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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는교사 정쌤 Dec 17. 2023

'중꺾마'이지만 매일 마음이 꺾이면 어떡해요?

체육 수업을 하며 한 학기 동안 배운 것들을 정리했다. 안전 영역과 함께 마무리를 하며 유퀴즈에 나왔던 안세영 선수의 인터뷰를 요약해서 보여주었다. 안세영 선수는 15살에 국가대표 선수가 되면서 첫 국가대표로 나간 대회에서 천위페이 선수를 상대로 예선 탈락을 하고 왔다. 그리고 스스로 국가대표가 이래도 되나 하는 마음이 들어서 그때부터 3년간 하루도 쉬지 않고 운동을 했다고 한다. 그렇게 준비하고 나간 대회에서도 천위페이 선수에게 패배하면서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느꼈다고 한다. 그런 과정의 시련을 겪으면서 안세영 선수는 쓰러진 게 아니라 일어나서 더 단단하게 마음을 잡고 운동을 했다. 모래사장에서 배드민턴 연습을 하는 모습을 보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학생들에게 이 영상들을 보여주면서 안세영 선수의 칠전팔기 정신을 알려주었다. 그리고 체육 수업이 끝나고도 계속 마음에 새길 말로 '그릿'과 '중꺾마'-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라고 전해주었다. 그때 한 학생이 물었다. 


"선생님,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인데 매일 마음이 꺾이면 어떡해요?"

"당연히 날마다 마음이 꺾일 수 있지. 선생님도 그래. 힘들면 하던 것들을 하기 힘들어서 못하는 날도 있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새날이 시작되면 어제 마음을 지우고 새롭게 하려고 하지. 너희들과 수업하면서 너희들이 힘들게 한 날은 선생님도 힘들어. 그래도 다음 수업을 할 때는 또 새롭게 너희들 이쁜 모습 바라보고 하려고 노력하지. 그러니까 우리 00 이가 선생님 힘들게 하는데도 이렇게 또 이뻐하잖아. 선생님의 노력이 느껴지지, 00아?"

"네."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시작할 때는 하고 싶은 것들을 적어보고 끝날 때는 그것들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를 확인하는 작업을 해본다. 담임을 할 때는 학급문집으로 그렇게 한 해를 정리하기도 했다. 올해는 체육전담 교사로 9월 복직하면서, 첫 수업에서 학생들에게 한 학기동안 하고 싶었던 활동들을 모둠별로 2개씩 골라서 적게 했다. 그것을 사진으로 남겨두었다가 수업 정리를 하며 다시 보여주었다. 아이들이 원했던 활동들을 모두 했다는 것에서 나도 아이들도 기뻤다. 하고 싶은 것들을 정해서 미리 적어두고 일정 시간이 지난 후에 썼던 것들을 돌아보는 것은 개인의 삶에서도, 이렇게 학생들과의 수업에서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생들이 이렇게 한 학기를 마무리할 수 있어서 다행이고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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