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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는교사 정쌤 Apr 11. 2023

우리들의 애벌레 기둥은...

끄적끄적 일상의 단상

우리가 무심코 하는 말들에서 폭력적인 것들을 알아채야 한다. 언어에 대한 민감성은 가져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친구 같은 동료와 이야기를 학교 교육에 대하여 나누다가 중학교 성적은 예쁜 쓰레기라고 표현하는 것 자체가 너무 폭력적이지 않냐고 말했다. 많은 고등학교 학부모들은 이 말이 무슨 뜻인지 알 것이다. 중학교의 절대평가로 인해 문제도 쉽고 그에 따라 올 A가 그만큼 흔해졌다고 한다. 고등학교에 오면 그 성적이 무의미하다는 것을 알려주는 말이 '중학교 성적은 예쁜 쓰레기'이다. 


아무리 쉬워도 시험이고 아무리 A 맞기가 쉬워도 공부는 아이가 한 것인데 아이들이 애써서 얻은 자랑스러운 성적이 '예쁜 쓰레기'가 되다니 너무 폭력적인 말이 아닌가 싶었다. 이 말은 아이들을 경쟁에 내모는 것을 당연히 하는 것 같다. 


문득 이런 생각에 다다르니 우리가 무심코 남들이 하는 말을 그대로 따라 하면서 폭력에 길들여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무심결에 폭력에 가담하고 무심결에 아이들을 경쟁으로 내모는 일을 정당화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봐야 한다. 


어쩔 수 없이 올라가는 애벌레 기둥('꽃들에게 희망을'의 애벌레 기둥)일지라도 그곳에 왜 오르는지 생각은 하며 오르고 내려가도록 하자. 남들이 하니까 라는 말로 나의 모든 것들을 합리화하지 말자. 


수많은 애벌레 기둥 중 하나를 나도 오르고 있다. 어쩔 수 없이 하나를 골라서 올라야 한다면, 그래도 세상을 좀 더 이롭게 하는 애벌레 기둥이길 바라며 오르기로 했다. 애벌레 기둥을 내려와 나무 위로 올라가 고치를 만들 시간이 언젠가는 오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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