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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는교사 정쌤 Jan 14. 2024

나의 온라인 독서모임 이야기

그저 책을 읽고 남들의 생각이 궁금해서 온라인 독서 모임을 시작했다


'책모닝' 독서 모임은 그저 책을 읽고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는 생각에서 시작되었다. 궁금함이 '한 번 해볼까?' '뭐 어때?' '안 되면 어쩔 수 없고' 하는 마음으로 블로그 밴드 선생님들께 독서모임을 하고 싶다고 글을 남겼다. 

    

"선생님들 중 혹시 zoom 독서 모임 하실 분 있으실까요?" 

    

코로나 상황이었고, '당신의 모든 것이 메시지다'라고 말하는 송길영 작가의 <그냥 하지 말라>를 읽고 누군가와 이 책의 이야기를 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 밖에 없었다. 세상은 이토록 빠르게 변하고 있는데 학교는 너무 조용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 학교의 문제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그 문제들은 조용히 덮여서 해결된 것처럼 지나갔다. 그런 것들을 목도하는 와중에 <그냥 하지 말라>를 읽었기에 나는 그냥 있을 수 없었다.

     

나의 제안에 "저요!" 하고 함께 참여하고 싶은 의견을 주신 선생님들이 계셔서 너무나 기쁘게 독서 모임을 시작할 수 있었다. 블로그 밴드를 운영하며 함께 한 선생님들이지만 zoom으로 얼굴을 뵙는 것도 처음, 책을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처음이었다. 새벽 6시가 되기 전에 zoom을 켜고 기다렸다. 한 분씩 들어오시고 닉네임을 부르며 인사를 나누었다. 떨리고 어색한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했다. 그리고 <그냥 하지 말라>를 읽고 난 소감으로 다섯 글자로 말하기를 했다. 역시나 선생님들이라 바로바로 대답이 나온다.

     

"바뀌어야 해"

"참신했어요."

"나의 콘텐츠"

"새로운 충격"

"착하게 살자"

"Think“

     

<그냥 하지 말라>는 송길영 작가가 사람들이 남긴 흔적들을 모아서 그 속에 담겨있는 사람들의 마음을 읽은 후, 그 패턴을 분석한 내용을 책으로 소개한 것이다. 저자는 '일어날 일은 일어난다'는 표현을 하며 사람들이 선호하고, 그것을 원하기 때문에 변화한다고 말한다. 개인의, 개인들의 욕망의 합이 곧 미래에 벌어질 일들의 인풋이 되기에 ‘당신의 모든 것이 메시지’라고 말한다. 또한 그렇기에 ‘그냥 하지 말라’라고 한다. 사회의 변화를 알려주며, 궁리하는 성실함으로 진정성 있게 하기를 조언하는 책이다.

    

선생님들과 책을 읽고 난 느낌을 이야기하면서 내가 생각하지 못한 부분을 말씀해 주실 때 이 모임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1을 내놨는데 다른 분들이 9를 주셔서 10개가 된 느낌이다'라고 그날을 기록했다. 그리고 독서모임을 하는 사람들이 모두 교사이자 엄마라는 공통점이 있어서 좋았다. 우리가 학교에서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도 생각해 보게 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내가 실천할 것을 생각했다. 학급에서 실천할 수 있는 부분은 내가 하자. 그리고 업무의 부분은 같이 함께 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기로 생각했다.”     

“학교의 업무라는 게 몇몇의 애씀이 많은 부분은 있다. 하지만 이것이 순환되면 된다고 생각했다.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기에 이번에는 내가 하고 다음에는 다른 이가 할 수 있는 부분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이렇게 누군가의 애씀이 있기에 학교가 잘 굴러간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학교라는 곳도 미래엔 재택근무가 당연하게 생기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래서 재택근무를 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질 것 같다.”     

“전면 등교를 했는데 학폭이 일어난 학교도 있지만 그렇지 않고 오히려 학교에 오는 걸 감사해하는 아이들이 많았다. 아이들을 만나 즐겁지만 조심스럽게 참여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엄마로서 아이들의 교육과 퇴직 이후의 삶을 떠올려봤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 찾고 자극해 주는 삶에 대하여.”     

“가정이 붕괴된 느낌이다. 가정에서 배워야 할 예절이나 규칙들을 몰라서 학교에서 지도하고 있다. 학교가 너무 많은 것을 떠안게 되지 않았나 싶다. 요즘 교과교육보다 아이들 생활지도가 어렵다. 이런 것을 보면 코로나로 인해 양극화가 학력뿐만 아니라 사회적 능력, 협업 능력 등에도 일어나는 것은 아닌가 싶다.”     

“학교 자체가 과거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근대 산업 사회가 만들어지면서 표준화와 대량 생산이라는 정신에 입각해서 만들어진 시스템으로 획일화된 교육이 이루어지는 곳이다. 코로나로 인해 오히려 미래학교로 이동한 느낌이다. 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 과거만 바라보지 말자. 오늘 자체가 미래의 과거이기에 오늘에 집중하는 게 미래에 대한 대비라는 생각이 든다. 나만의 메시지를 갖고 AI에 대체되지 않기 위한 유일함을 가져야겠다.”  

   

우리들은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학교에서 교사로서 학생들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그리고 가정에서 자녀들을 어떻게 키워야 할지, 그리고 나의 미래를 위해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가감 없이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나를 포장하기 위해 애쓰는 일이 없었다. 책이 어려우면 어려운 대로 쉬우면 쉬운 대로 재미가 없으면 재미가 없는 대로 서로의 의견을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내가 독서 모임을 하자고 했고 독서 모임 운영자임을 자청했지만 나는 그저 판을 깐 사람이었지 그 안에서 속을 채운 사람들은 독서 모임에 참여한 복댕맘, 행복행복, 통이맘, 램프지니 선생님이었다. 그 사이 몇 분이 더 있었으나 지금까지 꾸준하게 함께 해 오고 독서 모임을 기록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함께 하는 사람은 5명이다.

      

무엇을 새롭게 도전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더구나 책을 쓰는 일은 더 어렵고 나와는 거리가 먼 이야기라는 생각을 많이 하곤 했다. 하지만 꾸준히 읽고 쓰는 생활을 하면서 나도 쓰는 사람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오늘 아침에 글을 쓴 사람이 작가'라는 말도 알게 되었다. 이렇게 꾸준히 2년이라는 시간 동안 책을 함께 읽었고 3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블로그 밴드도 함께 했다는 것만으로도 선생님들과 함께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넘어질 것도 각오하고 시도해 보기로 했다.  

   

그저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자신의 몫을 하던 워킹맘 교사들이 책을 읽고 글을 쓰면서 지내온 시간을 펼쳐보려고 한다. 나는 부족하지만 함께이기에 서로의 부족한 점을 보완하며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기회가 되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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