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와 성장을 위한 글쓰기
초등학교에서 담임교사를 하다 보면 참 많은 어려움에 부딪친다. 요즘은 교사가 무엇을 강력하게 이야기할 수 없는 현실이 되었다. 얼마 전 임영주 작가가 나온 훈육 관련 유튜브 영상을 봤는데 작가가 요즘 학교에서는 훈육을 할 수 없게 되었다는 말을 하였다. 사실이지만 씁쓸하기도 하였다. 그러면서도 오히려 이렇게 사실을 정확하게 전해주는 부모교육 전문가에게 감사한 마음도 들었다. 요즘에는 지역단체나 의료기관에서 무료로 해주는 진료나 검사들이 많아졌다. 1학기부터 진료 안내를 했고 방학 동안 하라고 했지만 전혀 참여하지 않은 학생들이 있다. 학생이 검사를 하지 않은 게 아니다. 학생은 혼자 힘으로 살 수 없으니까. 학생을 돌보는 보호자가 챙겨야 하는 부분이다.
아이들은 혼자 자랄 수 없다. 그렇기에 보호자가 아이의 많은 것들을 챙겨주어야 한다. 하지만 아이가 초등 고학년만 되어도 많이 크다고 생각하며 아이의 생활지도를 하지 않는 보호자들이 생기는 것 같다. 아이가 방과 후에 어떤 친구들과 어울리는지, 어떻게 노는지, 어떻게 시간을 보내는지 알지 못하고 알려고 하지 않는 분들이 많아진 것 같다. 물론 예전에도 그런 학부모는 있었다. 맞벌이나 전업의 문제가 아니라 보호자의 성향에 따라 아이를 양육하는 방식이 다르다. 하지만 예전과 다른 점이 아이들 손에 스마트폰이 있다는 것이다. 스마트폰으로 아이들은 가지 않아야 할 곳(온라인 세계)까지 많이 간다. 이 부분을 보호자들이 예전 우리 어린 시절을 생각하며 간과하는 것은 아닐까 염려가 된다. 스마트폰으로 생긴 문제는 영상물 노출의 문제에서 그치지 않는다. 집중력 저하와 자극 추구적인 성향들이 학교에서 태만, 짜증, 또래와의 불화, 산만, 공격성, 부적응 등의 다른 문제들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요즘에는 교사로서의 내 소신이 전혀 도움이 안 되는 상황들이 많아지고 있다. 나는 학생들에게 스스로 괜찮은 사람이 되고자 하는 마음을 잘 지키자고 가르친다. 그런 마음을 가지고 실천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가르친다. 하지만 가끔은 벽에 부딪친다. 무응답으로 대응하는 보호자를 만날 때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를 생각한다. 아이는 커가는 중이기 때문에 실수하기도 하고 나쁜 행동을 하기도 한다. 나쁜 행동을 한다고 해서 아이가 나쁜 사람은 아니다. 모르기에, 호기심에 할 수 있는 행동들이다. 하지만 그 행동을 보였을 때 바르게 가르치지 않는다면 다음에는 알면서, 재미로 하게 된다는 것이다. 교육은 그런 행동들을 고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고치는 것은 교사가 하는 것도 보호자가 하는 것도 아니다. 교사와 보호자는 그런 마음을 건드려 줄 뿐이다. 아이 스스로 고치고자 마음을 먹어야 하고 고쳐야 한다. 스스로 알을 깨고 나오는 것이다.
이럴 때 보호자와 교사의 역할은 아주 중요하다고 본다. 바른 가치관을 가지고 마음을 건드려주고 기다려 주는 일을 해야 한다. 답답하다고 보호자나 교사가 그 알을 깰 수는 없다. 그럼 그 아이는 다음에도 스스로 그런 알을 깰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자신의 작은 세계를 하나씩 깨고 나올 기회를 제공할 뿐이다. 그리고 응원하고 격려하는 것이다.
보호자가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아서 아이가 당혹스러워하고 부끄러워하는 일들이 종종 생긴다. 그럴 때마다 교사로서 그 아이를 보는 일이 마음이 아프다. 교사의 안내를 주의 깊게 보고 해 주면 될 일인데 그것을 하지 않는 보호자로 인해 아이는 굳이 겪지 않아도 될 그 불편한 시간을 겪는다. 이것들이 처음에는 당혹스럽지만 그다음부터는 아이 스스로 움츠러들게 만든다. 또는 스스로 문제아가 되도록 만든다. 나는 원래 이런 거 안 하고 제일 늦게 하는 애로. 교사가 그런 아이들에게 해 줄 수 있는 영역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더구나 비협조적인 보호자라면 더욱 교사는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예전처럼 학교 급식비를 안 내거나 육성회비를 안내서 혼나는 일은 없다. 요즘은 무상교육의 시대가 아닌가. 학교에서 급식도 제공하고 학습준비물도 제공한다. 적정 학년이 되면 병원 검사도 모두 국가에서 무료로 해주고 있다. 그런데 보호자는 학교에서 안내하는 그것도 안 하고 있다. 그러면서 내 아이가 교실에서 공부를 잘하길 바란다. 가장 기본적인 것들을 행하고 나서 그다음에 아이가 스스로 성취할 수 있도록 격려해 줄 때 아이는 자신의 역량을 펼칠 수 있다. 마음이 편안한 상태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이 많다. 하지만 매번 교사가 무엇을 안내했을 때 몇 번씩 안내를 하고 전화를 하고 독촉을 한다면 아이는 그 시간 동안 마음이 불안하다. 가장 최소한의 것이 먼저 뒷받침되어야 한다. 학교를 보낼 때 가장 최소한의 것은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일들의 규정을 지키는 것, 안내를 잘 따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