 내 삶을 더 가치롭게 만들어 준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힘든 상황에서도 스스로 자라려고 애쓰는 아이들이 잘 자랄 수 있도록 누구보다 잘 지도할 수 있는 마음을 가졌다는 것을 알았다. 어린 시절 나를 사랑해 주고 믿어주셨던 몇몇 선생님들 덕분에 내가 교사가 된 것처럼 조용하고 소심한 아이들에게도 꿈과 희망을 줄 수 있는 힘이 내 안에 있다는 것을 알았다. 내 안에 애쓰는 아이들을 더 잘 자라게 돕고 싶은 욕구가 많다는 것을 이젠 받아들이게 되었다. 복직 전까지만 해도 나는 뒷걸음질 치고 있었다. 경제적 자유를 이루어 교권침해, 아동학대 고소로 힘든 교직을 더 빨리 떠날 생각을 했다. 하지만 복직을 하고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교사로서의 나를 더 선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 아이들을 잘 가르치고 싶고 무엇보다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해 줄 수 있는 것들을 해주고 싶다는 것을 깨달았다. 착하고 성실한 유나가 우는 동생 때문에 하루를 무겁게 시작하는 모습을 보면서 더 따뜻한 교사가 되어주고 싶었다. 애쓰는 아이들이 잘 자라게, 어린 시절 내가 선생님들께 받은 신뢰와 사랑을 나눠줄 차례라고 생각한다.

     

*유나는 가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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