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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는교사 정쌤 Oct 29. 2024

글을 쓰는 행위에 대하여

치유와 성장을 위한 글쓰기 

 내 안에 가득한 말들을 말로 내보내기엔 너무 시끄럽고 너무 구질구질하다. 이런 이야기까지 해야 하나 싶은 것들도 있다. 그런 것 다 모아서 글로 뱉어낸다. 아니 모을 필요도 없다. 아침에 일어나 노트 한 권에 풀어쓴다. 하루를 보내는 여정 중에도 숨이 막힐 것 같은 말들이 가슴속에 차오르면 글로 풀어낸다. 그러다 정리해놓고 싶은 글은 블로그나 브런치에 적는다.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에게 가서 닿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번 주 숨이 막힐 것 같은 순간이 있었다. 참았던 감정들이 모두 몰려와서 머리에 쥐가 났다. 처음엔 괜찮은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괜찮지 않았고 괜찮지 않음을 말했다. 말하지 않고 참은 후의 내 모습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이다. 그 시간 동안 조금씩 시들어갈 내가 보였다. 알아차림이 중요한 순간이었고 그 순간 나를 도와주는 조력자가 있어서 위기를 모면했다.


 걷고 걷고 또 걸었던 한 주를 보냈다. 나는 같은 문제에서 맴돌고 있는 것인가 하는 생각을 했다. 비슷한 문제였지만 빨리 알아챘고 나를 방치하지 않고 빠르게 대처했다. 그것만으로도 나는 같은 자리를 맴돈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도 내 마음속에 패배감이 조금 자리 잡으려고 했다. 무슨 패배감일까? 남들은 다 그냥 참고 넘기는 일을 너는 왜 참지 못했느냐 하는 패배감이었을까? 노력하지 않았다면 나는 지금처럼 힘들지 않았을까? 그런데 학생들을 가르치는 내가 노력하지 않는 게 가능할까? 마음을 주지 말고 가르쳤으면 이렇게 아프지 않았을까? 가르치는 일을 하는데 마음을 주지 않는 게 가능할까? 그냥 이런 생각들을 해 봤다. 왜 나는 심리적 저항선이 무너질 정도로 아팠는지.


 이렇게 혼자 생각하다 보면 늪에 빠지기 쉬운데 그래도 늪에 빠지지 않은 이유는 좋은 책을 읽고 소화시키며 내 생각을 글로 써봤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내 생각이 같은 자리를 맴돌더라도 좋은 책을 읽으면서 그 생각들을 휘저으며 좋은 글로 그 생각들을 다시 생각해 본다. 오류가 있으면 고치고 괜찮은 것은 더 살을 붙인다. 그 작업을 하며 내 생각들을 정비한다. 그렇다고 완벽하지는 않다. 그냥 오늘 하루치 시련만큼 내가 더 살을 붙이고 더 성장하고 있다. 


 너무 거창하게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지금 모든 걸 이룰 듯이 큰 포부를 갖고 덤비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내 속도대로, 내가 감당할 정도의 것을 하며 가려고 한다. 지금, 여기에서 충실한 삶, 그 안에서 내가 끌려가지 않고 주인이 되는 삶을 살아가려고 한다. 남들이 참는다고 나도 참아야 할 이유가 될 수 없다. 아닌 것은 아니라고 말하고 멈출 수 있는 용기도 기꺼이 내며 살아가려고 한다. 그것을 더욱 확고하게 하고 덜 흔들리게 할 수 있었던 것은 내 생각을 끊임없이 이렇게 글로 생성해 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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