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한 마감효과
<행복행복>님의 글
나는 독서를 좋아한다. 늘 책을 옆에 두고 뒤적이고, 서점, 도서관에 가는 것을 좋아한다. 책을 읽는 것은 몰랐던 지식과 지혜를 얻을 수 있다. 책을 통해 얻은 지식과 지혜들은 나의 생각을 확장하고 전환시켜 준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시력이 점차 안 좋아지면 가장 안타까운 일은 책을 많이 읽지 못할까 걱정이 되기도 한다.
독서를 참 좋아하면서도 주변의 유혹이 있으면 쉽게 책에 손이 가질 않는다. 특히 스마트폰이 옆에 있으면 책장을 넘기기 쉽지 않다. 스마트폰의 각종 알림을 무음으로 해놓고, 뒤집어놓아도 자꾸 손에 들게 되는 일이 생긴다. 요즘은 스마트폰으로 너무 많은 일들을 하고 있다. 꼭 필요한 기기이지만 한번 손에 들면 자꾸 다른 길로 빠지기 일쑤다.
책을 읽는 데는 의지가 필요하다. 마음먹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독서모임 날짜가 다가오면 완독을 해야 하기 때문에 주변의 유혹을 물리치려고 노력한다. 독서모임 날짜의 압박은 틈나는 대로 책을 손에 들게 만들어준다.
마감효과 : 어떠한 일을 함에 있어서, 기한의 제한이 주어진 무언가를 하게 되었을 때, 마감시간 직전에 이를수록 일의 능률이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하는 효과, 마감일이 다가오면 어떻게든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독서모임 날짜는 그날의 선정도서 완독의 마감일이다. 독서모임 참석을 위해 바로 전날까지 부지런히 책을 읽어서 완독을 해낸다. 여유 있게 미리 읽고 날짜를 기다리는 책도 있고, 마감일 전날까지 붙잡고 있는 책도 있고, 보통 자주 읽지 않은 분야의 책이 후자에 해당한다. 하지만 어떤 책이든 날짜가 다가올수록 마음이 급해지면서 어떻게든 완독을 하게 된다. 책을 꾸준히 읽고 싶은데 다른 유혹들 때문에 잘 읽지 못하고 있다면 독서모임 참여만으로도 한 달에 한두 권은 꾸준히 읽어낼 수 있다.
독서모임 전날에는 책을 읽는 시간이 길어진다. 완독 하지 못하고 참여하면 다른 멤버들에게 죄송하기도 하고,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때 할 말이 많지 않고 무슨 말인지 모를 수도 있다. 책 읽는 시간이 길어지면 ‘엄마 내일 독서모임이에요?’라고 아이가 물어본다. 가족들은 급하게 책을 책을 읽는 나를 보고 곧 독서모임인 것을 알아채고 책을 읽을 수 있도록 배려해 준다.
손에 잡으면 술술 읽히는 책이 있는가 하면 책장 잘 넘어가지 않는 책들도 있다. 특히 두꺼운 책이나 고전은 흐름이 길기도 하고, 내용이 어렵기도 해서 천천히 읽어내야 한다. 그러다 보니 몇 장 읽고 덮어두기를 반복하기도 한다. 총균쇠, 이기적 유전자, 코스모스는 독서모임에서 함께 읽기 전에 이미 읽었던 책이다. 하지만 재독임에도 불구하고 쉽게 읽히지 않았다. 분명 혼자서는 재독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두 번 읽고 나니 책이 전하는 메시지를 더 선명하게 받아들이고, 놓쳤던 부분들이 다시 눈에 들어와 좋았다.
책이 잘 읽히지 않을 때는 ‘아직도 나는 독서력이 부족하구나’라고 생각하면서 날짜에 맞춰서 정해진 분량을 읽어낸다. 다 읽고 난 후에도 독서모임에서 이야기 나눌부분을 훑어보느라 다시 한번 책을 꼼꼼하게 들여다보게 된다. 읽었던 책을 시간차를 두고 다시 보는 과정은 복습효과를 얻을 수 있어 책의 내용을 잘 기억하게 된다. 두꺼운 책일수록 놓치면서 읽는 부분이 많은데 다른 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보면 다시 한번 들여다보고 생각하게 된다. 이렇게 책을 살피고 또 살피다 보면 삼독, 사독을 하는 기분이 든다.
독서모임은 강력한 마감효과를 준다. 마감일(독서모임 날)이 다가올수록 고도의 집중력과 책을 읽는 속도가 올라간다. 읽고 싶지만 혼자서 도전하기 어려운 책도 일단 선정하면 어쨌든 읽어내게 된다. ‘책모닝’ 멤버들도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어서 우리는 종종 혼자 읽기 힘든 책을 선정한다. 나의 경우는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혼자서 몇 번 도전했다가 10페이지를 넘기지 못했지만 독서모임을 통해 읽으니 이해가 잘 안 되어도 읽긴 읽게 된다. 이 책은 한 권을 한 번에 완독 하지 않고 분량을 쪼개서 읽었는데 독서모임에서 다른 분들의 이야기들을 듣고 나면 다음 분량을 읽을 때 조금 더 이해하면서 읽을 수 있었다. 굉장히 유명한 책이고, 인용도 많이 되는 책이지만 분명 혼자서라면 또 10페이지를 넘기지 못했을 텐데 ‘책모닝’ 마감효과 덕분에 읽을 수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