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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는교사 정쌤 Jul 12. 2023

아이들의 삶을 소중하게 가꿔준 '프리라이터스 다이어리'


영화 <프리라이터스 다이어리>를 봤다. 이 영화는 LA폭동 이후 인종차별 이슈가 극에 달했을 때 다양한 인종의 아이들이 섞여 있는 윌슨 고교 에린 그루웰 선생님의 '203호'에서 일어난 일을 다룬 실화이다. 이 반에 모인 학생들은 가정환경이 열악하고 하루하루의 삶이 전쟁처럼 힘들어 내일에 대한 꿈조차 꿀 수 없었다. 그런 학생들에게 초임교사 에린 그루웰은 자신의 올바른 교육관과 사랑으로 학생들에게 믿음을 준다. 학생들과 수업을 하면서 처음엔 교실붕괴 수준까지 갔다가 학생들의 삶을 들여다보며 수업을 하게 된다. 그리고 학생들에게 노트를 한 권씩 선물하며 "다들 자기만의 이야기가 있지. 자기만의 이야기를 말하는 건 중요해. 스스로에게라도 말이야. 이 공책에 매일 뭔가를 쓰는 거야. 쓰고 싶은 건 뭐든지 써. 과거, 현재, 미래도 돼. 일기형식으로 써도 되고, 노래, 시, 뭐든지. 대신 매일 써야 해. 항상 펜을 가지고 다녀."라고 이야기한다. 그러고 나서 학생들의 삶이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한다. 학생들은 글을 쓰기 시작했고 에린이 읽어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케비넷에 넣어놓았다. 에린이 감격하며 학생들의 글을 읽기 시작했다.


학급경영 연수를 듣고 한 해를 시작할 때 제일 인상 깊게 들었던 말이 "마음을 얻어라. 그다음에 가르쳐라"(훌륭한 교사는 무엇이 다른가, 토드 휘태커 지음)이다. 학생들의 마음을 얻어야 교육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에린 그루웰은 노트 한 권으로 학생들의 삶을 더 많이 보듬으며 학생들의 삶에 필요한 살아있는 수업을 하기 시작했다. 체험학습을 가지 못했던 학생들에게 더 넓은 세계를 보여주고 대학살에서 살아남은 사람들과의 저녁 식사를 하며 학생들이 새로운 경험을 하게 했다. 그리고 학생들을 위해 새 책을 사서 나눠주었다. 학교에서 지원해주지 않는 부분이었기에 그 돈을 벌기 위해 별도의 아르바이트를 했다. 학생들은 선생님이 그들을 위해 이 모든 일을 한 것이 놀랍다고 하였다. 학생들은 처음에는 에린 선생님도 다른 선생님들과 같을 것이라 생각하며 배척했는데 그녀의 다름을 알아채고 그녀에게 마음을 연 것이다. 에린 그루웰은 이렇게 학생들의 마음을 얻었고 그 토대 위에 가르치고 있었다.


누구에게든 단 한 사람만 있으면 살아갈 희망이 있다고 생각한다. 10학년 가을 학기를 시작하며 학생 한 명이 자신의 일기를 발표하면서 '그루웰 선생님이 작년에 날 가르쳤던 괴짜 영어 선생님이 나에게 희망을 심어준 유일한 사람이라는 걸'이라고 말했다. 학생의 개인적 삶이 너무 힘들 때 학교가 그에게 집이 되어준 것이었다. 학생들은 힘든 현실 속에서 저마다의 전쟁을 치르는 중이었는데 에린 그루웰 선생님을 만나며 자신의 글을 쓰고 자신이 소중한 존재임을 알아간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에린 그루웰 선생님이 학생들이 쓴 글을 모아 책으로 만든다. 그것이 'The Freedom writers diary'가 된 것이다. 


자신의 삶을 희생하며 학생들을 위해 헌신하는 에린 그루웰 선생님의 모습이 너무 대단하다. 그 정도까지 하지는 못하겠지만 학생들의 마음을 먼저 얻고 교육을 하고자 한다. 몇 년 전까지 두 줄 쓰기를 학생들과 함께 했었다. 이영근 선생님의 글똥누기에서 아이디어를 얻어서 한 것이었는데 다시 담임을 하게 될 때는 좀 더 자유롭게 글을 쓸 수 있도록 지도하고 싶다. 글을 쓰며 자신의 삶도 가꾸게 된 영화 속 학생들처럼 나도 내 삶을  가꾸고 나를 만나는 학생들도 그러한 삶을 살 수 있도록 잘 가르치고 싶다. 물론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하려고 한다. 그 과정은 해 봐야 알 것 같다. 어느 해는 가능하고 어느 해는 가능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구성원에 따라 학급 분위기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래도 내 중심에는 아이들과 함께 하는 글쓰기는 가져가보려고 한다. 핑크빛 꿈을 꾸는 게 아니라 내가 할 수 있는 꿈을 꾸는 중이다.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하고 정말 가뿐한 마음으로 다른 곳을 향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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