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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는교사 정쌤 Dec 07. 2023

학생이 교사를 신뢰한다는 것, 사랑이라는 다른 말

치유와 성장을 위한 저널링 

5, 6학년 진로체험 수업이 있어서 체육관에서는 드론을 하여, 나는 참관교사로 있었다.  6학년 여학생 00 이가 들어오면서 “선생님, 저 제과제빵 가려고 했는데 가위 바위 보에서 졌어요.” “에구, 아쉬워도 어떡해. 이왕 온 거 재밌게 해.” “아니에요. 안 하고 싶어요.”하며 맨 뒷자리에 앉는다. 아이들을 살펴보다가 맨 뒤에 앉은 00 이에게 가서 핫팩을 건네며, “오늘 00이, 이 수업 듣는 거 알고 챙겨 왔어. 따뜻하게 하고 있어.”하고 말을 건넸다. 00 이는 “선생님, 사랑하는 거 알죠?” 이렇게 너스레를 떤다. 사실 00 이는 체육시간마다 거의 배가 아프다고 많이 쉰 학생이었다. 6학년 아이들은 체육 시간에 배가 아프다고, 넘어져서 무릎이 아프다고, 발목이 아프다고 쉬는 아이들이 많다. 1학기 때부터 그랬다고 하니 2학기라고 해서 학생들에게 더 엄하게 할 수가 없다. 그리고 체육시간은 몸을 써야 하는 수업이기 때문에 학생이 아프다고 하면 쉬게 할 수밖에 없다. 꾀병인지 아닌지는 학생이 일차적으로 알고 말하는 것이기에 교사는 학생의 말이 거짓이라 하더라도 믿어주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다. 운동장과 교실 수업을 병행하던 날, 손이 차가운 00 이에게 가지고 있던 핫팩을 주었다. 그때부터 00 이는 핫팩은 사랑이라며 나에 대한 경계를 풀고 조금이라도 잘하려고 애쓴다. 


몸에 상처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아프다고 자꾸만 수업을 빠지는 아이는 마음이 아픈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몇 주 동안 배가 아프다며 체육 수업 시간에 앉아있는 00 이에 관한 이야기를 담임교사에게 물어보고 나서야 00 이가 왜 자꾸 아픈지 알 수 있었다. 교사에게, 친구들에게 ‘나 아프니 조금만 봐주라’하며 관심을 끌기 위해 수업도 쉬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복직한 지 3개월이 지나고 나니 나도 학생들을 조금씩 이해하고 학생들도 나의 수업방식에 조금 더 익숙해진 것 같다. 처음엔 그동안 내가 가르쳤던 학생들의 평균을 생각하며 학생들을 가르쳤다. 학생들에게 왜 기본적인 규칙과 질서를 안 지키는지 묻기도 해 보고 스스로 잘하는 사람이 되어보자며 달래 보기도 하면서 가르쳤다. 그런데 학생들의 개인사를 알게 될수록 내가 수업에서 바라는 것들이 학생들에게는 중요하지 않은 것들일 수 있겠다 싶었다. 학교에 오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을 한 것이 되는 학생들이 있었다. 그런 학생들에게 질서와 규칙이 얼마나 중요할까, ‘뭣이 중헌데’라는 말이 저절로 나오는 학생들을 바라보고서야 교사로서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더 생각해 보게 되었다. 


내가 이 이야기를 왜 하는가 하면, 학생들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 없이 가르치는 일은 반쪽짜리 교육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교육과정의 성취 수준에 맞는 교육을 실시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그 내용들을 학생들의 수준에 맞게 재구성하여 가르치는 것은 교사의 몫이다. 학생들의 가정환경이 어려운 경우는 많은 면에서 학생의 배경지식이 부족하게 나온다. 또한 가정환경이 좋지 않으니 학생들의 기본적인 생활습관, 생활 태도가 많이 무너져있다. 집에서 돌봄을 책임지는 부모가 맞벌이를 하느라 삶의 여력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학생들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라고 한다면 학생들의 집안 형편, 학생들의 기본 특성과 학습 수준 등을 잘 알고 있느냐이다. 이러한 항목들을 3월부터 자세히 관찰해서 이해하고 있을 때 학생과 교사의 신뢰 관계가 형성될 수 있다. 토드 휘태커가 지은 [훌륭한 교사는 무엇이 다른가]에서 나온 이 말을 떠오른다. ‘마음을 얻어라. 그다음에 가르쳐라.’ 교사와 학생 간의 신뢰는 서로 마음을 얻는 행위이다. 학생이 교사를 신뢰할 수 있도록 교사가 학생을 천천히 깊이 관찰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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