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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는교사 정쌤 Dec 02. 2023

점심시간 이곳저곳에 스마트폰 족들이 있다

지금 학교는

체육전담교사이다. 요즘은 담임교사가 아니면 학생들에게 지도하는 말을 잘하지 못한다. 잘못 지도했다가는 담임교사도 아닌데 지도했다며 아이가 무서워했다면서 민원을 넣는다. 그래서 수업시간 외에는 위험하고 다급한 경우가 아니면 지도하지 않는다. 아니 못한다. 


우리 학교만 그런 건지, 다른 학교들도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우리 학교 아이들은 점심시간에 곳곳에서 핸드폰을 하고 있다. 하교 후 방과 후 수업을 기다리면서는 더 많은 아이들이 무리 지어 핸드폰을 하고 있다. 요즘 초등학교에는 놀이공간이 복도에 잘 마련되어 있다. 그곳이 아이들이 핸드폰을 하고 있는 장소이다. 학생들이 모여서 서로 이야기하고 놀이를 하며 노는 게 아니라 핸드폰 게임을 하며 각자의 폰 삼매경에 빠져있다. 교사로서 말하고 싶지만 꾹 참고 간다. 담임교사들도 뭐라 하지 못하는 걸 전담교사가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싶다.


휴일이라 도서관을 다녀오는 길에 편의점 앞 의자에 5~6명의 초등학생들이 둘러앉아 핸드폰을 하는 모습을 보았다. 같이 놀고 있으나 따로 놀고 있는 것이다. 함께 놀았으나 사회성은 전혀 길러지지 않는 요즘의 현실을 말해주는 것일까. 내 아이는 어떤 모습으로 내가 모르는 세상 속에서 살고 있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많은 부모들은 학생들이 저렇게 학교에서 핸드폰을 하리라고는 상상도 못 하겠지? 상상은 할까? 얼마 전 수업시간에 핸드폰을 사용한 학생이 있어서 부모님께 연락을 드리니 놀라지도 않아 하셔서 오히려 당황스러웠다는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었다. 이럴 때는 참 난감하다. 그런데 어쩌겠는가. 교사가 아무리 핸드폰 사용을 절제해야 한다고 가르쳐봤자 가정에서 지도를 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요즘 학교를 모르는 사람들에게 이런 학교 이야기를 하면 낯설어한다. 자신이 고등학교 다니던 시절만 이야기한다. 학교에 대한 경험이 과거에 머물러 있는 것은 생각도 하지 않으면서 학교에서는 이래야 한다고 말한다. 직접 학교에 와서 하루종일 있어보라고 말하고 싶다. 그 사이 학교가 얼마나 변했는지, 스마트폰의 사용이, 제대로 가르칠 수 없게 만든 법과 제도가 교육을 얼마나 우습게 만들었는지 와서 보셔야 한다. 공개수업의 날 가는 게 아니라 아무것도 아닌 날 가서 봐야 한다. 얼마나 많은 교사들이 애쓰고 있는지, 열심히 지도해도 그 과정의 애씀은 사라져 가고 있는지 와서 봤으면 좋겠다. 


https://www.fnnews.com/news/2023090116510244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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