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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는교사 정쌤 Mar 19. 2024

나에게 좋은 피드백을 주는 학생을 잊으면 안 된다

어제 수업을 하면서 수업을 방해하는 학생들을 지도하는데 이 학생들의 자리를 바꿔도 문제가 없는지 알 수가 없었다. (수업 후 살펴본 학생 분리 지도 계획에 주의 2번을 준 후 자리를 바꿀 수 있다고 나와 있다. 1차 지도, 2차 지도는 교실 내 자리이동이다. 각 학교마다 '학생 분리 지도 계획'이 있으니 살펴보기 바란다.) 그래서 우선은 주의를 주기만 하고 수업을 진행했다.


교사가 화를 내도 안 되고 교사가 큰 목소리로 주의를 주고 학생을 훈육하는 것도 안 된다. 다양한 관련 사례들을 알기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는 것에 무력감을 느꼈다. 학생들을 보내고 나서야 '학생 분리 지도 계획'을 읽고 할 수 있는 것들을 확인했다.


나는 정말 궁금하다. 칭찬만으로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는 것인지. 수업을 방해하고 남에게 피해 주는 잘못된 행동에 대한 지도와 교정을 하지 않고 그냥 칭찬으로 잘했어라는 말로 학생들의 올바른 전인적 성장이 가능한지 궁금하다. 그리고 학부모들은 학생들이 학교에서 정말 칭찬만 받으며 생활하길 바라는 것인지 궁금하다. 학생의 위의 잘못된 행동을 수정하고 바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교육시키고 싶은 의지가 있는지 궁금하다. (이건 공부를 잘하게 시키겠다는 의지와는 다르다. 공부는 아이의 재능과 관련된 영역이다.)


내 안에서 일어나는 물음들 끝에 수업을 방해하던 그 학생들에게 주의를 주고 그 행동들을 못하게 하느라고 나를 쳐다보던 다른 학생들을 더 못 바라봤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더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야 할 것은 나를 필요로 하는 학생들임을 잊은 순간이었다. 수업 방해를 하는 학생들은 하루아침에 그렇게 된 게 아니다. 4학년이라면 그동안 쭉 누적된 것이다. 그리고 그동안 담임교사가 지도를 수없이 했을 것이다.


내 교실에서 2주 만에 바뀔 리가 없다. 천천히 꾸준히 지도해도 올해 안에 바뀐다는 보장도 없다. 가정에서의 꾸준한 지도가 병행이 되지 않으면 쉽게 바뀌지 않는다. 수업을 방해하지 않도록 주의를 주되 그 이상을 하느라 위험해지면 안 되고 그 이상을 하느라 다른 학생들을 지도하지 못하면 안 된다.


오히려 내게 좋은 피드백을 주는 학생들을 잊으면 안 된다. 한 명씩, 한 명씩 마음을 건드리고 꽃 피우게 하는 일, 어쩌면 나는 거기에 더 집중해야 한다.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고 나니 무력감이 사라졌다. '그렇다면 다시 한번!' 시작해 볼 마음이 생긴다. 날마다 무너진 마음을 다시 세우는 일을 해야 내가 바라는 교실을 만들 수 있는 것인가 의문이 생기지만 아직은 그렇게 일어날 수 있음에 감사하다. 그리고 오늘은 나를 더 바라보는 학생들에게 집중하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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